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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통합민주당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요구하며 결의대회까지 열었으나 참석 의원은 30여명에 그쳤다. 전체 의원(17대 111석)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다.

 

이 숫자가 모이는 데도 무려 30분이 걸렸다. 당 지도부까지 "참석률이 저조해서 좀 그렇다"며 민망해 했을 정도다. 김용갑 의원은 "정말 한미FTA 비준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자"며 자성을 촉구했다.

 

30분 넘겨 시작한 '결의대회'... 참석 의원은 30여명

 

21일 오후 2시 10분, 당 지도부가 '한미FTA 비준촉구 결의대회'를 겸해 소집한 의원총회장.

 

시작 시각을 10분 넘겼지만, 이 때까지 모인 의원은 20여명에 불과했다. 의총장 곳곳에 걸린 "통외통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사·보임 압력을 가하는 김효석 원내대표는 사퇴하라" "경제 살릴 FTA에 민주당은 동참하라"는 결의에 찬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였다.

 

당 지도부마저 지각했다. 강재섭 대표는 15분께 모습을 드러냈고 안상수 원내대표는 20분이 다 돼 등장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25분께 나타났다. 당 지도부 중 이한구 정책위의장, 전재희·김학원 최고위원 등은 불참했다.

 

결국 결의대회는 예정 시각을 30분 넘겨 시작됐다. 참석 의원은 40명에도 못 미쳤다. 의원들보다 당직자나 취재진의 숫자가 더 많았다.

 

의총장 곳곳에 빈 자리가 보이자, 사회를 맡은 김정권 의원은 의원들에게 "앞쪽으로 나와 모여앉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마이크를 잡은 안상수 원내대표도 민망했던지 "오늘 결의대회 참석률이 좀 저조하다"며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이어 안 원내대표는 "일단 오늘은 (적은 숫자지만 결의대회를) 시작하겠다"며 "내일(22일)은 그야말로 '총동원령'을 내려서라도 충분하게 많은 인원이 참석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안 원내대표는 "오늘이 시작"이라며 "내일도 임채정 국회의장을 찾아가겠다, 그래도 (한미FTA 비준동의안) 직권상정을 해주지 않으면 국회에서 농성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오늘부터 시작, 안 되면 농성 불사"... 그런데 의원들은 꾸벅꾸벅

 

강재섭 대표도 "한나라당이 과거에 (의원) 임기를 일주일 남겨놓고 이렇게 치열하게 의총을 연 적이 별로 없었다"며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으니 끝까지 열심히 해야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또 "내일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 후에도 (통합민주당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농성도 할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상과 압박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연한 지도부와 달리 의총장 분위기는 나른했다. 고개를 떨구며 조는 의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17대국회에서 한미FTA의 처리를 끝내 외면한다면 훗날 역사의 준엄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한미FTA가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야당의 초당적이고 대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떠나는 김용갑 '쓴소리'... "지금 한나라당, 여당 역할 제대로 하고 있나"

 

한편, 17대 국회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는 김용갑 의원은 이 날 의총에서 당에 '마지막 쓴소리'를 남겼다.
 
연단에 나온 김 의원은 "어떻게 잡은 정권인데 출발한 지 100일도 안 돼 대통령 지지도는 20%대로, 당 지지도는 30% 가까이 떨어지느냐. 떠나면서 걱정이 태산 같다"고 운을 뗐다.

 

김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이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정치력이 살아있는지, 과거 야당 시절처럼 '언론플레이'만 한 것은 아닌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 시키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 했는지, 야당 지도부와 술 한 잔 하며 허심탄회하게 얘기라도 해본 적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쇠고기 협상'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미FTA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쇠고기 협상'을 비준안 처리 이전에 했느냐"며 "전략적 미스(오판)도 있지 않았나 한다"고 주장했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 대표는 '관리형'이 돼야 한다는 당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김 의원은 "'관리형 대표'란, 과거에 대통령이 총재를 겸할 때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대표가 관리형 대표"라며 "지금 관리형 대표 나와서 어떻게 대통령을 돕거나 견제·감시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집권 초기에 '관리형 대표'가 여당을 이끈다면 자칫 '허수아비'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안상수·김형오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이 국회의장직 도전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다선 의원들이) 당을 이끌고 나가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국회의장이 되면 대우도 받고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며 "내가 희생하더라도 당 대표가 돼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책임 지고 국민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분들이 여럿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한나라당, #김용갑,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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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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