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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아름답다.”

 

  생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조화도 아니다. 그 꽃은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문에 피어 있는 꽃이다. 문창살에 핀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색깔도 선명하게 피어 나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꽃문양 창살이 압도하고 있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정전이라도 된 듯,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섬세하게 조각된 꽃 이파리에는 많은 것들이 쌓여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한 두 송이가 아니라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꽃들을 바라보면서 꽃을 새긴 장인의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정성을 다하여 꽃을 피워낸 아름다운 마음을 보고 있어 더욱 더 감동인지도 모른다.

 

  꽃문양 창살은 강원도 양양에 있는 설악산 신흥사다. 관광객들은 신록의 싱그러운 향에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선이 자꾸 꽃문양창살에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열정이 사라진 탓이기도 하겠지만, 꽃문양 창살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꽃문양 창살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창살의 꽃 이파리 위에는 묵은 세월이 진하게 내려 앉아 있었다. 먼지처럼 보였지만, 그 것은 분명 먼지가 아니었다. 꽃문양창살을 만든 장인의 손길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진 풍상이 쌓여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가슴에 와 닿는 것이었다.

 

  꽃문양 창살에 쌓인 것들은 무엇일까? 그 것은 내 몸에 쌓여 있는 것들과 대비가 되어서 교차되고 있었다. 시나브로 나와 한 몸이 되어버린 것들을 하나하나 늘어놓아본다. 게으름과 불만 그리고 교만과 욕심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불안한 마음과 두려움으로 이어져 있었다.

 

  언제 그렇게 많이도 쌓여 있었을까? 이순의 나이가 되기도 전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쌓여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몇 백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꽃문양 창살에는 무엇들이 쌓여 있는 것일까? 내 안에 쌓여 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쌓여 있는 것은 아닐까? 밀물되는 회한의 마음으로 꽃문양 창살을 들여다본다.

 

 

 

  ‘그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버릴 줄 아는 지혜를 가지세요.’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에 놀라서 다시 한 번 창살을 바라본다. 꽃문양 창살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진하게 내려앉은 세월이 왜 그렇게 매력으로 다가오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있었다.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그 것을 한꺼번에 버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신흥사에서


태그:#꽃문양, #창살, #버리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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