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늘도 나는 못자리와 고추를 심었다. 농부가 쌀 한톨을 생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가는지 경남 사천 지역(모내기는 지역마다 시작하는 날이 조금씩 다름)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올해 동생은 4월 16일 볍씨를 담갔다. 4월 19일에는 흙과 볍씨를 못상자에 담았다. 4월 26일 싹이난 볍씨를 못자리에 옮겨 못판을 만들었다. 앞으로 40일 전후로 해서 모내기를 한다. 모내기부터 가을걷이까지 약 140일이 걸린다. 그동안 농약을 세 번 정도 뿌린다. 아마 올해 가을걷이는 10월 10일경쯤 될 것이다. 그러니까 볍씨 담그기부터 가을걷이까지 약 170-180일 정도 걸린다.

 

농부는 18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논에 나가야 한다. 벼는 심어 놓으면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다. 벼는 하루하루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게으른 농부 주인을 만나면 벼도 게으르고, 부지러한 농부주인을 만나면 벼도 부지런하다.

 

고추는 어떤가? 벼보다 더 예민하다. 두둑을 만들고, 풀이 나지 못하도록 검은색 비닐을 덮어야 한다. 비닐에 구멍을 뚫고, 물을 구멍 하나하나에 부어 주어야 한다. 벼는 이앙기(모심는 농기계)로 심지만 고추는 손으로 하나하나 심어야 한다.

 

고추는 특히 습기에 약하다. 여름철 장마와 태풍, 폭우가 오는 날이면 고추농사 짓는 농부들은 비상 상태다. 물빼기를 조금만 늦게 해주어도, 애지중지 키웠던 고추는 습기 때문에 다 떨어진다.

 

농사는 이토록 인고의 삶이다. 하루라도 농부가 돌보지 않으면 벼와 고추, 어느 농작물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에 한 번 돌아보는 것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사실 거짓말이다. 있을 수 없다. 요즘 주말농장이 인기지만 주중에 누가 돌보지 않는 한 100% 실패다.

 

이렇듯 농사짓기가 인고와 사랑의 열매인데 우리나라 청와대 수석들은 농지법위반, 자경확인서를 급조하여 돈 벌기에 바빴다. 농지를 사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법을 몰랐다고 했다. 이는 투기의혹보다 더 나쁜 말이다. 농사 지을 땅을 샀으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법때문에 짓는 것이 아니라 논과 밭이기 때문에 지어야 한다.

 

자본의 노예가 할 수 있는 말이다. 논과 밭을 구입하여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것은 땅을 모욕한 것이다. 돈 많은 자들의 투기 놀음은 이미 생명을 잃은 지 오래되었지만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나라를 위하여 일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땅을 사고서 실정법 운운하면서 농사짓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을 듣고 있으니 분노가 치민다.

 

특히 이동관 대변인은 "취득과정에서의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공직수행에 결격 사유가 안된다"고 말했다. 취득과정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공직수행에 결격 사유가 아니다? 이는 망발이다. 취득과정에 불법 사유가 안 될지라도, 절대농지를 구입한 주인이 손에 흙 한 번 묻히지 않은 것은 더 잘못이다.

 

절대농지는 한 마디로 무조건 농사 지으라는 명령이다. 취득과정에 불법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짓는 것이 땅에 대한 예의라는 말이다. 절대 농지를 소유한 자가 흙 한 번 묻히지 않고, 서울에 살면서 노후생활을 대비해 사놓은 땅이라고 했던가? 아니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의 영종도 농지건은 명백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박미석 수석은 문제가 일자 농사를 짓지도 않았으면서 농사를 지은 것처럼 자경확인서를 대한민국 국민 앞에 놓았다. 국민에 대한 모독이요, 땅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는 지금 땅을 자본에 팔아버렸다. 아파트, 공장, 골프장, 온갖 콘크리트 건물 짓는데 팔아버렸다. 땅을 일굴 사람이 없어 놀리고 있다. 광우병도 죽음에 이르는 길이지만, 땅 투기과 공장, 골프장, 아파트도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왜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을 무조건 수입하기로 했을까? 청와대 수석과 대변인이 절대농지를 구입하고, 자경확인서를 급조하면서까지 돈 벌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땅을 돈 벌이 대상으로 생각하는 자들이 광우병도 수입하면 돈이 되는데 왜 수입하지 않겠는가? 돈이 되는데.

 

박미석 수석, 이동관 대변인은 물러나는 것이 원칙이다. 대한민국 실정법을 어긴 원칙에서도 물려나야 할 뿐 아니라 농사 지을 땅에 농사 한 번 짓지 않은 땅에 대한 기본 예의도 모르기 때문이다.


태그:#땅, #이동관 , #박미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