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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는 10만-20만원대 생활자전거 타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가 자전거 시승기는 많지만 생활자전거 시승기는 없습니다. 자전거 정보를 알고자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도 무게나 가격 등 간단한 정보밖에 없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10만-20만원대 생활자전거 시승기를 꾸준히 게재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2008년 생활자전거 시승기를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22인치 생활형 자전거 삼천리자전거 '브리즈(Breeze)'. 잘 빠진 바디라인과 부드러운 색상 그리고 예쁜 바구니가 인상적이다.
▲ 삼천리자전거 '브리즈(Breeze)' 22인치 생활형 자전거 삼천리자전거 '브리즈(Breeze)'. 잘 빠진 바디라인과 부드러운 색상 그리고 예쁜 바구니가 인상적이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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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지 않아도 압도한다."

브리즈를 처음 봤을 때 떠오른 모 자동차의 광고 문구다. 단박에 자동차 CF가 떠올랐다고 브리즈를 덩치 큰 SUV쯤으로 생각하면 오산. 브리즈는 22인치 바퀴를 단 자전거다. 도로용 자전거가 대부분 26인치 바퀴를 사용하고 있으니, 첫 눈에 봐도 아담해 보인다. 이런 작은 몸집에 '압도'라는 단어를 감히 쓸 수 있는 건 순전히 잘 빠진 바디라인과 예쁜 디자인 때문. 그 뿐만이 아니다. '전시회를 위한 소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세련미도 빼놓을 수 없다. 자, 그럼 브리즈의 겉모양부터 살펴보자.

[겉모양] 우선 황금빛으로 물든 차체가 눈에 들어온다. 바디라인을 결정하는 차체와 크랭크의 연결이 다른 자전거와 비교해 인위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안장에 달려 있는 스프링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또 안장과 바퀴 사이 공간도 적당해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어 보인다.

색상도 조화롭다. 타이어와 바퀴살을 연결해주는 알루미늄 림은 차체 색상과 어울리는 노란색이고, 핸들은 편안한 갈색이다. 갈색과 베이지색이 어우러진 안장도 고급스러워 보인다. 이 정도의 '때깔'이라면 뭇 남성과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그리고 흙받이와 프레임 중간 중간에는 나비가 날개를 펴고 있다. 산들바람이라는 뜻의 '브리즈'와 꽤 잘 어울리는 장식이다. 산들바람 속에 날개를 펼친 나비가 되니 말이다.

고급스러운 나무색 안장과 U자형 핸들.
 고급스러운 나무색 안장과 U자형 핸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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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아래 달린 바구니는 브리즈의 포인트. 몇몇 영화나 CF에서 여주인공들이 타고 다니던 바구니 자전거가 연상된다. 홈페이지 제품 소개에 여성용으로 분류된 것도 이 때문일까. 다행히 바구니는 탈부착이 가능하다.

바구니는 2중 구조로 와이어 바구니 안에 라탄 소재 바구니를 넣었다. 주행 충격으로 바구니 안 내용물이 밖으로 팅겨 나오는 것을 막는 고무밴드도 걸려 있다. 튼튼한 와이어 뼈대에 야자과의 덩굴식물인 라탄으로 세련미를 더한 것. 요즘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라탄 바구니를 손으로 만져보면 바구니 안에 꼭 과일이나 꽃을 놓아야 할 것 같다.

들떴다. 처음으로 총천연색 텔레비전을 본 기분이랄까. 그동안 접해본 자전거의 수가 얼마 안 되기는 하지만, 무색무취한 자전거에 비해 브리즈는 새콤달콤한 맛이 났다. 마음 같아서는 거실에 감상용으로 그냥 세워두고 싶었지만, 타지 않는 자전거는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 자전상(像)일 뿐. 브리즈를 끌고 일산 호수공원으로 나갔다. 

[주행] 먼저 키(178cm)에 맞게 안장 포스트를 거의 끝까지 뽑아야 했다. 포스트가 짧아 180cm 이상의 신장이라면 원래 포스트를 긴 것으로 교체한 뒤 타야 할 것 같았다. 또 안장에 올라 핸들을 잡아 보니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와 팔을 쭉 펴고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상체를 들고 페달을 밟으면 하체의 힘만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하체 운동에는 좋지만, 쉽게 몸이 피로해질 수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 위에서 페달을 밟았다. 스르르 미끄러지나 싶더니 금세 가속도가 붙었다. 분홍빛 대신 연두색 잎으로 단장한 벚나무 사이로 힘껏 달렸다. 쭉 뻗은 도로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바퀴 크기 22인치 자전거로 바람을 가른다고? 허풍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2인치(약 5.08cm)의 차이는 엄청났다. 평소에 타고 다니는 20인치 미니벨로에 길들여진 나의 속도계가 금방 한계선을 넘어 버렸다. 가뜩이나 안전운행을 지향하는 '스피드 꽝'이라 브리즈의 브레이크를 자주 잡아 속도를 줄여야 했다.

드럼식인 뒷브레이크는 잡을 때마다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앞브레이크와 혼합해 사용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잘 닦여진 호수공원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보도블럭길에 들어섰다. 미니벨로보다 저항을 덜 받았다. 오히려 브레이크를 잡을 필요가 없을 정도의 적당한 마찰이 운행을 더 편하게 해주었다.  

기어변속에도 별 이상이 없었다. 시마노 버튼식 7단 기어로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호수공원 주변에 이렇다할 경사로가 없어 세밀한 비교는 불가능했지만, 기어변속을 통한 주행에는 어려움을 발견하지 못했다.

승차감은 좋은 편이었다. 미니벨로보다 면적이 다소 넓은 안장이 편안한데다가 충격을 흡수해주는 안장 스프링이 있다. 4.7km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두 바퀴 도는 동안 엉덩이에 전달되는 고통은 거의 없었다. 또 'U'자형 핸들은 팔의 피로를 덜어주었다. 단지 앞에서 지적한 대로 허리와 팔을 편 자세가 부자연스러운 게 옥의 티였다.

휴대성을 강조한 미니벨로가 아니라 무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가벼우면 좋다. 알루미늄 자전거라고는 하지만, 브리즈는 알려진 무게 13.8kg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브리즈는 20인치 미니벨로(왼쪽)와 비교해 볼 때 주행 안정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브리즈는 20인치 미니벨로(왼쪽)와 비교해 볼 때 주행 안정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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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마친 뒤 지친 상태에서 브리즈를 좁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옮겨 집까지 들여 놓는 건 생각보다 힘 빠지는 일이었다. 여성이 야외 보관 대신에 매번 집까지 갖고 올라가기에는 버거울 만한 무게다. 

다소 무거운 무게와 접이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브리즈는 20인치 이하 바퀴를 단 미니벨로보다 휴대성은 떨어지지만, 기본적인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미니벨로가 불편하다고 불평하고 있다면 한번 타볼 만 하다.

또 한 가지 쉽게 만나기 힘든 '얼짱' 자전거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실제로 호수공원을 도는 동안 브리즈에 꽂히는 몇몇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모르지 않나. 자전거는 사랑을 싣고 오는지도.

<20대 여성의 브리즈 시승기>
여성이 타본 브리즈는 어떨까. 1시간 동안 일산 호수공원에서 브리즈와 함께 시간을 보낸 이은정(24)씨에게 간단한 시승 소감을 물어봤다.

-브리즈를 1시간 동안 타고 다녔는데 탈만했나.
"새 자전거라서 잘 나가는 것 같다. 신나게 탔다. 항상 여의도에서 오래된 자전거만 빌려타서 더 좋게 느껴지나보다.(웃음) 자전거를 타면 금방 피곤함을 느꼈었는데 편안했다. 엉덩이와 팔이 안 아파서 좋았다. 다만 브레이크 잡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위기 상황을 몇 번 맞이했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생각되는데 여성이 보기에는 어떤가.
"내가 보기에도 예쁘다. 금색 자전거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안장이나 핸들 색깔도 보기 좋다. 개인적으로는 바구니가 마음에 든다. 들고 온 가방도 넣을 수 있었고, 음료수 병과 과자까지 가지고 다닐 수 있었다. 장 보러 다닐 때 가지고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 보기에는 좁지 않나?) 많이 사지 않으면 괜찮다. 뒤에 짐을 놓을 수 있는 받침대를 달아도 좋을 것 같다."

-브리즈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 더 예쁘게 디자인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베네통처럼 파스텔톤 색깔로 만든다거나 귀여운 캐릭터를 넣는 것도 방법이다. 안장 색깔도 고를 수 있으면 어떨까."


태그:#자전거, #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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