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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했고 참담했고 참담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다는 듯 같은 단어를 연방 내뱉었다. 지난 18일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한-미 협상을 두고서다. 강 의원은 이 협상을 두고 '막가파식 광우병 쇠고기 협상'이라고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사실상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연령제한도 풀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와 쇠고기 협상을 연계해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압박해온 미국의 요구에 두 손을 든 결과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에 당선인사 접고 상경"

 

17대 국회에서 '농민의 이름'으로 비례대표 배지를 단 강 의원. 이번 총선에서 경남 사천을 지역구로 출마해 한나라당 사무총장 출신의 이방호 의원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한가하게 당선사례를 하고 다닐 수는 없었다. 협상 타결 소식을 들은 강 의원은 이튿날(19일)로 짐을 싸 상경했다. 그리곤 청와대 앞에 자리를 깔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강 의원은 "협상 소식을 듣고서도 당선 인사를 하고 다닐 수가 없었다. 견딜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21일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사흘째가 됐다.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그는 청와대가 보이는 분수대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밤에는 인근 효자동 사랑방에서 보낸다.

 

손에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펴낸 860쪽 분량의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 검토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이렇게까지 내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강 의원은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강 의원은 "검역주권을 완전히 포기해버린 협상"이라며 "(미국이) 달라는 걸 다 줘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받아온 건 없다. 협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내용"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뼈를 즐겨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해 아무것도 못 지켰다"며 "거기에다 미국이 '동물사료 금지조처 강화안'을 공포할 경우 연령제한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고 개탄했다.

 

"이렇게까지 다 내주다니... 협상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내용"

 

강 의원은 이번 협상에서 특정위험물질(SRM) 가운데 척추뼈·뇌·눈 등 5개의 수입이 허용된 부분도 강력히 비판했다.

 

강 의원은 "뇌, 척추뼈, 뇌수에는 광우병 감염 물질인 변형 단백질 프레온이 들어 있다"며 "정부가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다 포기했다"고 성토했다.

 

강 의원은 우리 정부가 한-미 FTA와 쇠고기 협상은 별개로 다루겠다는 원칙을 버린 점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에 목을 매고 있으니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일정 정도 양보할 수 있는 사안까지도 100% 받아낼 수 있다는 확신을 했을 것"이라며 "그 요구에 우리 정부가 조공 바치듯 다 갖다 바친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런 협상결과를 놓고 지역구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다닐 수가 없어 그 다음날로 쫓아 올라왔다"며 "정신이 참 있는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참담했다. 참담했고… 참담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안그래도 사료값 인상으로 도산 농가가 줄 잇고 농민들이 절규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들의 뒤통수에 바위를 굴려버렸다"며 한숨지었다.

 

"뼈있는 쇠고기 들여놓고 뼈는 먹지 말라고 할 건가"

 

여당과 정부의 당정협의를 통한 사후대책 마련 소식에도 발끈했다. 강 의원은 "이제 와서 무슨 대책이 있겠느냐. 이제 와서 '뼈는 먹지 마시오' 할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오늘 이 대통령이 미·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니 내일 오전 즈음 단식 농성을 정리하고 여야 의원을 모아 굴욕적이고 일방적인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바로잡는 견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5월 임시국회 중 처리를 요구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강 의원은 "(비준안의 5월 처리를) 막아야한다"며 "상임위마다 청문회, 공청회를 통해 분야별 검증을 철저히 거쳐야하지만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다. 검증과 대책 마련, 예산 확보까지 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18대 국회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식으로 시작, 단식으로 끝난 의정활동... 이번이 여섯번째

 

"이번 단식이 몇 번째이냐"는 질문에 강 의원 자신도 정확한 회수를 대지 못했다. 그럴 만하다. 강 의원의 의정활동은 '단식으로 시작해 단식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강 의원의 이번 단식농성은 여섯 번째. 모두 국민 생명과 안전, 농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때문이었다.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한 첫 단식농성은 2004년 7월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을 할 때 동참했다.

 

같은 해 12월 22일부터 31일까지는 '쌀개방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듬해 말에는 쌀개방 협상 국회 비준 저지를 위해 29일이나 곡기를 끊었다. 현역의원으로서는 최장기간이었다.

 

강 의원은 지난해 1월에는 한-미 FTA 7차협상 기간에, 지난 2월에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식 농성을 벌였다.


태그:#강기갑,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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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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