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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평화통일시민연대(평화연대)는 18일, 서대문 안병무홀(한백교회 1층)에서 공동심포지엄 <이명박 정부 하 남북관계 진단과 언론의 바람직한 역할 모색>을 열었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특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이 남북관계 갈등을 조장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들은 보수 시각으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이며 '최소한 사실만이라도 정확히 보도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남북관계 10년 공든 탑, 이명박 정부 한 달 만에 무너져

 

이철기 교수(동국대 국제관계학과, 평화연대 공동대표)는 발제<달라진 남북관계, 언론의 바람직한 역할>에서 "남북관계에서 지난 10년 간 어렵게 쌓아 놓은 공든 탑이 이명박 정부 출범 1달 만에 무너져 내렸다"며 "지금 상황은 남북관계의 IMF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기 교수는 또한 "조·중·동 뿐 아니라 한겨레조차도 최근 북의 강경입장을 단순히 '쌀 비료를 얻기 위한 것', '기 싸움' 등으로 보는 등 현실을 안일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 지적했다.

 

북이 노무현 정부 시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김 주석 조문불허', '동남아 탈북자 대량입국 허용' 등을 문제 삼아 1년 가까이 남북당국 간 대화를 안 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대화단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메이저 보수신문들의 대북강경책 요구가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일부 신문이 의제설정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방송과 진보신문, 인터넷 매체가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언론법 개악 등 저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대북정책 아닌 대남정책

 

이철기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제안'’에 대해서는 "북이 전혀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일방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대북정책이 아니라 국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대남정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문희 기자(<시사IN> 한반도 전문기자)도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기 전까지 북미관계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며 "남북 연락사무소 발언 등은 '싱가포르 합의' 등 내용을 듣고 급하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 기자는 "보수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 방미 성과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이번 한미회담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미 싱가포르 합의를 먼저 내온 상황"이라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 복원을 말하며 경제지원을 받으려 했겠지만, 미국의 엄청난 요구에 덤터기만 쓰게 됐다"며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용산기지 이전비용, MD·PSI 참여, 첨단무기 구입 등 공화당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 몫 잡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 방미, 성과 없이 '미국 퍼주기' 우려

 

남 기자는 대북관련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회사 사시나 기자 개인의 세계관 때문이라면 구제불능이지만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경우도 많다"며 "북이 그동안 남측을 대해 온 것을 면밀히 지켜봤다면 북의 강경발언을 단순히 '기 싸움'으로 치부할 수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북은 김영남을 2월 취임식에 보내어 고위급 채널을 열려 했지만 남측이 거부했고, 남측이 계속 북을 자극하는 말을 했지만 꾹꾹 참아왔다"며 "북의 대응은 '기 싸움'이 아니라 김하중, 김태영, 이명박 등의 발언에 대한 정확한 맞대응"이라 말해다.

 

그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부 업무보고 발언을 모두 볼 필요가 있다"며 "그는 '그동안 남북정상 간 합의가 진정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전략을 가지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북측 정상인 김 위원장을 면전에서 뺨 때린 것 같은 모욕을 준 것"이라 지적했다.

 

정일용 연합뉴스 기자(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대표)는 "언론이 제대로 하면 많은 오해가 없어지고 남북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날을 당겨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 사실 그대로 보도한다면 서로 이해하게 만들어 반북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줄 것"이라 말했다.

 

그는 특히 "언론들이 북핵문제가 가지고 자꾸 이야기 하는데 왜 남쪽에 있을지도 모르는 핵무기, 미국의 핵우산 문제는 이야기 하지 않냐"며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 해왔으며, 어느 시점에 가면 주한미군 기지 사찰 등을 거론하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보수신문 왜곡보도, 정책으로 이어져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참여정부까지만 해도 보수신문의 왜곡보도가 여론을 호도한다는 우려는 있었지만 현실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없었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언론보도가 정책으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절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를 지켜보던 송선근 평화연대 이사장(전 남해화학 회장)은 "비료를 일방으로 퍼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기 위해 북에 비료를 줄 수밖에 없던 것"이라며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9개 비료회사 대부분이 도산위기일 때 북 비료지원으로 활로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이철기 교수와 박진형 민언련 모니터부장(최근 남북관계 관련 언론보도 분석) 발제에 이어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유진 사무처장, 남문희 기자, 오기현 SBS PD, 정용용 기자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에큐메니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북관계, #민언련, #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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