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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잘 끝났는데, 꽃구경 가시지요."
"꽃구경이라."

선생님을 모시고 군산으로 향했다. 어디를 보아도 꽃 세상이다. 전주에서 군산으로 향하는 도로 양 옆에는 벚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는 꽃이 없었지만, 구 도로인 번영로에는 꽃이 넘쳐나고 있었다.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란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한 마음으로
▲ 기원 한 마음으로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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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으로 들어서니, 벚꽃이 반갑게 맞이한다. 군산대학교 교정에도, 은파 유원지에도 꽃들이 웃고 있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까르르"하고 금방이라도 귓가에 울려 퍼질 것 같은 느낌을 주체할 수가 없다. 꽃들의 이야기는 소곤거리는 것이 아니라 큰 소리로 떠들고 있는 것이었다. 수줍은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월명 공원. 해망굴을 통해서 바다로 직접 갈 수도 있고 산 위로 올라가게 되면 공원에 이르게 된다. 그 앞 초등학교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나니, 화엄세상과 대면할 수가 있었다. 공원 위에 세워져 있는 탑과 어우러져 있는 꽃들의 모습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다. 봄의 절정을 이루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흥천사. 월명 공원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절이다. 산사라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지만, 마음이 안온해진다. 부처님의 향이 온 몸에 배어드는 까닭이리라. 욕심을 버리고 나누고 공유를 실천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편안해지는 지혜라고나 할까? 부처님 오신 날을 위하여 벌써 연등이 걸려 있어 더욱 더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환한 꽃
 환한 꽃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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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얀 꽃이 무슨 꽃입니까?"
"도화입니다. 백도화."

순백의 색으로 피어 있는 꽃이 무엇인지 몰라 스님에게 물었다. 하얀 꽃이 백도화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붉은 열정으로 피어나 사랑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홍도화는 잘 알고 있었지만, 백도화는 처음이었다. 홍도화의 매력도 아름답지만, 하얀 백도화의 매력은 그 것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원으로 오르는 양 옆에는 키가 큰 동백들이 붉은 꽃을 피어내고 있었다. 겨우내 발산하지 못한 사랑의 열정을 꽃에 모아놓은 것 같았다. 사랑의 정열이 너무나 진하여 승화된 것일까? 은은한 빛깔로 사랑을 전하고 있는 연한 분홍의 꽃이 돋보인다. 색깔이 다른 꽃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동백꽃
 동백꽃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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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위에는 독립을 위해 노력하신 분의 동상을 중심으로 하여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동상을 바라보면서 역경을 생각하게 된다. 뼈 속 깊이 스며드는 추위를 극복하여야 고운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것이란 진리를 깨우치게 된다.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었듯이.

역경은 더 큰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하였던가? 더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역경이다. 환하게 피어 있는 꽃들을 바라보면서 깨닫게 된다. 고통을 주기 위하여 역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을 만들기 위하여 하늘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삶의 역경
 삶의 역경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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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동백꽃의 크고 화려함에 밀려 잘 보이지 않는 풀꽃들이 있다. 눈을 아래로 내리고 마음을 열어야만 비로소 볼 수 있는 꽃들이다. 작지만 그렇게 우뚝할 수가 없다.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서 아기 손가락으로 손짓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풀꽃을 바라보면서 감탄하게 된다.

풀꽃향
 풀꽃향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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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꽃 향에 취하여 삶의 지혜를 얻는다. 눈을 통해 꽃의 화려함에만 취하면 모두를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벚꽃과 동백꽃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작은 풀꽃과는 어떻게 우열을 나타낼 수 있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꽃의 모습이 아니라 꽃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꽃향에 푹 젖었다.


태그:#꽃, #마음, #향, #눈,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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