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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스 암스트롱을 꿈꾸는 트라이애슬릿 .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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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전문방송 채널인 디스커버리가 방영한 <페달의 힘>이라는 프로그램에 따르면,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야구보다 사이클이 최고 인기종목이었다.

당시 나무트랙으로 만든 벨로드롬에서 펼쳐지는 사이클 경기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야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야구보다는 사이클경기 관람이 우선순위였다는 이야기이다.

현대 자전거는 200년의 연구와 발전의 결과이다. 오늘날엔 10억 명 이상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으며 전문 사이클 선수는 수백 명에 이른다. 자전거는 다른 기계와는 달리 오로지 인간의 힘만을 이용한다.

그래서 일부 자전거 애호가들은 '사람이 엔진이기 때문에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2007년 여름에 방한했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 사이클 타는 동호인들의 우상이 아닐까? 사이클을 타고 있는 사진 속 자세가 인상깊다.
▲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 2007년 여름에 방한했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 사이클 타는 동호인들의 우상이 아닐까? 사이클을 타고 있는 사진 속 자세가 인상깊다.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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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생전 처음 타본 사이클, 그러나

내가 처음 자전거를 배운 때는 군복무 시절이었다. 남들은 대부분 유년시절에 세발자전거로 첫 자전거 시승식을 거치지만 내 경우엔 좀 특별했던 것 같다. 군대짬밥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병 초창기 시절 이등병 하나를 구슬려 부대 연병장에서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늦게 배운 자전거라 이후에도 '나만의 자전거'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다. 물론 가끔 친구들과 휴일이나 주말 1박2일 여행을 떠난 강촌 등에서 한나절 자전거를 빌려 짧은 '라이딩'을 즐기곤 했다.

그런데 1997년 7월, 나는 동갑내기 친구와 사이클로 제주도를 일주하는 다소 '무모한' 여름휴가를 떠났다. 그 때까지 사이클은 한번도 타보지 못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동행한 친구는 이미 동해안 해안도로를 따라 속초에서 부산까지 사이클로 여행을 즐긴 경험의 소유자였다. 

결과적으로 제주도 사이클 일주계획은 제주 시내에서 빌린 사이클을 탄지 2시간 만에 내가 낙차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 오르막길을 앞두고 기어 변속을 하다가 중심이 흔들리고 손잡이가 꺾이면서 아스팔트 바닥으로 그냥 나뒹굴었던 것.

다행히 골절사고는 당하지 않았지만, 왼쪽 팔꿈치와 무릎에 각각 10여 바늘씩을 꿰매는 상처를 입게 되었다. 이후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나서 사이클은 반납하고 대신에 승용차를 빌려 나머지 여름휴가 일정을 보냈다.

이 때 겪었던 사이클 낙차사고는 이후 은연 중에 자전거를 두려워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바퀴가 얇아 잘 미끄러지고 손잡이가 쉽게 돌아가는 사이클(게다가 당시엔 빌린 사이클이라 몸에도 맞지 않았다)에 자전거 초보가 무턱대고 도전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사이클 낙차사고의 여파로 인해 왼쪽 팔꿈치와 무릎에 붕대를 감았다.
▲ 사이클 일주에 나섰던 1997.7월의 제주. 사이클 낙차사고의 여파로 인해 왼쪽 팔꿈치와 무릎에 붕대를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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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 장만한 자전거, 철인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

그후 1999년 4월, 한 신문 서평란에 실린 한 권의 책에 주목하게 되었다. 지금은 절판된 <철인, 건강을 위해 달린다>라는 책이다. 한 대학병원 현역의사가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준비하는 과정, 경기내용과 철인3종경기의 역사 등을 소개한 책이었다.

당시 가끔 TV 외신뉴스에서만 보던 철인3종경기에 대해 직접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관심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지 실제로 도전하겠다는 생각까지 품지는 못했었다.

그러다가 2002년 무렵부터 그동안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던 3종경기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겼다. 이후 매년 연중계획에 이 3종경기 입문에 대한 목표가 설정되곤 했다. 비록 몇 년간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마음 속에서는 '이 3종경기야말로 내가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굳어갔다.

이후 줄곧 마음에만 품고 계획에만 머물러 있던 3종경기 입문은 생애 처음으로 내가 장만한 자전거인 사이클을 구입하면서 본격 추진하게 되었다. 나의 첫 '애마'는 철인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 'RCT 6000'이었다. 일반도로용 사이클과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철인3종경기 입문용으로 출품된 사이클이었다.

입문용이었기 때문에 최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다른 전문선수용 사이클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또한, 3종경기에 처음 입문하는 초보자 입장에서 굳이 비싼 장비를 서둘러 구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다.

역시 동호회에서 활동해 보니 처음 3종경기에 입문하는 사람은 가격이 저렴한 입문용이나 아예 중고 사이클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부터 사이클에 대한 욕심이나 부담감 없이 기본 사양만 갖추거나 50만~60만원대 중고 사이클로 3종경기에 처음 입문하는 동호인들도 있었다.

연륜이 생기면서 새로운 장비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기록단축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동호인들은 경우에 따라 사이클 장비를 점차 전문용으로 바꿔 나갔다. 3종경기 대회장에 가보면 수백만원대에서 혹은 1000만 원을 넘는 고가의 사이클들이 마치 커다란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철인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 RCT6000.
▲ 나의 첫 애마 철인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 RCT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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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 RCT6000
▲ 나의 첫 애마 철인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 RCT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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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대회장소의 수많은 사이클들.
 트라이애슬론 대회장소의 수많은 사이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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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 알고보니 철인만 하는 게 아니네?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은 어원상 라틴어로 '3'을 뜻하는 tri와 '경기'를 뜻하는 athlon의 합성어다. 일반인들에게는 '철인3종경기'로 알려져 있어 이 스포츠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대단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철인(鐵人)'같은 체력이 아닐지라도 보통사람의  체력과 수영·사이클·마라톤에 대한 기본 훈련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물론, 3종경기의 풀코스, 혹은 킹코스(수영3.8㎞, 사이클180.2㎞, 마라톤42.195㎞를 제한시간 17시간내 완주)에 해당하는 아이언맨(Ironman) 대회는 아무나 도전해서 완주하기 힘든 대회이다. 이 대회에 참가하려면 최소한 몇 개월 동안 집중적이고도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반면에 일반인들이 '생활체육'으로 즐길 수 있는 올림픽코스(수영1.5㎞, 사이클40㎞, 마라톤10㎞, 일반적인 제한시간 3시간30분)는 세가지 종목에 대한 기본 실력만으로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는 대회이다. 경험자들이 틈틈히 '페이스메이커' 역할만 해주면 된다.

나는 내 생애 첫 자전거이자 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로 지난 2006년 9월, 하이서울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해 처음으로 '3종경기 머리'를 올렸다. 당시 사이클 코스는 바닷가 제방 옆에 길게 늘어선 해안도로였는데 바닷바람 때문에 무척이나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맞바람을 받을 때는 시속 10㎞를 내기도 힘들 정도였다.

2006년 9월, 3종경기의 시작.
▲ 나의 첫 애마 2006년 9월, 3종경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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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정비 중인 트라이애슬릿
 사이클 정비 중인 트라이애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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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사이클 '장비'보다 사람의 '엔진' 성능

3종경기에 참가경험이 많은 동호인들이 맞바람이나 오르막길에서도 꾸준한 속도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사이클 주행능력과 실력에 감탄한 적이 많다. 동호인들끼리는 '사이클보다는 엔진을' 즉, 비싼 사이클 장비보다는 사람의 근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항상 나눈다.

사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에어로(aero)자세'다. 공기역학상 공기저항을 적게 받기 위한 자세로 고양이가 등을 말아올린 상태와 비슷하게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사이클 장비의 능력보다는 이러한 기본기와 선수의 근력인 '엔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과 일반도로용 사이클과의 차이점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나의 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의 바퀴는 일반도로용 사이클에 비해 크기가 조금 작았다. 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은 장거리를 달리거나 선수들이 세 가지 종목을 동시에 운용하기 때문에 일반 사이클 사양과 조금은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트라이애슬론, 3종경기에서 나에게 처음으로 머리를 올리게 만든, 그래서 철인3종경기 입문용 사이클로 그 임무를 다한 나의 첫 사이클은 같은 동호회 회원이자 3종경기 입문을 앞둔 후보자에게 영예로운(?) 중고품으로 분양되었다.

18단 변속세트에 무게는 9.8㎏로 가볍고 크기도 아담했던 3종경기 입문용 '하얀 애마' RCT6000은, 지금쯤 또 다른 트라이애슬릿(triathlete, 일반적으로 트라이애슬론 선수를 말한다)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유바'를 잡고 경기 중인 트라이애슬릿.
 '유바'를 잡고 경기 중인 트라이애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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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바'를 잡고 경기 중인 트라이애슬릿.
 '드롭바'를 잡고 경기 중인 트라이애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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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자전거 시승기> 응모기사



태그:#트라이애슬론, #철인3종경기, #사이클, #랜스 암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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