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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8일 저녁 8시 40분]

 

총선을 12일 앞두고 여당 대표가 대구 지원유세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강재섭 대표는 28일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를 찾아 "대구·경북(TK)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최대주주"라고 치켜세우면서 "지난 10년간 받은 핍박을 이번 한 번에 만회하자"고 지역주의 망령을 한껏 자극했다.

 

통합민주당이 강 대표의 'TK 핍박' 발언의 쟁점화에 나서는 등 그의 발언이 한나라당의 비TK 지역 득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최대 취약지역인 충남을 방문한 데 이어 둘째날인 이날은 대구를 찾았다. 대구는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이지만, 공천 탈락에 반발한 '탈당 친박파'들의 거센 위협을 받고 있다.

 

대구 찾은 강재섭 "15년간 찍어줬으니 이번에도 왕창 밀어달라"

 

강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마이크를 잡았다. 강 대표는 "이때까지 15년간 (한나라당을) 찍어줬지 않느냐"며 대구·경북의 '무조건 한나라' 정서를 건드렸다. 자신을 소개하면서는 "대구·경북의 아들",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주주"라고 표현했다.

 

강 대표는 "위대한 대구·경북 시민들은 역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물길을 잡아주셨다"며 "지난 대선에서도 7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다. 누가 뭐래도 이명박 정부의 최대 주주는 대구시민, 경북도민 여러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강 대표는 지역주의를 부채질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강 대표는 "지난 10년간 대구·경북은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국가 예산이 쉽게 안 오고 어렵게 예산을 따와도 행정부가 뒷받침을 안해줬다. 정말 자존심 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우뚝 설 수 있다. 우리는 이 정부의 최대 주주"라며 "70% 이상의 지지율로 이명박 대통령을 밀어준 대구·경북이 한번 더 (한나라당을) 왕창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이제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경북이) 한나라당 후보를 뽑아주면 그간 피해 본 것을 한 번에 만회할 수 있다"며 "큰 머슴 밑에 작은 머슴이 과반에서 단 한 석만 더 많이 얻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15년간 (한나라당을) 찍어줬는데 이번에 잘못해서 이때까지의 정성이 다 날아가면 되겠느냐"며 "(과반의석 확보로) 정권교체를 잘 마무리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구·경북이 이명박 정부 최대 주주... 대구 공천 잘됐다"

 

강 대표는 당내 공천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강 대표는 "공천에 대해서 말이 많았지만 대구 공천은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다 경제전문가로 채웠다"고 평가했다.

 

경선 때 박근혜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친박연대당' 홍사덕 후보에 대해서는 '철새'로 평가절하했다.

 

강 대표는 "홍사덕은 돌고 돌아서 왜 여기로 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경북 영주, 서울 강남, 경기도 일산·광주에도 출마했다가 느닷없이 대구에 왔다. 이런 분이 철새지 누가 철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강 대표의 유세엔 대구시민 300여명이 시민이 모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강 대표의 손을 잡으며 "경제를 꼭 살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일부 상인은 손을 내미는 강 대표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 대표의 '대구·경북 핍박' 발언은 대선에서 승리한 뒤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집권당의 대표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조윤선 대변인은 "대구에 가보니 지역 분위기가 정말 가라앉아 있었다. 대구가 길이 넓고 가로수도 울창한데, 밤이 돼도 가로등을 하나도 안 켰다"며 "대구가 지난 10년간 타 지역보다 수혜를 덜 받아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강 대표의 발언을 해명했다.

 

조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대구지역에 7명의 '경제전문가'후보를 포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약속과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발언의 진의를 정치적 지역감정 자극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은 '지역감정은 망국병'이라는데 여당 대표는 왜?

 

그러나 강 대표가 비영남지역 유권자들이 예민하게 느낄 만한 발언을 했다는 데에는 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는 마침 이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에 대한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영남 출신 장차관의 수가 참여정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여당 대표가 자신의 출신지에 내려가 "우리가 이 정부의 최대주주"라는 말을 거침없이 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더구나 당 지도부에 참여하고 있는 정몽준 후보(서울 동작을 출마)가 전날 유세에서 "지역감정은 망국병인데 나라를 망치는 이 병이 선거철이면 나타난다. 이 망국병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아직도 많다"며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이용을 맹비난한 뒤에 나온 발언이어서 그의 처신에 대한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이 한결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대구·경북에서는 득표에 도움이 될 지 몰라도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역시 영남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말을 했다"며 "지역구까지 포기하고 전국 유세에 나선 강 대표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호재를 만난 통합민주당은 '강재섭 때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김재두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아무리 집안싸움으로 총선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강 대표가 지역감정을 부추겨서야 되겠냐"며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집단이 한나라당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증명됐다"며 강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유세 전 박정희생가보존회장 빈소 방문 "박근혜에 진심으로 위로"

 

한편, 이날 강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서문시장 유세 전에는 경북 구미에 마련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보존회장 고 김재학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보존을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고인이 이러게 허무하게 돌아가신 데 대해 당을 대표해 애도를 표한다"며 "이 일로 가슴 아파하는 박 전 대표에게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아무 보수도 없이 혼자 생가를 지켰다는 것은 원시적인 일이다. 국가원수의 생가는 국가가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애초 강 대표의 대구 지원유세 일정에는 빈소 방문 일정이 없었으나 이날 아침 추가됐다. 밤사이 강 대표의 지시로 조문 일정을 긴급히 넣었다고 조윤선 대변인은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머물렀다.

 

박 전 대표도 이날 첫 선거유세를 폈지만, 당 지도부에 대한 공격은 하지 않았다. 당 지원유세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입을 다물었다.

 

지역구 찾은 박근혜... "당 지원유세 계획은?"-"……"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달성군 다사읍 농협과 주요 아파트단지의 경로당, 마을 시장을 훑었다. 박 전 대표는 오후 3시께 다사읍 매곡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첫 유세를 폈다. 그러나 탈당한 친박 의원들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군민 여러분이 항상 저를 성원해주셔서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바른 정치를 해올 수 있었다"며 지역구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그는 "여러분의 지지 덕분으로 흔들리던 나라도 바로 잡을 수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믿을 수 있는 정치, 더욱 바른 정치로 나라의 잘못된 점들은 고쳐나가고 더욱 잘 사는 달성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역공약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저는 우리 달성군을 과학기술과 자연환경이 잘 조화된 첨단과학 환경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며 "이는 꿈으로 끝날 일이 아니고 반드시 실현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과 힘을 모아서 우리 대한민국이 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5분 남짓 유세를 마친 박 전 대표에게 한 기자가 '당 지원 유세 계획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태그:#18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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