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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하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사건의 여파로 미국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7년 12월 말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당초 전망치인 2.5∼2.7%에서 1.8∼2.5%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FRB는 지난 6개월간 금리를 5.25%에서 2.25%로 3%P나 내리고 부시 행정부는 1월 22일, 1500억 달러 상당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기도 하였지만 미국경제의 하락국면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3월 13일 칼라일 그룹 산하의 헤지펀드인 칼라일 캐피탈의 부도가 임박하였다는 소식이 떠돌기 시작하였다. 뒤이어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불리는 모건스탠리, 베어스턴스 등이 2007년 4/4분기에 처음으로 분기적자를 기록하였고 총 자산 4000억 달러로 평가되는 월가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3월 16일, 주당 2달러라는 헐값에 JP 모건체이스에 매각되고 말았다.

 

우리투자증권은 베어스턴스의 매각 원인이 "베어스턴스가 여타 투자은행과 비교하여 글로벌 투자은행 중에서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고 해외시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단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끝 모르고 추락하는 미국 경제... 떨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미국의 경제하강은 미국 경제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3월 12일 <파이낸셜 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경제가 세 가지 악순환 사이클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였다.

 

하나는 자산 가격 급락에 따른 유동성 악순환이다. 부동산·채권·주식시장에서 팔자주문이 쇄도하는 현상이다. 둘째로는 고용악화로 인한 지출감소, 세 번째로는 신용경색 탓에 금융권이 대출을 기피해 생긴 자금악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3월 13일자 보도에서 미국 금융경제인 중 71%가 미국이 경기침체(recession)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기침체는 사전적 의미로 GDP 성장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를 뜻한다.

 

이상의 사실관계를 살펴보았을 때 미국 경제는 현재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며 미국 경제 악화는 향후 세계경제의 화두로 부각할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이처럼 무너지게 된 원인은 바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건이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자금을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이라고 하고 이 가운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담보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지므로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이자가 2~3% 더 높다.

 

문제는 2005년 이후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006년 말 현재 1조4000억 달러로 미국 전체 모기지 대출(10조4000억 달러)의 13.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증시 시가총액의 7.1%, 전체 개인 신용의 11.0%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미국의 주택대출이 대규모 부실사태를 낳고 대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지금의 사태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체력이 고갈되고 소실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발 경기침체를 두고 경제전문가들이 경제 공황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것도 미국의 소비경제 규모가 더 이상 안정적으로 관리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조지 소로스는 FT에 낸 기고문에서 "현재의 금융위기는 미 주택시장의 거품으로 촉발됐으며 (미 경제는) 지난 60여 년 간 지속해온 슈퍼 호황(super - boom)의 끝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경제당국은 침체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가장 유력한 방식은 미국 경제 악순환의 고리를 세계시장으로 파급시켜 미국의 부담을 제3국에 전가하고 자기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미국인들이 해외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이유

 

 

현재 미국 경제의 문제는 시중에 유통시킬 자금이 고갈되고 있는 점이다. 미국 경제의 악화로 자본이 미국을 대거 떠나면서 달러화가 하락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하여 그동안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해가는 방식으로 유동성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한국주식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들 수 있다.

 

3월 16일 <연합뉴스>는 "미국이 올해 들어 한국주식시장에서 무려 13조 4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회수해갔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투자자본의 자금회수는 한국증권시장의 침체를 불러오게 된다.

 

그 결과 종합주가지수는 1600선까지도 붕괴되며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되었다. 또 자금회수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불러온다. 한국금융시장에 달러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달리 한국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은 미국자본의 이탈현상 때문이다. 달러환율이 오르게 되면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분야는 원료물자를 그만큼 높은 환율로 사와야 하므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자동차, IT 등 일부 수출업계에서 환율상승으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전망도 있지만 환율상승은 물가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경제계에서는 아직 환율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경제의 침체 국면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므로 환율상승은 지속적으로 한국경제를 괴롭힐 수 있다.

 

달러가치 하락은 유가 폭등으로 이어진다

 

사실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은 한국경제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미국의 금융자본이 회수되어 한국을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특수한 현상이고 세계적 차원에서 달러화는 미국경제의 전반적 침체로 인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러화의 약세는 석유가격의 폭등으로 나타난다. 이라크 전쟁을 전후한 국면에서 국제유가가 상승하던 상황은 중동지역의 불안정 등이 주된 이유였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기록적으로 오르는 현상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3월 14일 "미국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 중질유의 선물유가가 배럴(158.9리터)당 110달러까지 상승하였다"고 하였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99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불안한 달러화의 하락은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쉬운 말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니까 가치평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3월 14일 국제금값은 사상 최초로 온스(28.35g)당 1000달러에 거래되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32%, 올해 초보다 20%나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경향은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경제사정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 4위의 석유 수입국인 한국의 경제가 직격탄을 맞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국제원자재 가격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3월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가공단계별 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원재료 물가는 작년 2월에 비해 45.0%나 치솟아 1월 45.1%에 이어 45%대의 상승률을 이어갔다.

 

원유·금속소재 등 국제상품 가격 상승으로 수입 광산품(55%)과 수입공산품 (37.6%)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원재료 물가상승은 밀, 대두, 옥수수 등 수입곡물 가격이 작년 2월에 비해 무려 71%나 증가하여 전체 상승폭을 주도하였다.

 

미국이 세계곡물시장의 80% 가량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1년새 70%가 오르는 기록적인 곡물가격의 상승을 달러화 하락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미국경제의 침체로 인해 손실되는 자금을 해외시장에서 만회하려는 상황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그 결과 중간재는 작년 2월에 비해 12.9%가 뛰어 올랐고 재화부문의 종합 인플레이션 측정지표인 최종재 물가는 지난해 2월보다 3.5% 올랐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현재 국제시장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을 주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국제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경제 악화의 진원지는 미국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을 보면 한국경제가 현재 타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미국경제가 침체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날로 침체하는 자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한국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 가고 원자재 가격의 상승폭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고 있다.

 

결국 현재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경제 악재의 진원지는 미국이다. 한국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 증시가 하락한 것도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문이며 그로 인해 환율이 올라 수입업계가 울상을 짓는 것도 미국의 자본회수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석유가격과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도 경제악재인데 곡물가격이 1년새 70%가 오르는 현상은 한국의 민생경제에 커다란 악재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 민생경제의 각종 지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증시의 자금은 빠져나가고 중소기업은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리며 국민들은 날로 오르는 물가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 상황은 미국경제가 침체하여 미국 독점자본이 한국을 비롯한 제3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는 방식을 통해 이들 국가가 경제침체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맡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미의존성 극복이 과제

 

현 상황에서 미국발 경제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경제체제는 바로 한국과 같은 해외의존성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다. 현재 한국의 물가상승과 경제위기도 미국에서 불어오는 악재탓이다. 오늘날 한국경제가 이처럼 미국경제침체의 영향을 받는 것은 한국경제가 그동안 너무 외국자본 유치에 의존한 대외개방형 경제를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대외의존성 경제는 외국자본이 자본을 회수하면 직접적 타격을 받는 약점이 있다. 이것은 10년 전 IMF 구제금융 사태가 우리에게 준 심각한 교훈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지난날 IMF 구제금융 사태를 불러왔던 개방을 통한 외국자본 유치와 한-미 FTA를 통한 경제발전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실로 우려할 상황이다.

 

미국경제가 몰락하고 있는데 거기에 기대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주장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경제는 무엇보다도 내수시장의 소비를 진작시키고 중소기업을 근간으로 하는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바탕으로 대외시장에 대한 자립도를 키워나가야 한다. 수출입 시장의 다변화와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 전환 등은 그래서 필요하다. 

 

오늘날의 미국이 번영의 상징이 아니라 번영의 짐이 된다는 것은 이미 현실 경제지표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과제는 경제에서 대미의존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나라경제를 외국자본으로 해결하려다간 제2의 IMF를 맞을 수 있다.

 

 현재 감지되는 각종 물가상승으로 인한 민생경제의 경색은 제2의 IMF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전조등임을 정부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경제과학분과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경제위기, #물가상승, #서브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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