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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권리를 말한다> 겉표지
 <나의 권리를 말한다> 겉표지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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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어긋난 자식 사랑이 빚어낸 폭행 사건으로 세상이 들썩이던 무렵, 고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한 교사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렸다.

"고물상 내 아버지는 못 누렸지만 김 회장이 100% 누린 '피의자 인권'"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단박에 메인 기사로 올라 <오마이뉴스>에서만 60개가 넘는 댓글(댓댓글 포함 160개)이 붙는 등 격렬하고 뜨거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그는 2007년 6월에는 <오마이뉴스>의 연재기사 <뉴스게릴라를 찾아서>의 열여섯 번째 인터뷰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바로 그 사람, 현직 교사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한 전대원씨가 책을 냈다.

"현직 '법과 사회' 교사가 쓴, 사람 편드는 권리 이야기"라는 설명이 결코 과장이 아닌 책, 바로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 - 나의 권리를 말한다> (뜨인돌 펴냄, 1만1000원)이다.

전 교사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 한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을 것을 독자들에게 요구하고 이를 알리려 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라는 말을 신뢰하지도 않고, 추구해야할 가치로 생각지도 않는다"는 그는 "법이 추구해야할 방향은 낮은 자를 향한 따뜻한 배려"여야 한다고 말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라는 말, 신뢰하지 않아"

교사가 되어 마주한 학교가 자신의 학창시절과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며 강제 야간자율학습에 신음하고, 공부하러 와서 매 맞고 가는 대한민국 학생들이 학교 때문에 불행하다고 안타까워한다. 또 자신의 경험을 빌려 출산·육아와 관련한 모성권의 소중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을 일러 "그래도 국민"이라며 옹호하고, 부유층이나 권세를 가진 집안 아들들의 군 면제가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나타나는 기독교의 배타적 선교방식을 비판하고, 사학법 개정 논란 과정에서 기독교 사학들이 보여준 '위선'을 꼬집기도 한다.

이 밖에도 행복추구권, 천부인권, 건강권, 노동기본권 등 기본적인 사람의 권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물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건을 두고 쓴 문제의 글도 '피의자 인권' 항목 아래 당당하게 수록돼 있다.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학생들이 읽어도 좋고, 아직 자신의 권리를 잘 찾아 누릴 줄 모르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읽어두면 훌륭한 부교재 노릇을 할 터이다. 읽은 내용을 다른 이들과 나누면 더욱 좋겠다.

이 책은 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08년 3월 읽을 만한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책을 추천했다.

"권리에 대한 이해는 곧 그 사회에 대한 이해에 다름 아니며 억압이나 부조리와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권리를 아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씌어진 이 책은 현직 사회과목 교사가 쓴 책답게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평범한 언어로 중요한 우리 사회의 권리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다만 교육권을 설명하면서 '인권 감수성'을 "상대방의 인권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호하려는 감각을 일컫는 말"이라고 범위를 '상대방'으로 한정하여 정의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 인권 감수성은 '상대방의 인권'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권'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인권에 민감하게 반응(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말하면서 용어를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쓰고 있는데 이 역시 관련 단체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바꾸어 쓰는 추세와 거리가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했을 때 이를 비판하는 이들이 "그럼 군대에 가는 우리는 비양심적이냐?"라는 억지 논리로 맞서자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고 병역거부가 자신의 양심에 따른 선택 행위임을 좀 더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용어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사소하지만 민감한 부분인 만큼 2쇄부터는 수정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성큼성큼 읽혀지기를 바란다.


나의 권리를 말한다 -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

전대원 지음, 뜨인돌(2008)


태그:#권리, #김승연, #사회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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