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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인상이 참 좋은 전대원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김귀현

"3시간이요? 정말 3시간밖에 안 걸렸어요?"

믿을 수가 없었다. 그 긴 기사를 어찌 3시간만에 쓸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내용까지 꽉 찬 기사다.

그 기사는 지난 5월 초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 대해, 고등학교 '법과 사회' 과목 교사의 관점에서 쓴 '고물상 내 아버지는 못 누렸지만, 김 회장이 100% 누린 피의자 인권'☞ 기사 바로 가기이다. 기사를 쓴 주인공은 바로 전대원(37) 시민기자.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누려야 할 '피의자 인권'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풀어내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것이 정말 <오마이뉴스>다운 기사다'라며 극찬을 받았다. 이런 기사를 빠른 시간에 써낸 비결을 전 기자에게 물었다.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제가 '법과 사회' 선생이잖아요. 제가 쓴 내용 대부분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에요. 그래서 남들보다 쉽게 쓸 수 있었어요. 교사가 아니면 쓰기 힘든 기사죠. 이게 바로 모든 시민이 기자인 <오마이뉴스>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의자 인권? 그거 다 교과서에 있어요"

▲ 전대원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김귀현
지난 1일, 경기도 하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전대원 시민기자를 만났다.

전 기자는 인상이 참 좋았다. "인상이 좋다는 소리 많이 듣지 않나"라고 묻자, "인상 좋다는 소리도 듣지만, 바보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보는 사람마저 기분좋게 하는 웃음이다.

이렇게 좋은 인상을 가졌지만, 그의 글은 날카롭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이번 김승연 사건을 바라보는 눈은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예리했다.

"김승연 사건이 터졌을 때, 말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보수 언론은 '김승연 회장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주장하고, 진보 언론은 '법 앞의 평등'을 부르짖고…. 하지만 정답은 딱 하나였죠."

그 하나뿐인 정답이 전 기자는 바로 '교과서'에 있다고 말한다.

"교과서에 보면 '법 원칙에 따르라'란 말이 있어요. 이 사건도 법대로만 하면 되는 거죠. 재벌이라고 가중처벌하지 않고 봐주지도 않으며, 보통 사람에게 적용되는 법 원칙으로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죠. 답이 다 나와있어요"

"직업기자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기사를 쓴다"

전대원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활동한 기간은 햇수로 7년이다. 2001년 7월 '조선일보 편가르기 비난기사가 가지는 자가당착' 기사로 시민기자 활동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긴 활동 기간 동안 전기자가 쓴 기사는 단 16편. 기간에 비해 기사 수는 적다.

기사 수는 적지만 번번이 홈런을 터뜨렸다. 2007년에는 올린 4개의 기사가 모두 메인 톱기사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너무 안 쓴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기존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기사들은 내가 직업기자들보다 더 잘 쓸 수 없는 기사입니다. 하지만 내가 '직업 기자보다 잘 쓸 수 있겠다' 싶은 것은 정말 열심히 씁니다. 내가 교사라서 교육기사를 잘 쓸 수 있는 것이고, 내가 임대주택을 잘 알기 때문에 임대주택 기사를 직업기자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것이죠. 직업기자보다 못 쓸 것 같은 기사는 쓰지 않아요"

전 기자는 또한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글을 쓰고 싶은 게 자주 쓰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의 기사를 보다 보면 '이제 이 이야기는 안 해줘도 되는데' 생각이 드는 기사가 많다"며 "그건 <오마이뉴스>도 예외는 아니다. 독특한 시각의 새로운 뉴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마이뉴스>가 사소한 것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제목만 보고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고 클릭을 하면 별 거 없는 기사가 종종 보인다"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전대원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활동은 안 하지만, 분명히 역량있는 시민기자들이 많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을 직접 찾아내어 발굴해내는 것이 <오마이뉴스>의 과제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라."

학교가 싫었던 고교생, 학교로 돌아오다

전대원 기자는 고등학교 때 학교가 정말 싫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선생님이 되어서 말이다. 2002년 교사로 임용되어 학교로 다시 돌아온 까닭을 물었다.

"학교가 정말 싫었어요. 그래도 사회 과목은 참 좋아했죠. 대학에 갈 때가 되니, 학교가 싫은 이유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사회학을 전공으로 택했죠. 졸업할 무렵 그 이유를 알고 나니, 내가 직접 가서, 학교를 좀 바꿔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학교를 바꿀 생각을 하는 교사들은 많다"며 "단지 실천하기가 힘들 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이 있었을 때, 교육부에서 '탄핵에 대해 수업시간에 언급하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왔어요. 하지만 어찌 사회 선생이 사회의 가장 큰 이슈를 수업시간에 언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결국 언급을 했습니다. 물론 나의 주장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했죠."

물론 이런 일들 때문에 전 기자는, 아니 전 선생님은 줄곧 교장실에 불려 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시민으로서 사회의식을 키운다'는 사회 과목 목표를 들며 조근조근 설명을 한다고 한다. 물론 아직은 안 먹히는 경우가 더 많지만….

"세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을 믿습니다"

▲ '교과서 중심의 사고가 세상을 바꿀 것' 이라는 전대원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김귀현
"지지하는 사람 모두 대통령 되었죠."

전대원 기자는 교사가 되기 전, 1996년부터 정치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의 주장을 펼친 곳은 바로 PC통신. '열린 마당'이라는 게시판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그가 가장 활발하게 게시판 활동을 한 때는 1997년, 대선이 있는 해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많이 올렸고, 결국 그가 당선이 되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2000년이 되면서 그는 인터넷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지금까지도 정치 포털 '서프라이즈'에서 그의 이름은 몰라도 아이디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유명인이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글들을 올렸고 또 당선이 되었다. 결국 지지하는 두 후보가 모두 당선된 셈. 그는 지금도 "나는 노무현의 절대적 지지자"라고 당당히 밝힌다.

인터넷에서 강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물었다.

"사회과목의 교육 목표 중 하나가 '책임의식 배양'입니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바꾸기 위해 시민으로서 나름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시민의 책무입니다. 저는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죠. 수업 시간에 이론만 줄줄이 얘기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 돼요. 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민의 힘을 믿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교과서'를 강조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교과서에 나온 대로, 교과서에 기본을 두고 모든 것을 하면, 이렇게 사회가 갈등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법 원칙을 따르라' '언론은 진실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교과서 중심의 사고', 즉 기본을 지키는 사고가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믿습니다."

태그:#뉴스게릴라를 찾아서, #전대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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