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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이 말썽을 부린다고 네 살, 다섯 살 아이 옷을 홀딱 벗겨서 추운 겨울에 문밖으로 내쫓았다. 아이는 문밖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선생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렸다. 지난 1월 말 <오마이뉴스>가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용산 어린이집 '알몸 체벌' 사건, 이런 체벌은 과연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그런 체벌은 큰 충격이기 때문에 아이한테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아동을 보호하고 교육할 사람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도 평가할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서 학대'에 가까운 체벌을 실시한 어린이집과 교사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런 '정서 학대'를 받은 아이야말로 도움이 절실하고, 이를 보완할 시스템이 만들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등 아이 심리를 알려주는 책을 다수 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알몸체벌은 아이에게 불안함·수치심·공포심을 같이 유발"

- 네 살, 다섯 살인 아이가 '알몸 체벌'을 받았다. 아이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불안함을 유발할 거다. 수치심과 공포심을 같이 유발하는 방법이다. 큰 애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그 연령 아이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체벌이라고 본다. 불안이 표출될 수 있고 자아상이 나빠질 수도 있고, 전반적으로 반항적으로 되거나 너무 유순해지거나 된다. 애들 태도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확 꺾이거나, 반항적으로 나타난다.

'알몸 체벌'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알몸 체벌'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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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뉴스 보고 의아했다. 왜 그 아이들이 병원에 안 가나? 저 정도면 애들이 집에 와서 얘기할 테고, 아이가 부산해지거나 뭔가 다르단 걸 느꼈을 수도 있는데."

- 아이들이 말을 안 한 게 그 선생이 그랬다더라. 만약 엄마한테 말을 하면, 경찰서에 신고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말을 안 했다던데?
"그건 그 선생이 위협까지 한 거다. 그럼 그 아이는 더 불안했을 거다. 뭔가 낌새가 이상했을 거다. 어린이집에 안 가려고 했을 텐데. 만약 어린이집 친구가 때리고 괴롭히면 안 가려고 한다. 엄마한테 이야기 안 해도, 뭔가 민감한 부분이 있었을 거다."

- 아이가 밤에 오줌을 싸고 그랬다더라. 나중에 이 일이 터진 뒤인가, 경기도 했다더라.
"오줌을 쌌다면, 그게 불안한 증상이다."

- 그 아이들에 대한 심리 치료가 필요한가?
"애가 어떤 상황인지 일단 봐야지 심리 치료가 필요한지 볼 수 있다. 그 아이한테 (어린이집 교사가) 그렇게 체벌하고 위협하고 그랬다면, 아이 엄마도 같이 봐야 한다. 아이 행동을 체크하면 다 나타난다."

"정서적으로 놀란 건 절대 그냥 잊혀지지 않아"

- 아이가 벌거벗겨져 바깥에 내쫓기는 체벌을 당했다. 그래도 아이한테 별 문제 없거나 그냥 저절로 괜찮아질 수도 있나?
"그건 굉장히 큰 충격이기 때문에 잘 평가하면 여러 측면에 문제가 있다. 정서적으로 놀란 건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유야무야 아무렇지 않게 다닌다면, 아이한테 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너무하지 않나? 애가 그런 어려움을 겪었다면, 그 애한테 충격이잖나. 아이 마음속에서 그게 어떻게 극복이 되나."

파란색 원 안이 '알몸 체벌' 장소로, 이곳은 ㅂ어린이집의 2층 비상계단 난간으로 알려졌다.
 파란색 원 안이 '알몸 체벌' 장소로, 이곳은 ㅂ어린이집의 2층 비상계단 난간으로 알려졌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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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보호할 사람의 정신 건강을 평가할 제도 필요"

- 문제가 된 그 교사 말고, 그 어린이집 다른 교사는 아이가 말썽을 부리면, 그 아이를 컴컴한 방에 가둬놓고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았다고 하던데, 그건 괜찮나?
"그것도 말도 안 된다. ('알몸 체벌'과) 오십보백보다. 무슨 위원회를 만들거나 해서라도 그 사람들을 평가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들 인권을 침해하겠단 소리가 아니다. 그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서, 아이들을 맡겨도 되는지 봐야한다."

-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요즘 많다. 그걸로 도움이 될까?
"글쎄다. CCTV를 구석구석에도 설치하겠나? '눈 가리고 아웅'일 수 있다. CCTV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들은 언어도 떨어지고 스스로 보호도 안 돼서 생기는 문제다. 일단 문제가 된 교사들을 엄격하게 잘 평가해서 그 사람들이 다시 아이들을 보호할지 말지 봐야 한다. 그런 제도가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게 될 텐데, 그럼 아이 맡길 데도 없지 않겠나?

지금껏 (육아지원책이라고 해서) 보육료 무상지원이라던가 그런 걸 선심성으로 많이 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작업보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보육료를 준다. 공짜로 보육을 받게 해준다. 하지만 보육료 공짜보다 그 아이한테 특수교사를 붙여줘야 한다. 아이가 장애 있으면 부모한테 그 아이가 공짜로 시설에 다니게 해주기보다 그 아이가 제대로 교육을 받고 그럴 수 있도록 돈을 줘야 한다. 지금껏 보육의 질을 높이는 작업보다 그냥 돈을 주는 작업으로 많이 가는데, 방향을 잡을 때 그리 잡으면 안 된다."


태그:#알몸 체벌, #신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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