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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피해자 엄마 중의 한명입니다. 겨울에 일어났던 알몸체벌을 다들 기억하시지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의 제보창에 뜬 글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50여일 전 '알몸체벌' 사진 제보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 사건이 보도된 뒤 모든 언론이 나서서 떠들썩거렸지만, 경찰과 구청 등의 미온적 태도에 화가 난다는 내용입니다. 한편으로는 '냄비언론'의 폐단을 꾸짖는 말이기도 합니다. 당시 이를 첫 보도한 <오마이뉴스>는 2차 제보자의 말처럼 '알몸체벌, 그 후' 바뀐 게 없는지 등을 후속 취재해 보았습니다. [편집자말]
파란색 원 안이 '알몸 체벌' 장소로, 이곳은 ㅂ어린이집의 2층 비상계단 난간으로 알려졌다.
 파란색 원 안이 '알몸 체벌' 장소로, 이곳은 ㅂ어린이집의 2층 비상계단 난간으로 알려졌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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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이 이상하다. 아이들이 거짓말 하겠나? 아이들이 피해자인데 어떻게 애들 말이 증거가 될 수 없는 건가?"

용산 어린이집 '알몸 체벌' 사건을 겪은 지연(4·가명)이 엄마는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이 터진 지 두 달이 돼가지만, 처벌도 책임도 없기 때문이다. 5살 먹은 아이들도 앞다퉈 "벌거벗고 밖에 나갔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5살 미만 아이가 한 말은 증언으로 채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 사건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돌아가기나 하는지 궁금했다. 경찰에 전화해도 만날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기다려라." "모르겠다." "검찰에 넘어갔다."

한겨울에 네댓살 아이를 벌거벗겨 바깥으로 내쫓은 교사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만날 수도 없었다.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교사에 대한 '구속 영장'도 두 번이나 기각됐다고 했다. 정신병원에 있어서라고 했다. 지난 3월 8일 MBC <뉴스 후>는 "어린이집 원장은 3개월, 교사는 2개월 자격정지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15일 밤 기자가 만나본 지연이 엄마는 "이젠 애한테 '모든 것엔 증거가 필요하다, 핸드폰 동영상 찍어놔라'고 가르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르쳐야 된다는 게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다. 

말도 곧잘 하던 아이가 1년 넘게 그런 체벌을 받고도 왜 엄마에게 말 안했는지, 그는 뒤늦게 알았다. 아이는 "엄마한테 말하면, 선생님이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그랬어"라고 했다.

"알몸 체벌 집에 말하면 경찰서 신고한다"

용산 어린이집 '알몸 체벌' 피해 어린이와 엄마.
 용산 어린이집 '알몸 체벌' 피해 어린이와 엄마.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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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처음엔 ('알몸체벌' 사건이 언론에 난 뒤) 마음이 맞는 부모 8명이 그 교사를 고소했다. 사건 다음날 (교사가) 진술서 쓰고, 고소하고, 그 다음날 마포아동보호센터인가? 아이들 취재하러 온다고 해서 그걸로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며칠 있다가 용산구청 사회복지과를 찾아가 담당자를 만나서 엄마들이 항의했다. 그 교사는 정신병원 들어가 있고, 우리 애들은…. 우리 애들 상황이 심각했다. 낮엔 바지에 오줌싸고, 밤마다 경기하고 울고 그랬다. 계속…. 그 일이 있기 전부터 밤에 울었는데, 일이 터지고 나선 밤에 경기까지 하고 울었다. 우리 애 뿐만 아니고 다른 애들도 그랬다."

- 뉴스가 나기 전엔 아이가 왜 그런 지 몰랐나?
"커가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여름 지나고 가을·겨울부터 많이 울더라. 그리고 지연이 같은 경우 1년 동안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러더니 부비동염·축농증까지 왔다. 코감기가 오래 가면 부비동염인데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더라. 커가면서 없어지거나 나중에 커서 수술해야 한다는 거다. 다른 엄마들한테 다 물어봤다. 다른 애들도 그런지."

- 밖에 알몸으로 세워놨는지?
"옷 벗고 밖에 나갔다고 말한 애가 똑같이 말한 애들이 3명이다. . 그건 숨길 수 없는 거 아닌가."

- 애들은 뭐라고 말하나?
"많이 나갔다고 하더라. 5번 나갔다고. 그런데 애들은 (다섯손가락을 펴 보이며) 이건 많은 거고, (손가락 한 개를 펴보이며) 한 번은 조금인 거잖아. 너무 가슴이 아파서 다음부터 안 물어본다.

그런데 우리 애는 다른 애들보다 빨라서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왜 엄마한테 그걸 말 안 했냐고 물어보니까, (우리 애가) 선생님이 '엄마한테 말을 하면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그랬단다. 그게 무서워서 1년 넘게 말은 안 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너무 미안한 거다. 우리 애는 그렇게 말을 했다. 다른 애들은 모르겠는데…."

- 어떤 선생님이 나가라고 했는지 지연이가 기억하나?
"그럼. 담임이 그랬단다. 그 문은 그 반에서만 나갈 수 있다. 그 반 뒤에 있는 문이거든."

어두운 방에 가두고, 갓난아기 맡기고

- 지금 5살, 지난해 4살 반이 그 반 그대로인가?
"그렇다. 지금 고소한 엄마들이 토끼반이 5명이고, 다른 코끼리 반이 2명이다. 그 어린이집 2층에 미끄럼틀 있는 놀이방이 있다. 그런데 코끼리반 선생님은 거기 애들을 가둔다더라. 애들이 말 안 들으면 거기 불꺼놓고 가두고 클래식 음악을 틀어준다는 거다. 그래서 같이 고소하게 된 거다."

- 그걸 어찌 알았나?
"이 일이 드러나니까 그제야 애가 말했다고 한다. 그 애가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안 들으려고 한다더라. 또 어떤 엄마가 봤더니, 다 모여서 애들이 생일 파티를 하는데 우리 애가 빈 방에서 혼자 갓난쟁이를 보고 있더란다. 그 엄마가 '너 여기서 왜 애보고 있어?' 그랬더니 '선생님 말을 안 들어서, 애 보라고 했어'라 했다는 거다. 여기선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데, 우리 애는 저기서 갓난쟁이를 보고 있었다고 하더라."

- 애가 애를 보고 있더란 건가?
"맞다. 그러다 큰일나면 어떻게 하라고. 그건 그 엄마가 보고 말을 해 준거다. 너무 기가 막힌 거다. 물론 이 나이대 애들이 돌보기 힘들고 귀찮겠지. 그래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잖나. 그러니 어디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해도 맘이 안 놓이는 거지.

그리고 우리 애들을 검사받게 해달라고 해서 용산 중대 부속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구청에서 해줘서."

- 아이들 검사를 얼마나 받았나? 결과는 나왔나?

"아직 아이들이 다 받진 않았다. 한 4명 정도는 결과나온 걸로 안다. ('알몸 체벌'로) 사진에 나온 아이는 검사를 미리 해줬다. 그 아이는 아무 일 없다고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이가 바지에 오줌 싸고 밤에 경기하는 게, 체벌로 인해서 그런 게 아니라 환경이 바뀌어서 이럴 수도 있단 거다. 그 일로 어린이집 옮겨서 거기 적응해야 하니까. 많이 좋다고 나왔지만 그래도 아이가 좀 불안한데, 놀이치료 받고 싶으면 받으라고 하더라."

- 놀이치료비는 구청에서 내는 건가?

"그런 걸로 알고 있다. 비용은 구청에서 대주겠다고. 어머니들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처음 진료받고 검사날짜 받고 검사까지 해서, 3번 병원에 가는데, 처음엔 구청에서 차로 데려다 줬다.

그러다 구청에서 우리한테만 매달릴 수가 없었나보다. 나중에는 '어머니들이 자비로 다니시고 영수증을 끊어오면 해주겠다'고 그러더라."

용산 어린이집 '알몸 체벌' 피해 아이 부모는 지금 사건이 어찌 돌아가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사진은 피해 어린이네 집의 인형.
 용산 어린이집 '알몸 체벌' 피해 아이 부모는 지금 사건이 어찌 돌아가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사진은 피해 어린이네 집의 인형.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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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체벌' 교사, 정신병원에 입원중이라 구속 안 된다고"

- '알몸 체벌' 했다는 교사는 아직도 입원 중인가?
"폐쇄병동에 있다. 아무도 면회도 안 된다고 경찰서에서 그러더라."

- 지금 그 교사를 고소했지 않나. 거기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두 번이나 검사한테 영장을 신청했는데, 그게 기각이 됐다더라. 정신병원에 있어서 구속은 안 된다더라."

- 그럼 그 사건에 대한 조사도 진행이 안 된다는 건가?
"2번인가 그 교사를 불렀다더라. 처음에 경찰서에서 조사했을 때, 사건에 대해 따지러 구청에 가면서 경찰서도 갔거든. 그런데 그 교사가 (언론에 나온) 사진 하나만 인정한다고 하더라. 증거가 없으니까 기각이 된 것이다. 내가 법을 잘 모르니까 너무 억울한 거다."

- 그 사진은 하나지만, 목격자 말은 예전에도 봤고 당시 사건이 두번째라서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데, 경찰이 목격자 조사 안하나? 참고 자료나 증거이 전혀 되지 않는단 건가?
"(목격자 조사)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이 이상한 게, 아이들이 거짓말 하겠나? 엄마들이 애들한테 '나갔다고 해' 이렇게 시키는 게 아니잖나? 그런데 어떻게 애들 말이 증거가 될 수 없는 건가? 아이들이 피해자잖아."

- 애들 말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얘기 하나?

"5살 미만은 안 된다더라. 경찰에서. '증거 불충분'이라더라. 아이를 데리고 나간 걸 본 게 아니니까 증거가 안 된다고 한다. 처음 경찰관은 애들 말도 증거가 된다고 말했는데, 아니었다."

- 그러니까 아이가 알몸으로 밖에 나간 사진만 있지, 아이를 데리고 나간 걸 본 사람이 없단 건가?그 교사가 데리고 나갔다고 자백했다는 거 밖에 없단 건가?
"(그 교사가) 한 명만 그랬다고 인정을 하는 거지. 딴 애들은 인정을 안 하고. 그렇지만 우리는 사진만 안 나왔다 뿐이지, 똑같은 피해자잖아. 그러니까 너무 억울한 거다. 오늘도 경찰에 전화해봤다. 전화해도 만날 똑같은 말만 한다. '아직 더 기다려야 되겠다.' '교사는 정신병원에 있다.' '아직 모르겠다.' '(검찰에) 넘어갔다.' '다시 넘어왔다.' 헛갈리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한다. 우리가 너무 답답해서 경찰하고 구청하고 쫓아간 거다."

"5살 증언은 증거 채택 안 돼... 우린 너무 억울하다"

서울용산경찰서가 발송한 '사건 처리 진행상황 통지', 서울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불구속 송치 중'이라고 적어놓았다.
 서울용산경찰서가 발송한 '사건 처리 진행상황 통지', 서울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불구속 송치 중'이라고 적어놓았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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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교사만 고소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다른 사람은 (고소를) 안 했다. 경찰에 물어봤는데, 어린이집·교사·원장까지 셋을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엄마들이 너무 몰라서…. 변호사를 사서 하는 게 나을텐데, 변호사비가 만만치 않아서…. (종이 한 장을 챙겨와 보여주며) 경찰서에서 이게 날아왔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거 하나 딱 왔다. 전화 온 것도 없고. "

- 정신적 폭력을 입증하려면 검사 결과가 나와야 할 텐데?
"그래서 너무 힘든 거다. 어린이집 원장 할머니는 또 교사를 고소했다. 그러니까 자기네는 교사 때문에 문을 닫았고 (알몸체벌)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 어린이집은 얼마 안 있으면 다시 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너무 웃긴 거 같다. 어린이집 원장 3개월, 교사 2개월 자격정지라니, 말이 안 된다. 또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또 2개월 정지? 또 2개월 정지? 그렇게 추울 때 내보냈으면, 애들이 죽지 않고 폐렴 안 걸린 게 다행이지. 애들이 폐렴까지 가서 죽어야만 그 때야 처벌하실 건지.

난 지연이 하나뿐이다. 지금은 너무 불안하다. 그런 일 있어도 애가 말을 안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렇게 하면 애를 끼고 다닐 수도 없고, 어디 보낼 수가 있나. 커서 엄마 말을 듣게 되면 '모든 것엔 증거가 필요하다. 휴대폰 동영상 찍어놔라.' 애한테 그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르쳐야 된다는 게 너무 불쌍하다."


태그:#알몸 체벌, #아동, #용산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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