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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 선진당 입당한 이용희 "내가 하는 야당이 정통 야당"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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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선진당에 입당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반드시 어떤 논리로든 '변신의 변'을 밝히게 돼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통과의례'인 셈이다. 

 

특히 통합민주당(옛 열린우리당·민주당) 출신 의원들의 경우에는 전혀 정책과 노선이 다른 당으로 말을 바꿔탄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가슴에 와닿지까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해줄 만한 설명을 하는 정치인도 찾기 힘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선택 기준은 이념도 노선도 아닌 오직 '정치수명 연장'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침을 뱉을 수밖에 없다. 

 

이용희 "나는 원래 극우... 그간 진보세력으로 몰려 서운했다"

 

"나는 원래 극우다."

 

이용희 국회 부의장의 말이다. 이 부의장은 17일 자유선진당에 입당하면서 이같은 정체성 고백을 했다.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탈당했던 그는 이 날 '선진당 행'을 결행했다.

 

이 부의장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선진당행을 결정할 때 이념이나 노선 차이로 고민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뜻밖의 과감한 답변을 내놨다. 자신은 본래 극우주의자라는 것이다.

 

이 부의장은 "개인적으로는 나는 극우·진짜 보수다, 내가 원래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이다"라고 답했다. 그간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오해'받아 억울하다는 점도 토로했다. "그간 속해있던 당(통합민주당) 때문에 진보세력으로 몰려 사실 서운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야당의 정체성도 정통성도 다 없어지지 않았느냐, 모두 '한나라당 3중대'다, 원래 야당의 뿌리인 내가 (동참)하는 야당이 바로 정통 야당"이라고 자신의 결정을 치켜세웠다

 

본인 말대로 이 부의장은 '정통 야당' 출신이다. '통일민주당 부총재, 평민당 부총재, 민주당 상임고문, 국민회의 부총재,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이 그의 주요 경력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정통 야당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러니 이런 정통야당의 맥이 선진당으로 이어진다는 그의 주장은 너무 낯뜨겁다. 

 

게다가 자신의 정치행로와 정반대에 섰던 이회창 총재의 손을 잡으면서 "사실 나는 극우였다"며 '고백성사'를 했다. 이 한 마디로 그는 평생 쌓아온 정치적 자산을 간단히 부정해버렸다.

 

김혁규 "나는 '친노' 아니다", 그러나 불과 다섯 달 전엔...

 

그간 선진당에 합류한 국회의원들도 이 부의장과 그리 다르지 않은 말로 자신의 선택을 포장했다.

 

지난 해 12월 11일, 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이회창 캠프에 합류한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보자. 그는 대표적 '친노' 인사로 꼽혔다. 그러나 그는 '창캠프'의 문을 열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친노가 아니다."

 

그 역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언론에서 저를 보고 늘 '친노'라고 보도해왔는데 저는 친노가 아니다, 그간 이렇게 얘기하면 유치한 이야기 같아서 아무 소리도 안하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불과 5개월 전,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열린우리당에 몸담고 일을 한 사람들은 전부 참여정부와 같이 한 거죠. 전부 '친노'입니다. '반노' 하려면 한나라당에 가서 해야지…."

 

한 인터넷 언론과 한 '여권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에서였다. 그는 '친노'인 걸까, '반노'인 걸까. 자기부정까지 하며 이 총재의 편에 섰던 그는 지금은 선진당 합류를 거부한 채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미스터 쓴소리'도 배지 앞에선 소신 꺾어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의원도 소신을 꺾긴 마찬가지였다. 정통 민주세력의 길을 걸어온 조 의원은 자신의 선택에 이런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역사는 앞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도 있는 것이다. 저도 군사정권 하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과거는 '민주대 반민주'의 정치구도였다.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났다. 선진화의 시대로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한다. 정치도 선진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다른 위치에 있었더라도 한자리에 모인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2월 11일 입당 기자회견에서)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모두 자신이 속했던 정당에서 설 자리를 잃자, 새 둥지를 찾아 떠난 정치인들이라는 점이다. 정가에서 선진당을 두고 '퇴물 철새들의 낡은 둥지'라는 비아냥이 나도는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당'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

 

그래서 정치인과 정당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정당을 선택하는 순간, 그와 정당은 한몸이 되는 것이다. 정치수명 연장을 위해 자기부정까지 하는 그들에게 '철새'란 별명을 붙이면, 가혹한 걸까.


태그:#자유선진당, #정치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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