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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보고 싶어요.’

 

어디에서 부르는 소리일까? 메아리 치고 있는 감미로운 소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일상의 잡다한 생각들을 모두 털어낸다. 번잡한 일들을 몰아내버리니, 소리는 더욱 더 분명해진다. 겨울에 찌든 생각으로 넘쳐나고 있어서 잘 듣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텅 비워버리니,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가 있다.

 

삼천천이 부르고 있는 소리였다.

 

삼천천은 삼천동 아파트 바로 앞에 흐르고 있는 시내다. 전주시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어서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 곳이다. 넉넉한 공간이어서 누구라도 다 수용하고 있는 열린 공간이다. 운동도 하고 산보도 할 수 있는 전주 시민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빨간 솜털이다.”

 

버들강아지가 피어 있었다. 언제 그렇게 피어났을까? 선명한 색깔이 유혹하고 있으니, 이에 넘어가지 않을 재주가 없다. 이미 벌들은 신이 나서 날고 있었다. 다양한 얼굴로 피어나고 있는 버들강아지의 고운 색깔들이 봄이 왔음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온 몸이 간질여지는 부드러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청색의 까치꽃도 활짝 피어나 있었다. 회색 겨울 사이에 환하게 웃고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싱그럽게 해준다. 비록 꽃은 작지만 거기에 우주를 담고 있으니, 조금도 작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비어두면 무엇이든지 다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해준다. 꽃들의 향이 손짓하고 있었다.

 

흐르고 있는 물에는 청둥오리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화려한 색깔로 수놈이 앞으로 헤엄쳐가고 있으면 암놈이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텃새가 되어버린 듯한, 오리의 유영이 그렇게 정겨워 보일 수가 없었다. 이곳이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봄나물을 캐고 있는 모녀의 모습 또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자세히 보니, 초록 얼굴을 하고 있는 쑥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가 없다. 장갑 한 짝씩을 나눠 끼고서 엄마와 딸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물을 캐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가 좋은지, 감동이었다. 봄을 캐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는 새가 축하 비행을 해주고 있었다. 봄을 찬양하면서 날고 있었다. 하늘을 종횡무진 곡예비행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봄의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축가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삼천천은 봄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흐르고 있는 물은 물론이고 주변과 하늘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늘을 날고 있던 새들을 쫓아가다가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부근임을 확인하게 된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래의 도로에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쉴 사이 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경적 소리를 내면서 달리고 있는 도로 옆의 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 ! 장관이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집단적으로 둥지를 틀고 있었다. 둥지마다 새들이 봄을 즐기고 있었다. 자동차의 굉음 소리에는 면역이 되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새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렇게 보기가 좋을 수가 없었다. 왜 그 동안 알지 못하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봄의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흥겨움으로 그득 차 있었다. 고민이나 걱정을 모두 털어버리고 나면 비어 있는 그 곳에 가쁨과 행복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질투하는 마음을 버리고 미워하는 마음을 털어내면 그 자리에 사랑과 감사하는 마음이 채워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삼천천의 봄의 향연에 함께 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흥겨워지는 것이다. 그 동안 보지 못하였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어 더욱 더 신바람이 난다. 삼천천이 불러주었으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겨울에 찌들어 있던 마음을 한꺼번에 털어버릴 수 있었다.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다. 삼천천은 지금 봄 축제 중이다.


태그:#삼천천, #봄, #축제, #향연,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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