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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첫마을 사업이 진행 중인 충남 연기군 남면 송원리에서 마을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3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뿌리와 가지가 잘려나가 훼손된 상태로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어 마을 주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지난 4일 홍창표 송원1리 이장은 마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이 나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주민과 경찰의 추적 결과, 나무는 공주의 한 조경업체에서 발견되었으나 나무는 이미 훼손이 심해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인 상태.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첫마을 조성사업을 하는 건설회사로부터 하청을 받은 나무제거 작업 업체 측에서 인근 잡목제거 작업을 하면서 이 느티나무까지 베어내려 하였다. 그러나 작업인부들이 만류하여 며칠 동안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던 중 어떤 경위에서인지 확실치 않으나 조경업자 측이 캐내 자신의 업체로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홍창표 송원리 이장은 "대대로 살아온 조상 때부터 놀이, 모임, 제사 등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해오며 애환을 나눈 나무가 사라진다면 송원리는 역사를 잃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마을 주민들은 "본래 이곳에 보호수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으나 지난해 11월 20일 강제철거가 되면서 푯말이 사라졌다"며 1일 오후 4시까지는 나무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으니 그 이후에 작업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전한다.

 

해당 나무는 지난 1996년 수령 300년으로 연기군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다. 해마다 동네 주민들은 이곳에서 목신제를 지내며 나무를 수호신으로 여겨 귀하게 생각해왔으며, 이 나무는 행정도시 첫마을이 들어서면 공원조성 시 다시 마을공원으로 옮겨올 계획이었다.

 

이 지역 첫마을 사업을 맡고 있는 건설회사 측은 이미 이 나무의 이식에 1억5천여 만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특별관리에 들어갈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건설회사 관계자는 "이 보호수에 대해서는 벌목을 지시한 적이 없으나 1차적 관리책임이 우리 쪽에 있는 만큼 현장에서 관리가 소홀했다는 것은 인정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사건 정황은 경찰 측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니 조만간 나올 것이고 우리는 나무를 최대한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첫마을사업조성을 맡은 주택공사 측에서는 "벌목지시를 어디에서 내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우리 측에서는 나무벌목 작업을 한 업체가 건설회사 측에서 어떤 지시를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수임을 알면서 누가 지시를 했겠는가"고 반문했다.

 

연기군에서는 "군내 46그루 보호수 가운데 행정도시 예정지에 위치한 11그루에 대한 관리는 건설청과 산림청에서 협의하는 과정에 이관된 상태이며 나머지 보호수는 병해충관리,썩은 부위 치료 등 매년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나무전문업체, 무박사 등 나무를 살리기 위해 전문가를 투입하여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나 훼손정도가 워낙 심각해 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용무 송원리주민대책위원장은 "마을주민들에게 이 나무는 보통 나무가 아니다"면서 "그런만큼 주민들의 허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6일 주민들이 대책회의를 통해서 어떤 방안을 내세울까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보호수,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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