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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하철 무가지'를 본 경험이 있다. 지하철 역 입구에서부터 전철 안 선반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곳 손에 잡히는 무가지들. 우리는 지하철 무가지를 보며 출근시간의 무료함을 말끔히 달랜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하다. 무가지를 본 경험은 많지만, 과연 어떻게 배포되고 수거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판대에서 파는 유가지와 비슷할까? 수거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간혹 볼 수 있는데, 그렇게 수거된 무가지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오마이뉴스> 인턴기자가 나섰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무가지의 세계를 체험하기 위해 25~26일 이틀간 인턴기자 세 명이 '새벽' 같이 일어나 현장을 찾은 것이다.

 

평일 아침 6개 신문 배포, 인지도에 따라 구독률 달라

 

25일 새벽 6시, 무가지 배포현장을 살피기 위해 유동인구가 비교적 많다는 신도림 역을 찾았다. 동이 트지 않은 거리는 깜깜했지만 주변은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오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저마다 무가지를 들고 있다. 졸린 눈 비비며 걷는 와중에 이미 첫 장을 넘기는 이들도 보인다.

 

 

무가지는 지하철 역 입구에 설치된 배포대에 진열된다. 빨강·파랑·노랑·초록 등 무가지 회사에 따라 배포대의 색상도 제각각이다. 평일 아침 배포되는 무가지는 총 6개. 신문 당 4~5개의 배포대가 할당되는 것을 감안하면 거리에 설치된 배포대의 수는 20개가 훌쩍 넘는다.

 

"새벽 5시 30분 출근, 10시 퇴근입니다. 2~3분 간격으로 신문이 없어지기 때문에 배포대에 신문을 채워 넣기 바쁘죠. 본격 출근이 시작되는 8시 이후에는 더 정신없어요."  

 

A신문에서 5년 동안 신문배포를 하고 있는 임아무개(67)씨는 하루 평균 4시간을 신도림역 2번 출구에서 보내고 있다.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배포대를 설치하고 도착한 무가지를 반으로 접어 보기 좋게 올려놓는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A신문은 무가지 시장에 첫 발을 내딘 '형님뻘' 무가지로 인지도가 가장 높다. 때문에 발행부수 역시 다른 무가지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오로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무가지의 경우 무엇보다 발행부수로 대변되는 인지도가 가장 중요하다. 광고주들이 많이 읽히는 신문에 광고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동선과 가까울수록 사람들이 집어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무가지 업체 간 배포대 위치를 둘러싼 신경전은 불가피하다.  

 

배포대 위치, 형님 먼저 아우는 나중에

 

흔히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배포대 위치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이란, 먼저 창간한 신문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 그렇기에 목이 좋은 자리는 6년차 무가지 'A'의 차지다. 다음은 5년차 무가지인 B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둘러보았던 신도림역과 잠실역에서는 사람들의 손이 잘 닿을 수 있는 구역에 A신문 배포대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B신문과 C신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임 아무개씨는 대수롭지 않은 듯 무가지의 '서열'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일종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죠. 먼저 시작했으니 당연히 앞쪽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무한 경쟁이라지만 그게 바로 상도덕이고, 선배에 대한 예우죠."

 

지하철역 입구에 배포대를 놓는 데도 '서열'이 있다니….

 

허나, 이러한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다. 26일 잠실역에서 만난 D신문 김 아무개 소장은 버스 정류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당 구역이 아닌데도 버젓이 신문 가판대를 갖다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잠실역 버스 정류장 근처는 사람들의 이동을 방해할 만한 자리인데도 배포대가 설치돼 있었다. 아무리 예우 차원의 배포대 선정 기준이 있다해도 지하철 무가지 회사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포대 위치로 승부를 낼 수 없을 경우 직접 배포를 시도하기도 한다. 대부분 갓 창간된 신문들이 시도하는 방법이다. 허나, 비교적 '연륜'이 있는 지하철 무가지 회사들은 그 방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김 소장도 "쓸데없는 짓"이라며 혀를 찼다.

 

"신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배포를 하는 것인데요. 일정시간이 지나면 직접배포를 하지 않게 되죠.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거든요. 사람들 각자 취향이 있기에 권하는 신문은 읽지 않거나 버려지기 일쑤입니다. 역 안에 들어가보면 금방 알 수 있죠."

 

 

지하철 무가지 배포, 노인들에겐 괜찮은 일자리

 

무가지 시장에서는 광고사 주최로 3개월마다 한 번씩 열독률 조사를 벌인다. 출구조사와 전화조사로하며 그 결과는 무가지의 생존과 연결된다. 열독률이 높은 매체일수록 광고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가지 회사들은 3개월에 한번씩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평소보다 발행부수를 늘리며 무리수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일듯 말듯,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잠실역에서 D신문을 배포하고 있는 강부자(71) 할머니는 "배포원들끼리 서로 도우며 일한다"고 말한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서 "서로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이란다. 올해로 칠순을 넘긴 강 할머니처럼 배포원들의 평균연령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보수에 비해 교통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엄두도 못내죠. 지하철 무료이용권을 받는 노인 외에는 잘 하려 하지 않죠. 아침 4시간 정도 고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주변 친구들도 이 일을 많이 하고 있죠."

 

무가지 배포가 '불법'이라는 논란이 있지만 노인들의 일자리 제공에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하철 무가지로 한 끼니 해결할 수 있어"

 

 

신도림 역 지하철 승강장으로 내려가 보았다. 오전 8시를 넘기자 사람들이 물 밀듯 밀려왔다. 행여나 열차가 도착해 있지는 않을까 모두 발걸음을 재촉한다. 바쁜 사람들 틈에 무가지를 줍는 한 할머니가 보인다. 휴지통 옆에 쪼그리고 앉아 사람들이 버린 무가지를 배낭에 담고 있는 할머니. 어찌나 체구가 작던지 사람들 사이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무가지 수거에 나선 지 사흘된 임명자(80·가명) 할머니는 지하철은 타지 않고 승강장 주변만 돌아다니며 휴지통에서 무가지를 수거한다고 한다.

 

"7시 30분부터 11시까지 4시간 일해. 남들처럼 열차안에서 줍지는 못해. 무릎이 아파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하거든."

 

조그만 키에 가녀린 체구, 삶의 무게가 자욱이 내려앉은 그 작은 어깨 위에 올려진 배낭 안에는 구겨진 무가지들이 한 가득 담겨 있었다.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들고 다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할머니의 배낭은 무거웠다. 배낭으로도 모자라 비닐 가방 하나를 더 들고 있었다.

 

"가방에다 꽉꽉 채우면 20kg정도 되는데 근처 고물상에 갖고 가면 2천 원을 줘. 그 돈으로 맛난 거 사먹는 거야. 과일을 한 봉지 사게되면 한 사흘은 먹을 수 있으니…."

 

다른 무가지 노인들이 주로 전철 안에서 무가지를 수거하는 것과 달리 임 할머니는 역 내 휴지통을 공략하고 있었다. 기존에 수거하시던 할머니·할아버지들의 텃새는 없었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오히려 걱정없다는 듯 편안하게 대답해 주셨다.

 

"나보다 전에 일하던 사람들 아무도 뭐라 안 그래. 나이 많은 사람들끼리 서로 이해하는 것 같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밖에서 일할 때가 어디 있겠어. 그나마 이 일을 할 수 있어 끼니정도 해결하는 게지."

 

임 할머니와 헤어져 지하철을 돌아다니는 도중에도 몇몇 노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생계를 위해 지하세계로 들어온 그들을 보며 그나마 따뜻한 지하철에서 활동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하철 무가지가 아니라면 차가운 거리로 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열차 안 수거 노인들, 경쟁보다 양보와 배려가...

 

 

"아이고, 영감님 참 많이도 하셨수."

 

신도림 지하철 역 매표소 안으로 들어와 보았다. 2호선 승강장 플랫폼 사이로 할아버지 한 분이 걸어 나온다. 여느 할아버지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인상이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가 끌고 온 자루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자루 안에는 무가지가 가득 들어 있었다. 

 

김아무개 할아버지가 집을 나서는 시간은 아침 7시30분. 주 활동 구역은 2호선이다. 집이 잠실에 있기에 잠실역에서 2호선을 타고 신도림 방면으로 이동하며 무가지를 수거한다.

 

매일 아침 무가지 수거에 나서는 김 할아버지에게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바로 무가지 노인이 활동하고 있는 열차는 피하는 것이다. 그렇게 열차 안을 꼼꼼히 살핀 후 수거에 나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차 안에서 무려 5~6명의 무가지 수거노인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커다란 자루를 끌고 또 다시 2호선 열차에 올라탄 그는 중간 크기의 자루 하나를 또 꺼내 든다. 그리곤 잰 걸음으로 전철 안을 돌아다니며 선반 위에 놓인 무가지를 하나, 둘 자루 안에 담는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무가지를 담은 것일까, 열차안을 쭉 훑은 그의 옆에는 어느새 자루 두 개가 늘어나 있었다.

 

무가지를 수거하던 김 할아버지가 지하철 노선도를 살피더니 갑자기 서두르기 시작한다. 12시가 되기 전에 충정로 역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정로는 대부분의 수거 노인들의 최종 목적지로 무가지가 든 자루의 무게에 따라 가격을 매겨주는 곳이다.

 

 

"학생들, 이것 좀 도와줘."

 

충정로에 도착하자, 자루 세 포대를 감당하지 못한 김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건장한 청년 두 명이 달려든다 해도 옮기기 쉽지 않을 것 같던 큰 포대 자루는 다행히도 손수레 위에 놓여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익숙한 몸놀림으로 손수레를 끌고 재빨리 열차 밖을 나섰다. 그를 따라 우리도 나머지 두 포대를 끌고 열차 밖으로 나갔다.

 

충정로 역 와보니, 이곳은 무가지의 천국

 

▲ 충정로 역 2월 25일 오전 11시. 충정로 역에는 그 날 하루 서울시 전역에 배포된 무가지가 수거되어 모여들기 시작했다.
ⓒ 구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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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에 내린 우리는 김 할아버지와 함께 노약자 엘리베이터가 있는 승강장 제일 끝으로 향했다. 현장을 본 우리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기 때문이다. 이곳을 보니, 영화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9와 3/4' 승강장이 생각났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영화 속 마법의 승강장처럼 이곳 역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세계인 것만 같다.

 
 

노인들은 제 몸집보다 훨씬 큰 자루를 끌고 이곳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한 쪽은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분주하고, 다른 쪽은 건네받은 자루를 저울에 옮기느라 용을 쓴다. 무가지를 넘겨받는 이들은 무가지를 제지회사로 보내는 중간수거업자. kg당 130원을 지급하고 건네받은 무가지를 다시 제지회사로 팔아넘긴다. 

 

먼저 온 노인들이 많아 한참 기다려야 했던 김 할아버지에게 마침내 순서가 돌아왔다. 손수레 위에 놓여 있던 큰 포대 자루를 겨우 들어 저울 위에 올리니 눈금이 한 바퀴를 가뿐히 넘긴다. 할아버지가 갖고 온 자루의 무게는 130kg. 그 값으로 1만3천원을 받은 할아버지의 표정이 밝아진다. "이 정도면 무가지 노인들 중에 최고 수준"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김 할아버지가 자리를 뜬 이후에도 자루를 매고 열차에서 내린 노인들은 계속해서 승강장안 작은 시장을 찾는다. 저울 눈금에 따라 가격이 치러지고 거래가 끝난 무가지들은 다시 자루에 담겨 지상으로 올라온다. 대기중인 트럭에 실려 폐지 압축공장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중간 수거를 하고 있던 한 관계자는 "12시가 지나면 사실상 지하철 내 모든 무가지가 수거된 것이라 봐도 된다"고 말했다. 무가지가 배포된 지 채 7시간도 되지 않아 수거가 끝난 것이다. 아침시간대 외엔 지하철 안에서 무가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 것만 같다.

 

수거업자 "무가지 수거 노인들 정식 채용되었으면"

 

다음날인 26일, 우리는 수거된 무가지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또 다시 충정로 역으로 향했다. 무가지들을 수거해 나르는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오르니, 무가지가 가득 실린 1.5톤 용달차 두 대를 볼 수 있었다. 두 차량이 같은 업체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아니었다. 충정로 역에서만 이미 두 개 업체가 중간 수거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6월부터 일을 해왔다는 주재현(36·S자원)씨는 현재 50명이 넘는 '단골' 노인들로부터 수거된 무가지의 값을 쳐주고 있다. 노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가지를 갖고 오면, kg당 150원을 쳐 준다. 주씨는 자세하게 충정로의 상황에 대해 정리해 주었다.

 

"노인들이 직접 무가지를 갖다 주었던 고물상의 경우 1kg당 70원을 주는 게 전부였어요. 중간 업자들이 공평하게 가격을 준 이후로 고물상의 횡포도 줄어 들었어요. 

 

장애인, 노인, 노숙자 등 소외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무가지 수거에 나서고 있어요. 지하철 내 난립하는 무가지를 수거할 때,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활동은 여러모로 도움이 돼죠. 노인들을 정식으로 채용해서 무가지를 수거한다면 훨씬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해요."

 

왜 하필 충정로 역일까? 주씨는 그 이유를 "압축장에서 그리 멀지 않고 다른 역들 중 엘리베이터 시설이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아침에 배포된 수십만부의 무가지들이 지상으로 나오려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허나, 그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고초를 겪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승객은 "무가지 자루 무게에 못이겨서 바닥이 다 망가졌다. 수거 노인들을 이해하지만, 엄연히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짐을 옮기는 데에 쓰여져 때론 몹시 불편하기도 하다"고 불평했다. 실제로 엘리베이터 안 바닥은 포장이 벗겨지고 금이 가 있었다. 

 

지하철 무가지, 압축장 거쳐 재활용 창고로

 

주재현씨가 트럭에 실은 하루 물량은 2톤 정도. 순수 이익으로 따지면 노인들에게 값을 쳐준 돈을 빼고 달랑 2만 원이 남는다. 중간 수거업을 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이익은 더 줄어들었다. 무가지가 실린 트럭은 김포에 있는 압축폐지공장을 향한다.

 

수거된 무가지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주씨를 따라 좁은 트럭에 몸을 실었다. 트럭을 타고 20여 분 달려 도착한 곳은 S자원회사. 폐지, 신문 등 각 지역에서 수거된 종이들을 한데 모아 압축하는 곳으로 처리된 종이는 제지 회사로 들어가 재활용 된다.

 

 

회사에 들어서니 무가지를 포함한 일간지 신문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자원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모든 신문들이 당일 들어온 것들"이라 한다. 물량이 꽤 많다고 생각했지만 하루 들어오는 폐지 물량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주씨가 수거한 2톤의 무가지들은 당일 들어온 다른 신문들과 함께 섞인다. 그리고 기계를 통해 사각 반듯하게 압축돼 제지 회사로 바로 전달된다. 주씨는 "이런 압축회사가 서울 시내에만 해도 여러 개 있다. 그 곳에 모이게 될 무가지를 합한다면 어마어마한 양일 것"이라며 "그냥 버려지지 않고 이렇게 재활용되니 좋은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지하철 무가지가 '자원낭비'라고 혀를 차지만, 그 많은 무가지들이 이렇게 '재활용'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쓰레기통에 들어가 아무렇게나 버려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무가지는 합법인가? 관계자들 생각하면 간단하지 않아

 

그동안 지하철을 무수히 이용하면서도 사람들은 '무가지'를 둘러싼 일들에 무관심했다. 일부는 오로지 '합법인가 아닌가'하는 논쟁의 선상에서만 생각해왔을 뿐이다. 그렇기에 무가지를 수거해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틀 간의 현장취재를 통해 우리는 '무가지'에 관계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가지 배포로 돈을 버는 고령의 배포원들과 하루 100kg 되는 무가지를 수거하며 겨우 만원벌이를 하는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무가지를 '합법·불법'의 논쟁으로 단순하게 해석하기에는 무가지에 관계된 이들의 삶이 전혀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일찍 지하철로 나와 무가지와 함께하는 사람들. 그들의 삶은 고단한 만큼 치열하고 역동적이었다. 그런 그들이 있기에 새벽 6시부터 오전 12시까지, 지하철 무가지의 하루도 어느 시간보다도 역동적이고 힘이 넘치는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김정미, 구자민, 홍현진 기자는 <오마이 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지하철 무가지, #무가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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