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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 곳이다. 도박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스키장과 골프장을 개장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 강원랜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 곳이다. 도박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스키장과 골프장을 개장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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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국인 전용 카지노 문제가 강원도와 전북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강원도에선 카지노 설립을 불허하라고 외치고, 전북도에선 어떻게 해서든 허가를 받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타 정부에서 이래저래 소외 받아 오던 지역인 강원도와 전북이 맞붙고 있는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카지노는 서울을 비롯해 제주·인천·정선 등 17개소. 이중에서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 뿐이다.

생존권을 건 사람들이 선택한 '카지노', 득도 많지만 실도 많다

강원도 정선에 카지노가 설립될 수 있었던 것은 석탄 합리화 정책에 따른 폐광지역살리기의 일환이었다. 정선군 고한읍과 사북읍에 집중되어 있던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이 지역은 버려진 마을 취급을 받았다.

광부로 살아가던 이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삶의 터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인구는 급감했고 대책없이 진행된 석탄 합리화 정책으로 지역은 공멸의 위기에 처했다. 급기야 지역 사람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3·3투쟁'으로 명명된 이 투쟁으로 정부로부터 '폐광지역개발지원특별법'을 이끌어 냈다.

1995년부터 시작된 특별법은 한시적인 법이었지만 정선 지역의 경제 회생을 여는 신호탄이었다. 애초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운영할 수 있는 특별법의 기간은 10년인 2005년. 폐광 지역은 10년만에 자립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러나 보장된 10년 세월은 턱없이 짧았다. 탄광 지역의 경제 회생은 여전히 먼 걸음. 주민들은 특별법에 명시된 10년 기한을 재연장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연장된 기간은 2015년. 어렵게 10년의 기한이 만들어졌다. 폐광지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노선은 그렇게 정해졌다. 이 기간 안에 정선을 비롯한 태백 등의 폐광 지역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했다.

폐광 지역의 노력으로 설립된 공기업인 강원랜드는 카지노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자 골프장과 스키장을 잇따라 개장했다. 카지노에서 벌어 들인 수입으로 재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안정적인 운영은커녕 투자금의 회수도 멀다. 특별법에 따르면 7년 후엔 강원랜드 내국인 카지노도 문을 닫아야 한다. 절체절명의 시기, 이러한 때 새만금 해양카지노 내국인 출입 허용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겨울 하이원 스키장엔 많은 스키어들이 찾았다. 특별법 기한 2015년이면 강원랜드는 자립의 길을 걸어야 한다.
▲ 하이원리조트. 지난 겨울 하이원 스키장엔 많은 스키어들이 찾았다. 특별법 기한 2015년이면 강원랜드는 자립의 길을 걸어야 한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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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인정하게 만드는 특별법, 카지노 유치 자극해 

카지노 허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금강산 카지노와 선상 카지노 등 30여곳의 지자체에서 카지노를 유치하겠다고 나섰고 지금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내국인 전용 카지노 목적으로 한 '관광객 전용 카지노'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특별법에 의해 카지노 인·허가권이 제주도지사에게 이양된 상태이지만 관광진흥법에 막혀 내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가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제주도로서는 부당함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국내 카지노 업소 17개 중에서 제주에만 8개가 있다는 점을 들면 그리 억울할 일도 아닌 것이다. 오히려 너무 많아 문제인 제주가 내국인 전용 카지노를 추진하려는 것은 제주도를 도박장의 섬으로 만드려는 것은 아닌간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대목이다.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전 국토를 도박장으로 만들 수 있는 순간이 있었지만 용케도 내국인 카지노는 강원랜드만으로 유지되었다. 관광진흥법에 '폐광지역특별법에 따른 내국인 카지노를 단 한 곳만 두라'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를 추가로 허가하려면 관광진흥법을 손질해야 한다. 그러나 폐광지역을 살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특별법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추가로 설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폐광지역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문제는 예외를 두게 만드는 '특별법'이다. 이미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법이 각 지자체에 만들어졌거나 추진 중에 있다. 특별법이 이렇게 남발되다 보니 카지노 유치에 따른 각 지자체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별법이 관광진흥법을 넘보고 있는 사이 카지노를 확대하거나 유치하겠다는 지자체만도 10여곳에 이른다.

전북도에서 추진하는 '새만금 카지노'는 외국인 전용으로 허가를 받은 후 내국인 출입 카지노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경제살리기와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전북도의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내국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입구.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 내국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입구.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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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관련 기업의 주식 상종가, 그 이유는 있다? 없다?

내국인 출입 카지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판만 벌여놓으면 돈벌이는 저절로 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전북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에서도 카지노 진출에 사활을 건다.

그러나 카지노 업계의 사정을 살펴보면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선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정선 강원랜드를 비롯해 서울 등에 있는 몇몇 카지노를 제외하곤 적자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카지노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라고 이러한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돈 줄을 쥐고 있는 카지노 관련 외국 기업들도 그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카지노 유치에 적극적이다. 벌써부터 새만금 카지노와 관련된 주식이 상종가를 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카지노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은 "해외로 나간 원정 카지노 겜블러들이 지출하는 비용만 해도 2조원에 달한다"며 "그 비용을 국내에서 흡수해야 한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허가난 도박장인 카지노에 관한 문제점도 많지만 돈벌이가 중요하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다'는 생각들이다.

더불어 이미 특별법으로 인해 내국인 전용 카지노가 만들어진 역사가 있는만큼 그 빗장이 열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인식도 카지노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이다. 강원랜드 내국인 카지노의 허가 기간이 2015년이고 보면 8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각 지자체를 자극한다.

이제 내국인 카지노 허가 문제는 전적으로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내국인 카지노를 허가할 것인가, 한시적으로 허가한 강원랜드 카지노를 문 닫고 외국인 전용으로 전환할 것인가는 정부의 몫으로 남아 있다.

객장으로 가기 위해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 있다.
▲ 카지노입구. 객장으로 가기 위해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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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건강한 국민을 도박장으로 불러 들이지 말아야 해

정부는 강원랜드 카지노의 경우 2015년이되면 내국인 출입을 금지 시킨다는 방침이라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싶다. 이미 경마를 비롯해 경정, 경륜 등의 도박 산업으로 돈을 벌어 본 경험이 있는 정부로서도 입 안에 들어 있는 달콤한 사탕을 쉽게 뱉지 못하리라는 판단들이다.

그런 이유로 폐광지역특별법에 의해 경제 회생을 꾀하고 있는 강원도와 정선군, 태백시 등의 폐광지역은 최근 성명서를 내며 '새만금에 내국인 전용 카지노 추가 설립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지역에서는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냐'라고 나온다. 자칫 지역 이기주의 혹은 지역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차제에 내국인 전용 카지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면, 강원랜드를 비롯한 강원도와 폐광지역은 타 지역을 향해 카지노 설립 반대를 외칠 것이 아니라 특별법 만료 기한인 2015년 '내국인 전용'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반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만 한다. 그것만이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 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국인 카지노로 인해 폐해도 많았다. 전 재산을 날리고 노숙자가 된 사람도 있고,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도 있다. 돈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은 카지노 주변을 돌며 오늘도 '기적'을 꿈꾼다. 도박 중독과 가정 파괴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적당한 치유법도 없는 실정이다.

모두가 마다하던 시절 먹고 살기 위해선 핵폐기장까지 유치하려 했던 폐광지역 사람들. 그들이 10년 넘은 세월 동안 내국인 전용 카지노로 인해 발생한 숱한 지역의 문제를 참고 견뎌준 것도 강원랜드가 가족휴양 리조트로의 변신에 성공하기 바라는 마음이 크기에 가능했던 점일 것이다.

이 참에 새롭게 출발한 이명박 정부도 내국인 전용 카지노에 관한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세계적인 카지노 그룹들이 한국 투자에 나서는 목적은 단순하게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만들기 위한 걸음은 아닐 것이라는 짐작 때문이다. 그러한 의혹을 불식 시키기 위해서라도 내국인 출입을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카지노를 비롯해 각 지자체의 요구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려야 할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식이 아니라 구더기 한 마리로 인해 정성들여 담근 장 전부를 버릴 수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경제살리기를 목표로 한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는 것도 좋지만, 대한민국이 도박장 천국으로 가는 길만큼은 막아야 한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는 강원랜드 하나만으로 족했고, 2015년이면 그마저 문을 닫아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야할 국민들을 도박장으로 불러 들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돈 잃은 사람들이 찾아 가는 곳.
▲ 대출. 돈 잃은 사람들이 찾아 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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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카지노,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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