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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차대번호 음각위치(왼쪽)와 양천구 자전거 등록스티커(오른쪽)
 자전거 차대번호 음각위치(왼쪽)와 양천구 자전거 등록스티커(오른쪽)
ⓒ 양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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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시절 처음으로 타본 세발자전거부터 유치원 무렵 아버지가 사주신 보조바퀴가 달린 아동용 자전거, 중고등학생 시절 동네 도서관에 타고 다니던 자전거. 누구나 한 번은 자전거를 소유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전거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과 함께 따라다니는 건 자전거를 잃어 버려 몇 날 며칠 시무룩해야 했던 자전거 분실과 도난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자전거 도난 문제는 의외로 심각하다. 서울 시내 한 경찰 지구대에 문의해 본 결과 자전거 분실 및 도난에 대한 신고가 하루 평균 2~3건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 10만원 전후의 저렴한 자전거가 대량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자전거 도난 문제는 오히려 전보다 더 극성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전거 분실과 도난을 막을 해결책은?

자전거의 분실과 도난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없을까? 외국의 한 대학에서는 캠퍼스 내에 돌아다니는 자전거 중 몇 대에 칩을 은밀하게 부착해 '덫'을 설치한 후, 그 덫에 걸린 도둑을 잡아 캠퍼스 내 자전거 도난율을 크게 떨어뜨린 바가 있다. 이를테면 본보기를 보인 셈이다. 어떤 자전거에 칩이 부착되어 있을지 모르니 캠퍼스 내에 세워진 자전거를 마음대로 끌고 나갈 수 없게된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그렇다면 왜 모든 자전거에 칩을 부착하지 않을까. 모든 자전거에 그런 칩을 부착한다면 자전거 도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답은 설치 및 유지 비용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GPS의 경우 단말기 한 대의 가격이 어림잡아 20만원 안팎. 게다가 위치 추적 서비스를 받으려면 월 1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대부분 10만원대의 자전거가 팔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주목받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전파식별)의 경우는 어떨까? 이 칩은 GPS와 달리 실시간 추적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지만 어느 시간에 어느 지점을 통과했는지는 알 수 있다. 단 그러한 추적을 위한 중계기가 200~30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차하면 GPS보다 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양천구청에서 시행할 자전거등록제의 흐름도
 양천구청에서 시행할 자전거등록제의 흐름도
ⓒ 양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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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등록제가 자전거 도난 문제 해결의 열쇠

합리적이고 저렴하며 적은 노력으로 자전거 도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자전거의 차대번호(Serial Number)를 관공서 등에 등록하는 것이다. 저가형 자전거의 경우에는 예외가 있지만, 대부분의 자전거에는 그 자전거 만의 고유번호가 차체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주민등록번호처럼 그 자전거만의 고유번호로 이 차대번호가 중복되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전거의 차대번호를 관공서에 등록하고 관공서에서는 시민들에게 차대번호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전거 도난에 대한 문제는 상당부분 예방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A군이 학교 친구인 B군으로부터 중고 자전거를 싸게 팔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주말 운동용으로 자전거를 살 계획이 있던 A군은 구매 의사를 밝힌 후, 구입 전에 관공서의 자전거 등록 및 조회 사이트로 들어가 구입할 자전거의 차대번호를 입력해보았다.

조회결과 이 자전거는 B군의 소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작년에 등록되었으며 최근에는 분실 신고까지 접수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대번호 조회를 통해 피해를 예방한 셈이다.

이렇듯 자전거를 구입하고 관공서에 차대번호만 등록하면 감단한 차대번호 조회 서비스 만으로 자전거 분실 및 도난을 상당부분 억제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경찰청 또는 기관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간 우리 돈 만원 정도의 등록비가 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호응이 좋은 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자전거 등록제를 살펴보면 모두 공통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차대번호를 무시한 채 흡사 자동차 번호판과 같은 모양의 번호판을 부여해왔거나, 행여 차대번호를 기입하더라도 이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 번호판만 제거해버리면 원주인을 찾을 방법이 없고, 등록된 차대번호를 조회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원주인을 찾을 방법이 없다.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하는 서울시 양천구청

양천구청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등록 자전거를 조회할 수도 있다.
 양천구청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등록 자전거를 조회할 수도 있다.
ⓒ 양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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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전거 차대번호를 등록하고 조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나타났다. 서울시 양천구 교통행정과에서 추진하는 자전거 등록제의 요지가 바로 차대번호의 등록과 조회 서비스다.

양천구 주민은 양천구청 교통행정과나 안양천변 가는 길에 있는 자전거 무료대여소에서 신분 확인을 거쳐 자전거 차대번호를 등록할 수 있다. 양천구에서는 접수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자전거 점포나 수리점은 물론 일반 주민이 중고 자전거를 거래하기 전에 차대번호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오는 3월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 제도는 자전거를 소유한 양천구 주민에 한해 이뤄지며 세발자전거와 보조바퀴가 부착된 자전거는 등록에서 제외된다. 등록후 유효(관리)기간은 3년이며, 기간경과 후에는 등록자료가 임의 삭제되므로 재등록해야 한다.

양천구청 자전거 등록제 홈페이지 http://yangcheon.go.kr/civilAppeal/accept_bike.asp


태그:#자전거, #자전거등록제, #자전거 도난, #자전거 분실, #자전거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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