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는 흔히 세금을 ‘혈세(血稅)’라 표현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접세든, 간접세든 이를 내기 위한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어야 하고, 그만큼 정부는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낭비없이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요긴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세금이 피(血)라면 이를 온몸에 골고루 전달하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공공서비스 전달체계이다.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그리고 지자체에서 개별 국민들에게로 전달되는 과정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전달체계가 여러 가지 문제로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동맥경화’ 상태에 처해있다. 그래서 해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금은 늘어났는데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나아지지를 않는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사회복지분야만 보더라도 90년 이래 매년 사회복지관련 예산이 평균 16.8%에 이를 정도로 증가되고 있으나 국민들이 몸으로 느끼는 사회복지 체감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7)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사무소, 사회복지사무소, 사회복지협의회 등을 거처 2005년부터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전달체계의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 역시 현재 각 부처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공서비스의 비효율적 중복과 낭비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을 진행하였다(2006년 7월 1일부터 2007년 7월 1일까지 3단계로 추진).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은 주민생활지원국을 신설하여 복지뿐만 아니라 보건, 고용, 주거, 교육, 문화, 관광, 생활체육 등 총 8개 분야를 망라하고, 영유아, 아동청소년, 청년중장년, 노인, 장애인, 여성 등 6대 서비스대상에게 통합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형태로 추진되었다. ‘동사무소’가 ‘주민센터’로 바뀐 것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다.

그러나 복지부와 행자부 모두 기존 전달체계의 문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전달체계의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동맥경화의 증상들

[증상 하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안 된다

보건복지사무소, 사회복지사무소, 사회복지협의회 등은 복지부가 그간 추진해왔던 전달체계 개편의 내용들이다. 이러한 실패를 뒤로 하고 2005년 7월부터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와 변화의 과정 중에 많은 비용과 시간, 인력을 들였던 시행착오의 경험들이 평가를 통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담당자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여 유사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사무소의 경우에는 시범사업도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추진하여 고사시키는 기이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행자부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전달체계 역시 기존 타 부처의 전달체계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출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06년 7월부터 추진된 행자부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는 8대 서비스를 6대 서비스 대상들에게 원스톱(One_Stop)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처럼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전달체계로 개편되면서 기존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그 역할이 모호해지고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이처럼 부처 내에서도, 부처 간에도 정책과 제도의 온고지신이 안 되면서 중복과 낭비를 줄이기 위해 추진되는 정책이 또 다른 중복과 낭비의 비효율을 만들어내고 있다.  

[증상 둘] 중앙부처도 지자체도 여전히 갈등 중~

부처갈등
 부처갈등
ⓒ 김동영

관련사진보기


전달체계에서 부처 간의 갈등은 행자부와 복지부의 갈등으로 대표된다.

2006년 행자부는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을 발표하면서 부처 간 합의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고, 복지부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행자부와 복지부는 각각 주민생활지원 협의체와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고집하면서 이견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자체 역시 복지직 공무원들은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행정직 공무원들은 주민생활지원 협의체를 고집하면서 갈등의 양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상 셋] 감투싸움

행자부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전달체계 혁신은 행정조직의 개편을 포함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 주민서비스 관련 통합부서인 주민생활지원국을 신설하고 총괄기획, 서비스 조정 및 연계, 통합조사, 자원봉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새로운 국장과 과장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5급은 직급간 정원조정을 통해 확보하고, 6급은 무보직 6급을 우선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이 대부분의 자리를 행정직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복지직 공무원들은 직렬간 불평등을 호소하고 있으며, 행정직 역시 복지직의 비협조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증상 넷] 유명무실화

이러는 사이 민관협력을 통해 풍부한 서비스 컨텐츠를 확보하고,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로 개편한다는 애초의 취지는 퇴색되어 복지부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유명무실화되어 가고 있으며, 행자부의 주민생활지원 민관협의체 역시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증상 다섯]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

8대 분야(복지, 주거, 노동 등)의 6대 서비스 대상(아동, 노인, 장애인 등)을 어우르는 통합형 One-stop 서비스는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복지 전달체계 하나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실련은 수년에 걸쳐 복지부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달체계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행자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전달체계 또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산적해 있는 과제가 많기만 하다.

이러한 전달체계의 문제는 국민의 공공서비스 체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주요한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가 전달체계의 개편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분야이다.

덧붙이는 글 | * 김동영 기자는 경실련 사회정책국에서 사회복지분야와 보건의료분야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다음 블러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복지, #전달체계, #공공서비스,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