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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문경찰서 숭례문 방화범 CCTV 공개 남대문경찰서는 14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숭례문 방화 피의자인 채 모씨의 얼굴이 담긴 버스 안 CCTV 영상을 공개했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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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 용의자 채모(69)씨의 치밀한 범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14일 오후 방화에 사용된 사다리·시너 등을 숨기고 숭례문으로 향하는 채씨의 모습을 찍은 CCTV 등의 추가 증거물을 공개했다. 또한, 채씨가 적외선 감지기를 피하려 했고 도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화재가 천천히 일어나도록 조치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김영수 남대문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남대문경찰서 3층 대강당에서 브리핑을 열어 "용의자가 화재 현장으로 가는 동안 사다리를 마대자루에 넣어 가리고, 시너 냄새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등 치밀했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기울인 시너... 도주 이후에도 오래 불탔다

 

이 날 공개된 버스 CCTV에는 오후 5시께 강화도 전처 집을 나선 채씨가 5시 18분에 버스를 타고 10분 뒤 강화터미널에 내리는 모습이 담겨있다. CCTV에는 채씨가 왼손에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3개가 들어 있는 배낭, 오른손에는 사다리를 넣은 마대자루를 든 모습이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시너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김장 비닐봉지로 페트병을 쌌다. 사다리 역시 마대자루에 넣어 다른 사람들이 확인할 수 없도록 했다.

 

경찰은 "버스 운전사의 진술도 확보했고, 하차시 벨을 누르는 모습에서 얼굴이 드러났다"며 "CCTV에 보인 사다리·마대자루·운동화·모자 등이 중요 증거물"이라고 밝혔다.

 

숭례문에 도착한 채씨가 누각으로 오르기 위해 적외선 감지기를 피하려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채씨의 진술과 CCTV 화면 등을 분석한 경찰은 "채씨가 숭례문 접근시 적외선 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서쪽 비탈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적외선 감지기의 위치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사전 답사로 채씨가 확인한 것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채씨는 사다리를 이용, 담벼락을 넘어 누각에 오를 때에는 숨겨진 적외선 감지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2층 누각에 올라 시너를 뿌릴 때도 치밀하게 행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시너를 마구 뿌린 게 아니라, 페트병 하나를 자연스럽게 기울여놓아 천천히 시너가 나오면서 도주 이후에도 길게 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나머지 2병도 근처에 놓아 연쇄적으로 불이 붙을 수 있도록 했다.

 

도주할 때도 용의주도했다. 경찰은 "그는 불이 붙은 것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도주하기 위해 사다리를 미리 밖으로 향해놓았고, 도주 시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배낭을 발화지점에 놓았다"고 밝혔다.

 

경찰 "신속한 체포... 용의자도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경찰은 이날 채씨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중요 증거물들도 공개했다. 김 서장은 "범인의 집에서 가져온 신발에서 숭례문 기둥에 있는 도료 성분이 발견됐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노래방 라이터 역시 중요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숭례문 방화 용의자를 신속하게 잡았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김 서장은 "사건 발생 만 하루도 못 되는 시점인 11일 밤 8시 15분 용의자를 긴급 체포했다"며 "용의자가 경찰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했다"고 말했다.

 

향후 수사 계획 관련, 김 서장은 "숭례문 화재와 연관된 여러 기관들, 업체 등에 대한 기초 사실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해내겠다"며 "전담반을 편성에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화 용의자 채모씨에게는 문화재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날 오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범죄의 재구성] 용의자 채씨의 범죄 당일 행각

 

방화 용의자 채씨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5시께 인천 강화도의 전처 집을 나서 5시 18분에 강화터미널 행 버스를 타 10분 후에 내렸다.

 

채씨가 탔던 버스의 CCTV에는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배낭과 사다리가 담긴 마대자루를 든 그의 모습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채씨는 이어 버스를 이용해 김포, 고양시 백석역을 거쳐 숭례문 인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내렸다.

 

횡단보도를 이용해 숭례문 앞에 도착한 그는 저녁 8시 45분께 숭례문을 불을 지르고 남대문 시장 쪽으로 도주했다. 숭례문에 설치된 CCTV에는 8시 50분께 숭례문 앞에서 도주하는 그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이어 택시와 도보를 이용해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으로 갔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경기도 고양시 일산 아들 집으로 향했다.


태그:#숭례문 화재, #숭례문화재, #숭례문, #숭례문 방화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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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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