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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아직은 손이 많이 가는 3세와 5세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날들이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주말,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조금이라도 쉬어 보려는 맞벌이 부모의 핑계는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선택지는 야외 활동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일 만한 곳을 피해 돌고 돌아 집 앞 놀이터다. 마스크를 챙겨보지만, 조금 더 안전하게 집 앞에서 놀 수는 없을까?
 
일산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아이들의 모습.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험 활동한 작품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 코로나 시대, 마스크와 함께 하는 우리 일산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아이들의 모습.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험 활동한 작품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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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단순했다. 집을 벗어나 '집 앞'이라도 나가 보자는 아이들의 요청에 맞춰, 나가서도 안전 수칙을 준수할 수 있을 상황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함께 할 이웃들이 뜻을 모았다.
 
"어떤 생각, 어떤 이웃, 어떤 만남이 있을 때 살맛 나는 아파트가 만들어질까요? 아파트 공동체 활동에 함께 하실 여러분을 모십니다. 인라인, 숲 체험, 리사이클링아트, 어린이 플리마켓, 직업 체험 등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실 부모님을 모집합니다'."


지난 7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주민이 만드는 공동체 활동(워크숍)' 안내문을 읽었다. 그리고 워크숍에서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공동체 활성화 지원 사업에 지원한 아파트 주민을 만났다.

"저는 마을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웃 동네에서 공동체 사업을 돕고 있는데, 정작 우리 가족이 사는 동네에 이런 활동이 없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찾아보니 경기도에 사업 공고가 나서 지원해봤습니다. 여기는 신생 아파트라,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되지 않았는데요.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함께 마음 나눌 이웃들이 생기면 좋겠어요." (일산와이시티 아파트 공동체 '와글와글 와이시티' 대표 이은영)
 
이은영 와이시티 와글와글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아파트에서 진행한 리사이클링 아트 체험을 위해 참여 어린이들이 제출한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 중이다.
▲ 이은영 와이시티 와글와글 대표 이은영 와이시티 와글와글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아파트에서 진행한 리사이클링 아트 체험을 위해 참여 어린이들이 제출한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 중이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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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총 2404세대, 1만여 명 정도가 거주 중인 아파트에 615명이 영유아다. 대한민국이 저출산 국가라지만, 유독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들이 꽤나 많은 편이다.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조력자로, 조부모들이 같은 아파트 혹은 근처에 살기도 했다.

뜻을 함께하는 아파트 입주민 4명이 뭉쳤다. 사업을 제안한 은영님의 기획안에 살을 덧대고, 실행안을 만들어서 다양한 활동을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다. 기획했던 모든 활동을 보류했다.

이미 8월에 시작했어야 하는 활동들이 하나, 둘 연기되니 지원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집 앞 야외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 등으로 활동을 시작해볼 수는 없을까 의견을 모았다. 물론 아이들 역시 온라인 개학 등으로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공동체로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파트도 변화할 수 있다는 걸 보게 되네요." (리사이클링 아트 체험 부모)

지난 13일 오전, 와이시티 와글와글의 기획단은 8월초 아파트 내에 공고했던 리사이클링 아트 체험을 진행했다. 아파트 공용 공간인 3층 하늘정원에 간이 책상을 펼쳤다. 동선이 아주 길지는 않지만, 거리를 뒀다. 오전 시간대를 둘로 나눠,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부의 어린이들이 모였다.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었다.

"버려지는 쓰레기로 이런 거 처음 만들어봐요. 또 모아서 다음에도 하고 싶어요." (참가 어린이)
 
지난 13일 오전, 일산와이시티 아파트 공동체가 주관하고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후원한 와이시티 와글와글의 첫번째 활동이 진행됐다.
▲ 와이시티 와글와글 리사이클링 아트 체험 지난 13일 오전, 일산와이시티 아파트 공동체가 주관하고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후원한 와이시티 와글와글의 첫번째 활동이 진행됐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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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일산와이시티 아파트 공동체의 '와글와글 와이시티'가 연 리사이클링 아트 체험에 아파트 입주민 가정 어린이가 아빠와 함께 미술 활동을 하고 있다.
▲ 재활용 쓰레기가 예술 작품으로?! 지난 13일 오전, 일산와이시티 아파트 공동체의 "와글와글 와이시티"가 연 리사이클링 아트 체험에 아파트 입주민 가정 어린이가 아빠와 함께 미술 활동을 하고 있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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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은 성공, 절반은 아직 과제가 남았다. 아파트 주민 중 일부는 '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 이런 활동을 해도 되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첫 시간 진행 후 반나절만에, 초등부 2차 과정에 7명이 접수했다.
 
▲ 재활용 쓰레기가 예술 작품으로?!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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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많은 인원이 모여 함께 사는 현대사회의 익숙한 공동체 중 하나다. 그러나 서로에게 무심하기도 하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어색한 것은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어색한 침묵을 깨고 인사하려는 노력은 아파트가 아닌 어느 곳에서라도 필요하다. 내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서 어린이 가정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동체 활동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 재활용 쓰레기를 활용한 미술 활동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들의 노력이 코로나 시대에 서로를 보듬을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와이시티 와글와글은 남아있는 리사이클링 아트 체험과 더불어, 올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 중이다.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자연을 공부하기 위한 노력으로 반려식물 키우기와 제철 꾸러미 밥상 등을 입주민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지난 주말, 소수의 아이들이 느낀 아파트 내의 맑은 하늘과 푸른 잔디가 코로나로 지친 이웃들에게도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이 활동이 우리 아파트 그리고 고양시, 더 나아가 경기도 또 전국으로 퍼질 수 있기를. 내가 느낀 이웃의 따뜻함이 전국에 퍼져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버틸 동력이 되길 바란다.
 
아파트 공동체 활동이 아파트를 넘어 지역사회로, 전국 단위의 공동체 활동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 와이시티 와글와글 아파트 공동체 활동이 아파트를 넘어 지역사회로, 전국 단위의 공동체 활동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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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같은 내용은 네이버 블로그 '와이시티 와글와글' (https://blog.naver.com/ycitywaglewagle) 에도 올렸습니다.


태그:#리사이클링 아트, #재활용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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