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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충남 태안에서는 '삼성중공업 예인선 기름 오염 사고'가 일어나 온 국민은 경악했다. 그 뒤 수십만 명의 자원봉사자 행렬은 새까맣게 오염되었던 태안 바닷가를 어느 정도 닦아내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기름 제거와 생태계 복원에 대한 걱정은 여전한 상태이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고온고압분사시스템으로 오염제거를 했고, 이에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또 환경단체들은 인공적인 오염 제거보다는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적인 오염제거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미생물 활용이 아직 검증이 안 됐다며 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긴급 오염 제거는 어느 정도 끝나가고 이제 장기적인 생태 복원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기에 이를 계속 미뤄둘 수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1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해양수산부 대회의실에서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허베이 스피리트 유류 오염 생물정화기법 적용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먼저 김상진 한국해양연구원 박사의 '생물정화기법 개발 및 응용', 해양경찰청 신규제 김차수 담당의 '생물정화제제 성능시험 방법 및 절차', 이태호 Biosaint 대표의 '생물학적 정화기법 도입 필요성', 지찬혁 환경운동연합 간사의 '생물정화기법 사용에 따른 환경영향' 따위의 주제 발표가 있었다.

 

이 가운데 이태호 Biosaint 대표는 "방제 효과가 뚜렷하면서도 인체나 생태계에 전혀 영향이 없는 내염성/저온성 원유분해 미생물을 투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지찬혁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영양 물질 공급에 의한 정화방법과 기름 분해 미생물에 희한 정화작용의 적용 사례와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 고철환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주제발표자 외에 이윤 국립수산과학원 박사, 이은주 서울대 생명과학대 교수, 전승수 전남대 생태지평연구소 교수, 이재영 해양수산부 사무관 등이 함께 패널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에는 생물정화기법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엇갈렸다. 특히 이은주 서울대 교수는 “우리의 어머니나 할머니들이 쌀뜨물로 세제를 만들어 썼던 것을 생각하면 쌀뜨물발효제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라는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 이는 주민들이 직접 쉽게 만들어 쓸 수 있어서 비용이 적게 드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승수 전남대 교수는 "실험실은 호기성 환경이고 현지는 혐기성 환경인데 지역환경에 따라 생물정화기법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며 "현장에서 실험하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토론자들의 토론이 끝난 뒤 청중들의 질문 또는 의견을 받았다. 청중 한 사람은 "초유의 사태를 푸는 방법은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김치나 된장은 혐기 상태에서 발효하지만 인체에 큰 도움을 주는 식품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생물정화기법은 값싸면서도 획기적인 정화기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중은 "미생물에 의한 독성에 겁을 내 지지부진한 사이 기름을 빨리 없애지 못하면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서두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청중은 "이러한 상태가 지속하면 방치라고 할 수 있다"면서 "미생물에 의한 유전자 변형을 걱정하지만 이 미생물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것들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 이미 존재해온 것임을 알아야 하며, 또 간단한 실험으로 독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30일 <한겨레신문>에는 "'기름 먹는 미생물' 태안 방제작업 나선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바닷물 1㎖ 속엔 1만~1백만 마리의 미생물이 산다. 기름유출 사고가 나면 독성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죽고 만다. 하지만, 기름성분을 분해하는 소수 미생물은 살아남는다. 생물정화란 이런 토착미생물이 기름을 더 잘 분해할 수 있도록 양분을 주어 활성화하거나, 기름 분해능력이 탁월한 외부 미생물들을 오염현장에 넣어주는 기법이다."

 

그런데 이 기사 뒷부분에 보면 "생물정화제제 기술은 환경부가 1992년부터 10년 동안 19억여 원을 들여 개발을 마쳐놓고도 해양수산부와 해경, 환경부 사이의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지 못해 6년째 현장적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정부는 생물정화기법을 알면서도 아니 개발해놓고도 쓰지 못한다며 개탄한다.

 

한 전문가는 생물정화기법도 단일 미생물을 쓰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다양한 미생물이 섞여 있는 복합 미생물을 쓰면 전혀 독성을 걱정할 일이 아닌데도 겁을 먹은 채 지켜보는 사이 생태계는 점점 파괴되고 있다는 말도 한다.

 

해양경찰청은 생물정화기법 형식승인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이후 이를 실험하고 형식승인이 나면 태안 현장 방제기법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어떻게든 효과적이고도 독성이 없는 방제기법이 적용되어 하루빨리 태안 생태계가 복원되기를 국민은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 #기름오염, #생물정화기법, #토론회,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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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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