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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 〈신은 위대하지 않다〉 책 겉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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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논리적인 사고만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에게 신은 존재하지 않거나 무능할 뿐이다. 모든 것을 과학적 분석과 수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인간의 존재는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단순히 진화하고 있는 진화체에 불과할 뿐이다. 양심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 내세에 대한 상상과는 전혀 무관한 짐승에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학적 분석과 수치에 의존하는 사람에겐 종교적 공포와 죄책감과 감화를 불러일으키는 설교가 허풍과 강요로 들리기 마련이다. 성경이나 종교적 교본도 인간이 꾸며낸 창작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신은 인간 스스로 불완전하다고 여기며 만들어낸 인간의 창작물에 지나지 않음도 역설한다. 결국 인간이 위대하다고 여기는 신이 헛것임을 강조한다.

크리스토퍼 허친스가 쓴 <신은 위대하지 않다>도 신과 종교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을 하도록 한다. 그가 신이 위대하지 않다고 제목을 붙인 것은 창조론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진화론과 DNA 분석을 더 신뢰하고 있는 까닭이요, 모든 탄생설화와 궤를 같이 하는 예수의 탄생도 신화적인 부분이 있고, 구약과 신약이 지닌 불일치와 허점들 때문이다.

그는 세속적인 인본주의자와 무신론자, 불가지론자들이 창조론자들에게 인류의 경이와 위안을 빼앗길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허블 망원경으로 세상의 풍경을 들여다보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창조 설화나 종말론으로 인해 두려움에 떠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여기는 까닭에서다.

더욱이 DNA의 좌우대칭 구조와 아름다움을 보면 인간 존재가 얼마나 완벽한지 인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 존재는 신의 창조와 종말 사이에서 두려워하거나 의존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임의적인 요인들이 빚어낸 변이과정물에 지나지 않기에 누구나 활개치고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종교 창시자들이 그렇듯 예수 탄생도 신화적인 부분으로 뒤덮여 있음을 꼬집는다. 이를테면 붓다는 어머니의 옆구리에 난 구멍으로 태어났고, 칭키스칸은 처녀의 몸으로 태어났고, 헤르메스도 처녀인 마이아에게서 태어났고, 로물루스도 처녀인 레아 실비아에게서 태어났듯이, 예수의 탄생도 그 연장에 지나지 않기에 전혀 경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2006년 3월에 같은 대학에서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실시한 결과 인간 게놈에서 지난 5천-1만 5천 년 동안 자연 선택에 의해 유전자의 형태가 바뀐 부분이 약 700군데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유전자들 중에는 ‘미각, 후각, 소화, 뼈의 구조, 피부색, 뇌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144쪽)

이는 시카고 대학의 연구팀이 발표한 유전자 연구에 관한 부분이다. 그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진화는 5만 내지 6만 년 전쯤에 완성되었고, 지난 3만 7천년 동안에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두뇌는 지금도 발달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성경 속 구약과 신약이 지닌 불일치성과 허점들을 꼬집기도 한다. 모세오경으로 불리는 구약의 창세기, 출애굽기, 신명기, 레위기, 민수기 등의 저자를 흔히 모세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의 죽음을 알리는 내용이 어떻게 그 책 속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신약성경의 네 복음서인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도 마찬가지다. 그 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교훈과 활동에 대해서 각기 상이한 기록과 평가를 옮겨 놓고 있다고 지적이다. 그런 점들을 통해서 성경의 내용이 전혀 신빙성이 없다는 견해를 내 놓는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주의 깊게 파헤치는 것은 지난 2천년 동안 행해 온 종교재판과 종교전쟁의 대학살과 만행이다. 그런 일들이 비록 중세 때에 일어난 것 같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이다. 이른바 교인들에게 종교적 공포심과 죄책감을 불러일으켜 옥죄고 있는 교회 지도자들의 설교가 바로 그것이란다.

아무쪼록 기독교인이든 무신론자든, 영미언론이 선정한 ‘100인의 지식인’ 가운데 5위에 올라 있는 그의 글들을 주의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적나라하되 천박하지 않고, 불편하되 무시할 수 없는 신과 종교에 관한 그의 고찰을 통해, 신이 왜 위대하지 않다고 하는지 그 속내를 깊이 있게 깨우쳤으면 한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 - 개정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알마(2011)


태그:#신은 위대하지 않다, #크리스토퍼 허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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