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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신청부터 모든 신청자에게 자기소개서와 의정활동계획서를 내도록 했다.
 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신청부터 모든 신청자에게 자기소개서와 의정활동계획서를 내도록 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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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4·9 총선을 앞두고 공천신청을 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라면 이런 탄식을 내뱉었을 법 하다. 지난 5일 마감한 공천신청 때 제출해야 했던 자기소개서와 의정활동계획서 때문이다. 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안강민)는 올해 처음 이 두 서류를 모든 신청자에게 내도록 했다.

특히 현역 의원들에게 '복병'은 자기소개서. 이 때문에 의원, 보좌관들이 한 차례 진통을 겪어야 했다. 한 의원의 측근은 "방(의원실)마다 자기소개서 때문에 난리법석이었다"며 "초선도 아니고 도대체 현역 의원의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하는 건지 다들 난감해했다"고 당황스러웠던 심경을 털어놨다.

[이력서형] 박근혜 전 대표, 이름 석자가 자기소개서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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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석자가 자기소개서나 마찬가지인 박근혜(3선·대구 달성) 전 대표는 이력서로 대체했다. 보좌진이 머리를 짜낸 결과다.

박 전 대표의 보좌관은 "공천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이 '박근혜'에 대해서는 다 아시지 않느냐. 새삼스레 어떻게 박 전 대표를 소개하겠느냐"며 고민의 일단을 전했다.

그는 "입사할 때 내는 소개서처럼 서술형으로 쓰기도 뭣하고 해서 간단하게 이력서 형태로 썼다"고 귀띔했다.

홍준표(3선·동대문 을) 의원도 이 방법을 택했다. 3선 국회의원인 그는 '반값아파트'·'국적법'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주요 이력에 살을 붙여 해별로 성과를 정리했다"며 "A4 1쪽에 핵심 내용만 명료하게 적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자기소개서에는 지난 대선 기간 당 권력형 비리조사특위 위원장과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BBK 사건'을 진두에서 대응했다는 점도 빠지지 않았다.

[엄부자모형] 자기소개서라기보다는 '미니 자서전'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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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에서는 일찍이 '엄부자모'로 시작하는 자기소개서는 절대 피하라는 불문율이 있다. 그러나 국회에선 아닌 듯하다. 아예 '미니 자서전' 형식의 자기소개서를 선뵌 의원도 적지 않다.

재선인 엄호성(부산 사하갑) 의원의 자기소개서는 "저는 1955년 10월 23일 경남 진해에서 3대독자로 태어났습니다"로 시작해 "감사합니다"로 끝맺는다.

엄 의원은 꼬박 사흘을 의원실에 틀어박혀 자기소개서에 매달렸다. 당 공천심사위가 요구한 자기소개서의 분량은 '3매 이내'. 그러나 엄 의원의 자기소개서는 무려 4쪽에 달한다. 이것도 초고를 반으로 줄인 것이다.

엄 의원은 "태어나서 자기소개서는 처음 써봤다"며 "오·탈자 수정까지 직접 손봤다"고 말했다.

그의 자기소개서는 '인간 엄호성'을 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 엄 의원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고비고비마다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왔는지를 중심으로 써내려 갔다"고 설명했다.

보좌관이 오히려 '무얼 그리 미주알 고주알 썼느냐'고 그에게 핀잔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공천심사위원들에게 가장 진솔하게 나를 소개하는 서류가 자기소개서 아니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엄 의원은 "공심위원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최대한 알리기 위해 정성을 들였다"고 말했다.

[리플렛형] 당 대표도 예외 없다... "성과 총집합"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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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당 지지도, 50%를 돌파하다' '파행 일보 직전의 당 경선을 20년 정치인생을 걸고 국보급 경선으로 치러내다' '100년 정당 한나라당, 1등국가 대한민국을 꿈꾸다'

당의 '얼굴'인 강재섭(5선·대구 서구) 대표의 자기소개서 일부다. 대표라고 해서 규정에 예외일 수는 없는 법. 강 대표도 A4 1쪽짜리 자기소개서를 냈다.

자기 자신에게 내는 자기소개서를 쓴 셈. 공천신청서에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공천심사위원장 귀하'라고 적혀있다.

강 대표의 한 보좌관은 "대표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5선 의원이 너무 구체적으로 쓸 수도 없어서 '수위' 조절하는 데 무척 어려웠다"고 농반진반 말했다. "의원을 보좌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써 보기는 처음이었다"는 말도 보탰다.

그는 "새삼스럽게 '정치인 강재섭'의 스토리를 쓸 수도 없는 일 아니냐"며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이뤄낸 성과를 항목별로 나눠 정리했다. 서술형과 단문형의 중간 형태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실형] "3쪽도 모자라요"... '성실표' 초선들 자기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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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의원들은 대개 정해진 분량인 3쪽을 꽉꽉 채웠다. 아직은 '알리기'에 주력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대선과 경선 때 각각 당과 이명박 당선인의 '입' 역할을 했던 나경원·진수희 의원의 자기소개서는 꼼꼼함이 돋보인다. 두 의원은 이번 공천신청 때 모두 비례대표에서 지역구로 전환했다.

서울 송파병에 도전장을 내민 나 의원은 자신의 의정활동 경력을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썼다. ▲짧은 4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론스타, 검은 유착 홀로 파헤쳤습니다 ▲대변인은 전쟁터에 핀 꽃 ▲정권교체는 나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나경원이 꿈꾸는 정치라는 소제목으로 내용을 나눴다.

서울 성동갑을 지역구로 공천신청을 한 진수희 의원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재직시절부터 자신이 주도했던 이른바 '전자팔찌 법안' 통과기, 경선 때 활약상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0년만에 정권을 탈환한 새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당에 의미있는 의석수를 추가하는 데 기여하겠다. 그것이 그동안 당이 나에게 준 혜택에 대한 보답이리라"는 대목에서는 비장함도 엿보인다.

자기소개서에서 적절한 '자화자찬'은 필수. 나 의원은 원내 공보부대표, 당 대변인 경력과 관련해 "언론으로부터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상식적 사람', 강경한 이야기도 듣는 사람이 거부감이 없도록 표현하는 장점을 가진 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자신을 치켜세웠다.

진 의원도 "지난 경선은 내 생애 가장 뜨겁고 숨 가빴던 여름이었다"며 "경선의 최전방에서 선대위 대변인으로서 집권세력의 부당한 공세에 온몸으로 맞서 싸웠다"고 주요 경력을 부각시켰다.


태그:#18대총선, #한나라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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