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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점자 디스플레이 장착 휴대용 컴퓨터가 지난해 11월 개발됐다. ‘브라보-XP’라 이름 붙여진 이 휴대용 점자 PC는 시각장애인의 교육과 문화생활은 물론 일반 사무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브라보-XP’ 개발에는 1급 시각장애인 신창현 박사의 숨은 노력이 컸다. 서울시 금천구에 있는 ‘한국로보트’(www.korea-robot.co.kr)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휴대용 점자PC '브라보-XP'를 직접 사용 중인 신창현 박사
▲ 브라보-XP 개발한 신창현 박사 휴대용 점자PC '브라보-XP'를 직접 사용 중인 신창현 박사
ⓒ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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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박사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특수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 귀국해 대학에 출강하다가 지난 2002년 1급 시각장애인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공직에 진출,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유학 당시 처음 컴퓨터를 접해본 그는 컴퓨터나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 시각장애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컴퓨터 개발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신창현 박사가 특수교육을 전공한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시각장애인 교육재활에 대한 자문을 많이 요청한다. 그 무렵 사회정보통신연구원장 최동찬씨를 만나게 되었다. 최동찬씨는 한국로보트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점자기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신창현 박사와 최동찬씨가 손을 잡고 만들었던 것은 ‘브레일32’라는 점자독서기였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나온 ‘한소네(점자정보단말기)’와 비교해 크기는 비슷한데 기능은 적어서 ‘브레일32’는 거의 보급되지 못했다.

그 실패를 토대로 개발된 것이 바로 ‘브라보-XP’이다. 사용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한 제품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시각장애인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초소형·초경량 점자 PC '브라보-XP'

‘브라보-XP’는 신창현 박사와 최동찬씨가 대화하는 중에 기획되었다. 신창현 박사가 구상한 설계도는 윈도우XP 기반의 모바일PC와 소형키보드·점자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모습이었다. 국내 최소 키보드를 장착하고 마우스패드는 과감히 없앴다. 키보드 하단에 점자 디스플레이를 달고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인 센스리더를 내장했다. 윈도우XP 기반의 휴대용 점자PC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키보드 자판을 통해 한글 또는 점자로 입력하고, 출력은 소리·점자·화면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설정하기에 따라 이중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방식만 선택하여 출력할 수도 있다.

‘브라보-XP’는 240mm×215mm×30mm 크기에 1.3kg으로 초소형·초경량 노트북이다. 휴대도 간편하다. PC 가방의 지퍼를 열어서 젖히면 자판과 점자 디스플레이 부분만 드러난다. 가방에 넣은 채 사용할 수도 있다. ‘브라보-XP’의 이용 방법은 일반 노트북 사용과 동일하다. 무선인터넷 모뎀이나 DMB모뎀을 꽂아주기만 하면 인터넷과 방송도 맘껏 즐길 수 있다.

또 한 가지! 좁은 장소에서 ‘브라보-XP’를 무릎에 올려놓고 사용해야 할 때 편리하도록 점자 디스플레이를 180도 돌려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점자 디스플레이가 키보드 하단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무릎에 올려놓고 사용할 경우 상체에 너무 가까워 팔 움직임이 불편했다. 이러한 신창현 박사의 요청에 따라 점자 디스플레이를 뒤집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이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 중이다.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제작된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그는 제품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향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곁에서 최동찬씨가 그에 따른 기술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서울맹학교와 울산 등에서 시연회를 가진 '브라보-XP'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받아 향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휴대성·기능성 모두 갖춘 점자 PC

        사이즈 240mm×215mm×30mm  중량 1.3kg의 초소형·초경량 노트북.
▲ 점자 PC '브라보-XP' 사이즈 240mm×215mm×30mm 중량 1.3kg의 초소형·초경량 노트북.
ⓒ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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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백석대학교에 출강 중인 신 박사는 '브라보-XP'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브라보-XP' 출력단자를 프로젝트에 연결하여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강의 내용을 화면에 띄워놓고 강의하는 것이다.

기존 시각장애인들은 일반 컴퓨터와 한소네(점자정보단말기)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브라보-XP’는 휴대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추었다. CPU 500메가, 하드 30기가, RAM 256 또는 512 정도로 일반PC와 비교할 때 높은 사양은 아니지만 정보 처리 속도나 작업 효율은 동일 사양의 일반PC의 2~3배 정도 빠르다.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등 5~6개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해도 이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은 정보 접근성이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브라보-XP가 그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 ‘브라보-XP’가 진정한 의미의 휴대용 점자컴퓨터가 될 것이라 말한다.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이기에 언젠가는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현재 ‘브라보-XP’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 등록된 상태이다. 시각장애인 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신청하면 지원받아 사용할 수 있다. 판매 가격 또한 450만 원 정도로 한소네보다 저렴하다.

“공공기관, 특수학교 등에도 점자 디스플레이가 많이 도입되어 전자민원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신창현 박사. 그의 기대처럼 ‘브라보-XP’가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내어 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시각장애인 잡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 2월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김수현 기자는 한국점자도서관 기획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시각장애, #점자 PC, #브라보-XP, #한국점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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