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주최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드림몰’ 협약식이 열렸다.
시각장애인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든 것은 처음 있는 일. 현장을 담기 위해 협약식이 열리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찾아 갔다. 시각장애인복지관에 가기 위해서는 성북역에 내려서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종점까지 가야 했다. 시각장애인복지관이 위치한 곳에는 뇌성마비복지관과 장애인종합복지관 등 3개의 복지관이 함께 모여 있었다.
국내 첫 시도, 시각장애인들의 쇼핑몰 '드림몰''드림몰'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장애인IT전문인력 양성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부터 5개월에 걸쳐 시각장애인들에게 쇼핑몰 운영 및 관리교육을 실시한 결과 만들어진 시각장애인들의 쇼핑몰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시각장애인들의 새로운 도전임에도 협약식이 열린 복지관 지하1층 교육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홍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인지 협약식장에선 교육생으로 참여한 장애인들과 관계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협약식은 권인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쇼핑몰 오픈이 기쁘고 좋은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줄 알았으나, 장내는 식이 진행되는 내내 조용하고 참석자도 적었다.
식순이 끝나고 협약식이 진행되었다. 10명의 교육생들 가운데 4명이 이번 드림몰에 입점하게 되었다. 이번에 입점하게 되는 품목들은 건강제품과 유기농 농산물, 인테리어 장식품, 천연재료로 만든 제품이다.
드림몰에서 천연샵을 열게 된 김현수(31)씨는 “믿을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많이 판매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협약식 내내 발표 내용은 모두 컴퓨터 음성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직접 스크린의 내용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음성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존의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들의 경우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이 접근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았다.
드림몰은 이러한 점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상품의 이미지보다는 상세한 설명을 넣어 음성프로그램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상품을 배열하였다고 한다.
식의 마지막 순서로 시각장애인연합회와 4명의 입점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했다. 연합회와 4명의 입점자들은 드림몰의 공동운영자로서 함께 이곳을 가꾸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잠깐의 도움보다 낚시하는 법을 배우게 해달라협약식이 끝난 후, 입점을 하게 된 4명의 교육생들과 쇼핑몰을 열기까지 그간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마을 식품의 대표 박우준(40)씨는 “기업들이 선뜻 물건을 주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해오기가 힘들었다”라며 판매할 상품을 마련하면서 겪었던 고충을 털어 놓았다.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아름데코의 박훈영(34)씨도 “유명한 회사에서는 우리에게 납품하기를 꺼려한다”면서 “크리스마스에 잠깐 와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스스로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하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편견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창업과정에서 기업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이런 시도가 처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천연샵 대표 김현수(31)씨는 “시각장애우들이 쇼핑몰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교육을 해주는 강사들도 가르칠 때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해했다”라며 “시각장애우들에게 사업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당시의 어려움을 말했다.
덧붙여 아직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비룡농산의 마준호(64)씨는 "용기를 내서 부딪치는게 중요하다. 이번 일이 안마일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4명의 교육생은 어렵지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직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새로운 경제적 자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김두현 팀장(32)은 “텔레마케팅도 시도해 보았고 심지어 카드 독촉 전화 업무도 해보았다”면서 이번 쇼핑몰의 성공이 앞으로 장애인들의 직업 계발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이전까지 시각장애우들은 안마기술 정도밖에 배우지 못하였다. 이번에 드림몰의 성공적인 사례를 통해 4명의 교육생뿐만 아니라 많은 시각장애우들이 직업적 성취를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들의 새로운 도전,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이번 쇼핑몰 오픈은 시각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여러 장애인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도전이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많다.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수작업도 이들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 안마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항상 말한다. 누구나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스스로 일어나려고 할 때 우리는 손을 내밀어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열린 협약식에는 약 2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도 연합회 관계자와 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생들뿐이었다.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기자도 나 하나뿐이었다.
힘차게 시작하는 시각장애우들의 용기있는 도전에 성공을 기원하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정미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