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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무성 의원, 박성범 의원, YS 차남 김현철씨, 김덕룡 전 의원.
 왼쪽부터 김무성 의원, 박성범 의원, YS 차남 김현철씨, 김덕룡 전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유성호·거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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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 심사의 최대 쟁점이었던 '부패 전력자의 공천 배제' 원칙이 관철됐다.

이로써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인해 처벌 전력이 있는 김무성 최고위원과 박성범 의원, 김현철(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씨 등의 공천 기회가 봉쇄됐다. 당내에서는 "개혁공천의 원칙이 세워졌다"며 환영의 목소리가 높지만 박근혜계 '좌장'의 퇴장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계파 간의 갈등이 재연될 소지도 높다.

당 공천심사위(이하 공심위) 간사를 맡은 정종복 의원은 "당선 가능성과 전문성, 도덕성, 의정활동 영향, 당 기여도 등 5가지 기준을 정해서 공천 심사에 참고하도록 하겠다"며 "공천신청 자격요건에 대해서는 현재의 당헌·당규에 정한 대로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사면복권자에 대한 예외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당규를 개정할 때 '사면복권자는 제외한다'는 조항도 있었는데, (2007년 9월) 상임전국위에서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당규를 개정하면서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사면 복권됐다고 해도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미리 차단했다는 의미다.

결국 한나라당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 공천을 주지 않도록 한 당규를 공천 심사에 그대로 적용하기로 함으로써 "당규 개정 이전에 일어난 사건에 소급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부의 반론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박근혜계 '좌장'·YS 차남 공천 기회 봉쇄... 공심위 결정, 당내 큰 파장 일듯

공심위의 이번 결정은 당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정치적 파장을 의식한 듯 "(정 의원이) 당규를 그대로 따른다는 방침만 정했을 뿐 소급적용 여부와 시기, 적용 범위 등에 대해서는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에서는 이번 결정을 '원칙론의 승리'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당장 박근혜계의 '좌장' 김무성 최고위원(부산 남을)과 YS의 차남 현철(경남 거제)씨의 공천 기회가 봉쇄됐다.

김 최고위원은 99년 알선수재죄로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현철씨는 97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다. 두 사람은 "당규 개정안의 소급 적용은 지나치다"며 공심위의 '관용'을 기대했으나 이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나왔다.

특히 대선 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전폭 지원했던 YS는 아들의 공천을 보장받지 못함으로써 원로정치인으로서의 체면도 많이 깎이게 됐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장 후보 공천 대가로 명품 코트와 양주 등을 받은 혐의로 벌금 700만원(배임 수재)을 선고받은 박성범 의원(서울 중구)과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시의원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김석준 의원(대구 달서병)도 공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2002년 대선 당시 1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던 서청원 전 대표도 정치적으로 재기할 길이 막힌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선거법 위반은 당규에 명시된 뇌물 또는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에 따라 해당자들에 대한 구제의 길이 열렸다.

이에 대해 정종복 의원은 "당규에도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공천 불가 규정이 없는 만큼 넓혀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금품을 살포하거나 음식물을 대접하다가 처벌받았다고 해도 선거법 위반죄가 적용된 사안이라면 당사자가 공천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인의 공천헌금 수수가 문제 됐던 김덕룡 의원(서울 서초을)의 경우 그 자신이 공천헌금을 받은 당사자는 아니기 때문에 '공천 배제' 당규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1993~94년 대전고검 차장 시절 뇌물수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99년 사표를 냈던 최병국 의원(울산 남갑)도 사법당국으로부터 처벌받은 일이 없기 때문에 당규상으로는 공천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

환영-동정론 교차... 박근혜계 VS 이명박계 계파 갈등 재연 가능성 남아

한나라당 공심위는 이번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틀 동안 격론을 벌였다. 비록 표 대결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회의장 바깥으로 간간이 새어나온 고성은 공심위원들의 논쟁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였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만약 당규를 고치거나 이상하게 해석하려고 했다면 당을 나올 생각도 하고 있었다"며 "한나라당이 이제야말로 국민과 함께 개혁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 같고, 이번 일을 과거의 부정·부패와 완전히 단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환영의 뜻을 했다.

그러나 환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일을 다시 끄집어내서 김무성 최고위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동정론이 나오고 있다. 김재원 의원은 "당규대로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면서도 "15~16대 국회에서 (유권자들의) 정치적 판단으로 해결된 사안을 다시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법 위반을 공천 배제의 조건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공심위 결정에 대해서는 박근혜계 측이 형평성 차원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계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익명의 박근혜계 의원에 따르면, 모 공심위원(외부)이 "뇌물은 어느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지만 선거법은 수많은 사람 대상으로 하는 범죄"라며 "뇌물보다 훨씬 중대한 부정부패인 선거법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자 이명박계 위원들이 이 부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박근혜계에서는 "이명박계 의원들 중에 선거법 위반자가 많은 상황에서 이들을 공천 탈락의 위기에서 구해주기 위해 공심위가 선거법 위반을 문제삼지 않으려고 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선거법 위반 전력이 있는 범이명박계의 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인도 선거준비 자금을 선거비용으로 넣으면서 문제가 생겨서 의원직을 잃었는데, 이 문제를 공천 배제의 기준으로 삼는 게 한나라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나도 김무성 최고위원이 억울한 입장이란 걸 이해한다"고 말했다.


태그:#18대 총선, #김무성, #김덕룡, #김현철, #박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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