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야 ! 드디어 출발이다."

막내의 함성 소리가 우주에 그득하다. 그 울림이 내면의 깊은 곳까지 배어들고 있다. 소리에는 아이의 설렘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 그리고 집사람의 마음까지 모두 함께였다.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늦둥이의 말 이 그 모든 마음을 대표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족 여행에 대한 요구는 한 달 전부터였다.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시간과 여건이 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집사람은 아이들 편이었다. 아무리 절약 생활을 해야 하지만, 가족 모두가 떠나는 여행 경비만큼은 절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반대할 의미가 없었다. 목적지를 정하는 데에도 나의 애매한 태도로 여러 번 바뀌었다.

 

아이들의 인내심은 대단하였다. 아이들과 소통을 위하여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집사람의 고역이 커지고 있었다. 소통이란 일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 기분을 맞추려고 최선을 다 하는 집사람의 의견을 묵살할 수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해진 목적지는 충남 예산에 있는 덕산 스파캐슬이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그 것을 바라보는 마음도 즐거워졌다. 전주를 출발하여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동안 아이들의 입은 쉴 사이 없이 재잘거리고 있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신나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보기가 좋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기분을 배가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여행의 맛은 낯선 풍광을 통해서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 또한 여행의 맛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컸다. 아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에 매료 되어 점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휴게실에서의 군것질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홍성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덕산으로 향하였다. 국도를 달리다보니, 정겨움이 넘쳐난다.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고향 느낌이 난다. 다정다감한 이웃들의 환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것 같다. 낯설지 않았지만,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덕산에 도착하여 먼저 묵을 방을 잡았다. 주인이 친절하게도 덕산 스파 케슬 50 % 할인 쿠폰을 내주었다. 집사람과 아이들을 그 곳에 데려다주고 나는 주변 관광을 나섰다. 농촌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인근에 광덕사라는 절이 있어 찾았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조용한 사찰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다.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데에는 최고였다. 이곳까지 도착하는데,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은 그 나름대로의 맛깔스러움이 있었지만, 홀로 이름도 없는 작은 산사에서 내면을 관조하는 즐거움 또한 그 나름대로의 컸다. 화려하게 장식되어진 단청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였다.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생각에 빠지기를 즐거워함으로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향기가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하도 또 찾아보아도 없다. 손에 잡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욕심을 향해 달렸을 뿐 분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 소유하려고 발버둥을 쳤던 물질들은 모두 다 내 것이 아니었다. 잠시 맡았을 분 그림자일 뿐이었다. 명예도 마찬가지고 다른 것들도 모두 다 똑 같았다. 모든 것이 바람이었고 쌓여진 것은 무거운 짐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업으로 치유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향기로 오래 남기 위해서는 친절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덕행을 쌓았어야 한다. 나를 위해서는 안간 힘을 썼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베푼 일이 없다. 풍경 소리를 들으면서 지나 온 날들을 반추하게 된다. 무엇이 그리도 바빠서 그렇게 바동거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밤 내 먹고 마셨다. 집사람이 돈을 걱정하였지만, 아이들은 막무가내였다. 가족 여행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내버려두라고 제지하였다. 그렇게 해주어야 오랫동안 향기가 남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늦게 일어난 다음 날. 아침을 먹고는 해미l 인터체인지를 통해서 다시 서해안 고속도로에 올랐다. 금강 하구언의 철새들의 모습을 보기 위함이었다. 일요일의 고속도로는 한가하여 달리기에 딱 좋았다. 맑은 햇살의 축복 속에서 달리는 기분은 최고였다. 휴게실에서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달리다보니, 금방 서산 인터체인지였다.

 

금강 하구의 철새들을 찾았다. 금강의 이곳저곳이 얼어서 새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물위에는 새들이 그렇게 많지 않고 주변의 논밭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생물성 자원 계약을 체결하여 심어진 보리들이 새들의 먹이로 제공되고 있었다. 새들의 모습이 그렇게 한가하고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새들의 모습을 통해서 생명의 경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새들의 자유를 통해 가족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었다. 비록 길지 않은 가족 여행이었지만 만족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신나하니, 그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가족 여행의 추억이 향기로 남아 먼 훗날 회자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즐거웠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충남 예산과 전북 군산 금강에서


태그:#가족, #여행, #향, #오리, #비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