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Mnet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촬영장. 김종민 작가가 미쓰라에게 대본을 보여주며 뭔가 말하고 있다.
 Mnet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촬영장. 김종민 작가가 미쓰라에게 대본을 보여주며 뭔가 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 상황 1.


부산에서 왔다는 꽃미남. 그가 미쓰라와 몇 마디 말을 나누기 위해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장면을 찍을 순간이었다. 문득 김태은 PD가 미쓰라 옆에 늘어선 여성들, 일명 꽃미남에게 차인 전력을 지닌 꽃미남 '피해여성들의 모임'을 향해 외쳤다.

"잘 생겼으니까, 만질 수 있는 대로 만져요."

촬영이 끝난 뒤 미쓰라와 기념 촬영중인 꽃미남. 미쓰라의 신발을 주목하라. 꽃미남보다 신발?
 촬영이 끝난 뒤 미쓰라와 기념 촬영중인 꽃미남. 미쓰라의 신발을 주목하라. 꽃미남보다 신발?
ⓒ 오마이뉴스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아니, 이렇게 스킨십을 권장하는 아름다운 풍토가? 미쓰라 옆에 늘어선 '피해자의 모임' 여성들이 술렁였다. 얄궂은 안경 때문에 눈빛은 당최 알 수 없는 그들이었다.

"오면 다 일어나서 만져요. 밀고, 밀치고, 다 일어나서."

김태은 PD의 말이 끝난 뒤 꽃미남이 들어섰다. 다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듯이 머뭇대던 몸짓들은 어디로 가고, 꽃미남이 나타나자마자 무섭게 달려들어 꽃미남을 쓰다듬었다.

# 상황 2.


당황한 꽃미남을 가소롭단 듯이 바라보던 미쓰라가 역시 가소롭단 듯이 꽃미남에게 물었다. "요즘 최대 관심사가 뭐지?" 어려 보이는 꽃미남이 1초도 망설임 없아 말했다. "소녀시대."

미쓰라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아. 전국민 관심사 말고! 네가 방송에 나오려면 개인기 같은 거 하나 준비해야 해. 가수인 나도 이러고 있잖아."

# 상황 3.

미쓰라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꽃미남이 퇴장할 시간. 이번엔 '피해자의 모임' 여성들이 꽃미남을 덮쳤다. 덮쳐서 마구 뜯어먹는(시늉을 했)다. 여성들에 깔린 꽃미남이 보이질 않는다. PD가 물었다. "살았니?"

김태은 PD가 촬영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김태은 PD가 촬영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꽃미남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그러자 피디가 말했다. "잡아먹는 거 조금 더 찍어볼게요." 작가가 옆에서 거들었다. "더 심하게 덮쳐주세요." AD가 보탰다. "재효야. 누워봐."

그걸 본 PD가 물었다. "어떤 분이 재효 볼에 뽀뽀 한 번 해주세요. 어떤 분이 하실래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피해자의 모임'으로 나온 여성 한 명이 잽싸게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제가요."

기다리고 기다렸다는 듯 재빠른 동작에, 제작진 입이 미쓰라 바가지머리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그 말에 꽃미남 얼굴 표정은 심상치 않게 변했다. 작가가 얼른 말했다. "재효야. 괜찮아. 금방 끝나." AD가 보탰다. "겁 먹지마. 재효야."

그 말에 되레 꽃미남 얼굴이 굳어갔다. 제작진 은 신이 났다. 한결같이 곧 사탕 바구니라도 한 트럭으로 받아들 듯한 아이 표정이다.

김태은 PD가 외쳤다. "3, 2, 1…." 드디어 카메라가 돌아갔다. 짠 대로 한 여성이 꽃미남 얼굴에 쪽 하고 뽀뽀했다. 다들 울부짖었다. "오오!" 꾹 참고 넘긴 꽃미남이 스튜디오를 나서며 혼자 말했다. "한 번 밖에 안 해본 뽀뽀를…. "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란 프로, 이름만 혹은 설정만 재미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게 아니었다.

촬영 뒤, 미쓰라가 너무 귀엽다며 셀카를 찍는 김태은 PD(왼쪽)과 김종민 작가(오른쪽)
 촬영 뒤, 미쓰라가 너무 귀엽다며 셀카를 찍는 김태은 PD(왼쪽)과 김종민 작가(오른쪽)
ⓒ 오마이뉴스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 상황 4.


촬영 일부가 끝나고 잠시 쉬러 꽃무늬 세트 바깥으로 걸어 나온 미쓰라가 꽃미남에게 물었다. "몇살이냐?" 꽃미남이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 "고3 올라가요." "좋겠다." 잠시 침묵.

미쓰라가 다시 말했다. "지금 내려가냐?" "네. 부산에 가려구요." 꽃미남은 집이 부산이다. 스튜디오 촬영하러 상경한 상태다. 미쓰라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럼, 끝나고 밥 사줄게. 먹고 가." 꽃미남 얼굴에 갑자기 꽃이 피었다. "진짜요?" "저번에도 밥 사줬어."

문득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 방송 때마다 흐르던 꽃미남들 사이즈가 생각났다. 하나 같이 키는 180cm 즈음에 몸무게는 70kg도 안 됐다. 60kg을 겨우 넘기기 일쑤였다. 혹시 미쓰라가 꽃미남들 살 찌우기 대작전을 벌이는 건가? 아니야 아니야. 고개를 저었다. 세트장 안과 세트장 밖의 밋으라와 미쓰라는 말투도 달랐잖아?

# 상황 5.

6시 30분에 시작한 촬영이 밤 9시 반에 끝났다. 끝났음을 알리고 제작진이 수고하셨단 말에 미쓰라가 계속 물었다. "진짜요? 진짜 이거면 끝이예요?" 속고만 살아왔나. 믿지 못하겠단 얼굴이다.

미쓰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미쓰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김태은 PD가 말했다. "네. 언젠간 3회 연달아 찍는 날 있겠지만요." 미쓰라는 믿을 수 없단 얼굴로 마구 좋아했다. 오늘 빨라야 새벽 1시에나 끝날 줄 알고, 미리 마음의 각오를 하고 온 터였다. 그런데 10시도 안 됐는데 촬영이 끝났다.

방울 달린 털 모자를 눌러쓰고 보슬보슬한 하얀색 털 스웨터를 입은 미쓰라는 귀여운 곰돌이 같았다. 문득 PD가 말했다. "너무 귀여워서 사진 찍어야겠다."

그러더니 미쓰라 옆에 서서 핸드폰 카메라로 '셀카'를 찍었다. 김종민 작가도 가세했다. 셋이 사진을 찍더니, 급기야 스태프들이 모두 함께 사진 찍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오늘 AD가 그만둬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과연 그래서일까?

#상황 6.

촬영을 잠깐 기다리던 미쓰라가 또 말했다. "내가 60년대 태어났으면 했는데" 무슨 소린가 생각하는데 미쓰라가 이어 말했다. "백윤식 아저씨 젊은 시절이랑 똑같이 생겼잖아." 그와 대화하던 이가 못 믿겠다는 듯이 물었다. "진짜?" 그렇다면 지금 백윤식 얼굴이 미쓰라 진의 미래?

#상황 7.

촬영하며 엎어지고 구른 뒤 일어선 미쓰라, 안 그래도 자다 부스스한 머리가 마구 헝클어진 상태다. 그가 일어선 뒤 머리를 매만지자 김태은 PD가 말했다. "지금 머리 상태 좋은데요." 옆에서 작가 한 명이 또 거들었다. "머리 정말 잘 한 거 같아." 동그랗고 찌그러진 까만 바가지를 뒤집어 쓴 듯한 미쓰라의 머리를, 제작진은 어느 꽃미남보다 더 사랑스럽다는 듯이 아름다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 아름다운 밋으라 아롱사태.

미쓰라가 카메라 대신 열심히 노려보며 읽는 대본.
 미쓰라가 카메라 대신 열심히 노려보며 읽는 대본.
ⓒ 오마이뉴스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태그:#치욕! 꽃미남 아롱사태, #미쓰라 진, #꽃미남, #엠넷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