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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에 대한 나의 뜻은 확고하다."

 

9일 방송연설과 유세를 통해 창당 의사를 밝힌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0일에도 거듭 같은 의지를 천명했다.

 

이날 오전에는 출마선언 이후 처음으로 캠프 상근 실무자 전체 회의가 열려 내부적으로도 창당 의지를 굳건히 했다. 이 자리에서 캠프의 좌장격인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우리는 대선이 끝났다고 해서 흩어질 조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창당'을 홍보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대선이 다가오면서 대선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 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대선 이후 당을 만들겠다는 언급은 처음이다.

 

대선을 열흘 앞두고 이 후보는 왜 불쑥 '신당' 얘기를 꺼냈을까.

 

#1. 집토끼 단속용... "이회창 표 '사표' 아니다... 캠프 사기 진작할 필요도"

 

 

일단 '집토끼 단속용'이라는 인상이 짙다. 밖으론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안으로는 흐트러진 캠프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복안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BBK 수사 발표 이후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이 후보의 지지층은 한나라당의 그것과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갈수록 '이명박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로서는 자신에게 던지는 표가 결코 '사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심어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 후보를 오래 보좌해 온 이흥주 홍보팀장은 "자꾸 중도포기 하는 것 아니냐. 대선만 바라보고 나왔으니 대선이 끝나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니 그게 아니라는 희망을 줘야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도 "BBK 수사 발표 이후, 이명박 지지세가 확고해 지고 있다"며 "이회창 후보가 정치를 계속 하겠다는 확실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 후보를 찍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이 후보가 정당을 만들어 정치를 계속 한다면 (이 후보를 찍는 표가 사표가 아닌) 일종의 '후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의 수사 발표 이후 어수선한 캠프 분위기를 잡기 위한 의도도 있다. 특히 지지율까지 하락하면서 캠프 여기저기에선 걱정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캠프에는 순수한 자원봉사자 외에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으로 몰려든 '예비 배지'들도 상당수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나서 캠프 일부에서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선거 끝나면 우리도 끝 아니냐는 위기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지율이 3위로 떨어지면 급격하게 내부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득표율이 15%도 안나오면 선거비용 환급도 안되는 것 아니냐"며 "당장 돈을 갖고 일하는 실무자들은 그런 부담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갑작스레 캠프 전체 실무자 회의가 소집된 데서도 이런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강삼재 팀장은 직접 앞에 나서서 목에 힘줄이 설 정도로 열변을 토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강 팀장은 "현재의 여론조사 수치는 의미가 없다. 우리는 이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강 팀장은 "대선 이후 확실히 창당을 할 것이니 선거가 끝났다고 뿔뿔이 흩어질 조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끝까지 함께 간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박성민 대표는 "이회창 후보가 대선을 며칠 앞두고 이렇게 급하게 창당 발언을 한 것을 보면 현재 그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 국중당+한나라당 탈당세력 = 제2의 거대 보수당 창당?

 

이 후보가 애초부터 대선 이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출마를 선언한 것이라는 풀이도 할 수 있다.

 

이 후보가 출마를 결심할 당시만 해도 한나라당 내에서는 '친 이명박' 대 '친 박근혜' 세력 간의 대립이 치열했다. 일각에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친이'에 밀린 '친박' 세력이 결국엔 당에서 쫓겨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 후보가 국민중심당에 일부 한나라당 탈당 세력까지 흡수하는 '거대 보수정당' 창당의 구상을 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대외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나와 뜻이 같다. 언젠가는 함께 할 날이 있을 것"이라며 거듭 '문'을 열어둔 것도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구상이 현실이 된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이회창 신당'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이흥주 팀장도 이 후보의 신당이 현재 한나라당의 일부 세력까지 포함하는 구상임을 재확인 했다. 이 팀장은 "지금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내에서도 현재 정치상황을 불안해하는 세력이 많지 않느냐"며 "이런 세력까지 끌어안을 새 그릇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명박 후보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공천 때문에 발목 잡혀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당내 '반 이명박' 세력에게 일종의 '대안정당'의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재로선 친박 진영조차 '이회창 신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에 손사래를 친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회창 신당이) '충청당'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회창 신당'이 충청권을 넘어서 영남권으로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선 한나라당 의원들의 합세가 절실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대선 후에 한나라당에 어떤 변화가 있어서 당이 쪼개진다면 몰라도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현재로선 (이회창 신당이) 영남권으로 파고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도 "한나라당이 야당을 10년 하면서 '고초'를 겪었는데, 현재 의원들 중에 또다시 야당하겠다고 나설 의원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한나라당 내에서 큰 요동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친박 진영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명박 후보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되면 박 전 대표를 적극 끌어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 "지역주의 부활시키는 반칙당이자 잡탕당"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연일 '이회창 신당'을 폄훼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찌됐든 보수당이 또하나 출현해 내년 총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진다면 한나라당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사실상의 경선불복으로 법과 원칙을 저버린 부패 보수 정당이자 기회주의자들의 잡탕 정당"이라며 "역사의 무덤으로 들어가야 할 지역주의 정치인 충청 연고당까지 부활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박 대변인은 "그들의 목적은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이 아니라 자신들의 보신을 위한 총선에 있는 것"이라며 "실상은 사이비보수와 반선진화세력의 결집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지역 정당을 만들어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를 모아서 중도 우파 세력의 분열을 초래하고, 본인을 두 번 출마시킨 어머니 같은 한나라당과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쏘아붙였다.


태그:#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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