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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는 "이상한, 기묘한, 낯선"이라는 뜻으로, 과잉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어린이10명 중 3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과 공동으로 '아토피 Zero 세상을 열자'라는 제목의 심층 기획보도를 진행하면서 아토피를 줄여나갈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생태지평 연구소는 이 기간동안 '아토피 Zero 센터 건립' 등의 사업을 벌입니다. 많은 후원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불과 2년 전인 2005년 10월 아토피 아이를 키우는 김자경씨는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참석하여 아토피 환자와 가족의 고통에 대한 증언을 하였다.

ⓒ 대한소아과 알레르기호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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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회의원들의 분위기가 썰렁하고 해서 돌아가려 하자 한 국회의원이 불러 세워 다음과 같이 '타일렀다'(?)고 한다. "아토피가 환경문제라면 같은 환경 아래 사는 사람은 다 아토피여야지 왜 소수만 아토피겠느냐, 여기 와서 말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아마도 이 국회의원은 고통받는 국민이 국회에 와서 호소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창 대통령 선거인 지금, 각 후보들은 아토피를 해결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빈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되고 나면 모르쇠 하지 않고 아픈 아이 때문에 부모도, 가족도 병들고 있는 아토피에 부디 그 해결책을 잘 내놓기를 바란다.

초등학생 10명 중 3명이 아토피... 95년부터 10년 동안 130% 증가

2000년 이후 정부·정당·학계·민간 진영 등에서 아토피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어린이 건강 위험 노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또한, 성인 아토피 환자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뉴스가 간간히 사회를 놀라게 하면서 아토피에 대한 우려도 한층 높아지게 되었다.  
 

아토피 피부염 발병률
 아토피 피부염 발병률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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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전체 인구 중 아토피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200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의하면 3대 알레르기성 질환인 아토피 피부염·알레르기성 비염·천식을 앓고 있는 인구가 약 730만 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4800만명)의 약 15.2%다.
인구 6.6명 중 1명이 아토피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아토피 질환으로 의심되어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가장 만연한 성인병 질병인 고혈압 환자 수를 약 622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아토피 질환자는 이보다 108만 명이나 더 많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를 보면 아토피 피부염으로 의사에게 진단 받은 환자 수는 인구 1000명당 91.4명으로, 4년 전인 2001년의 12명과 비교하여 무려 7.6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듯 아토피 질환자는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제 아토피는 단순 질환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위험스러운 질병으로 자리매김하고 말았다. 아토피는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경고의 메시지가 되고 만 셈이다.

아토피 질환자 연도별 증가율(왼쪽)과 아토피 질환과 타 질환의 의료기관 진단 및 자료실태 비교(오른쪽). 출처는 '2005년 건강보험통계연보'
 아토피 질환자 연도별 증가율(왼쪽)과 아토피 질환과 타 질환의 의료기관 진단 및 자료실태 비교(오른쪽). 출처는 '2005년 건강보험통계연보'
ⓒ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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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뒤늦게 정부도 서둘러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2006년 환경부는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을 세워 76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2007년 보건복지부의 천식·아토피 질환 예방관리 종합대책, 대통령 직속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정부 부처 합동회의를 거친 범정부차원의 어린이건강대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기획예산처에서는 천식·아토피 질환을 국가차원에서 예방관리하기 위해 2008년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27억원을 신규 투입키로 결정했다.

또한 지난 11월 서울시는 아토피를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질환으로 간주하여 '아토피 없는 서울 만들기' 종합대책을 공표하였다. '국민의 병'으로 급증하고 있는 아토피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가 그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정답은 없고 고통만 있는 병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유병률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유병률
ⓒ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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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책 시행 단계부터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는 등 제대로 된 정책이 시행될 수 있을지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특히 아토피가 '환경성 질환'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보건전문가들은 아토피가 여러 환경오염 요인에 의해 때로는 발생할 수도, 때로는 악화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아토피를 환경성 질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아토피를 근절시키는 사회적인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아토피가 환경성 질환이 아니라면 환경오염을 줄이는 노력보다는 다른 대책을 찾아야만 하는 셈이다. 과연 그런가?  

아토피 피부질환은 과잉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과 함께 '3대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질환은 상호영향을 주면서 동시 또는 시간차를 두고 발현되어 환자를 매우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다. 아토피란 말이 원래 '이상한 작용, 기묘한'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원인과 증상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여 치료방법이 어려운 난치질환이라는 한다. 

그래서인지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질환, 정답은 없고 개인의 경험만 있는 질환, 그래서 환자마다 그 증상과 처방이 모두 다르다. 양방·한방·민간요법·아토피 상품 등 온갖 치료법이 넘쳐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환경병'의 대표적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는 아토피는 잦은 재발로 인한 의료비 부담증가, 정상적인 학업 및 사회활동 제약, 심할 경우 우울증, 자살충동 등 정신적 장애를 유발하는 등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만성질환으로 꼽히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위 :알레르기질환에서 환경적 요인-유전자형-면역체계의 상호작용
아래 : 연령대와 유병률 상관관계
 위 :알레르기질환에서 환경적 요인-유전자형-면역체계의 상호작용 아래 : 연령대와 유병률 상관관계
ⓒ 지속가능발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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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학계에서는 아토피를 '가계적(家系的) 또는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소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토피'라는 병명이 1925년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고 산업화·도시화의 급속한 진행에 따른 환경파괴와 오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부터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오염의 유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30~40대 이상의 연령대보다는 10세 이하의 저연령층에서 발병률이 더 높다는 점 등을 볼 때 유전적 소인보다는 환경적 요인에 비중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 이 견해에 동의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일차적으로는 유전적 소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유전자형과 면역체계 그리고 환경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레르기질환 발현에서 환경적 요인, 유전자형, 그리고 면역체게의 상호작용
 알레르기질환 발현에서 환경적 요인, 유전자형, 그리고 면역체게의 상호작용
ⓒ 단국대학교 권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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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의 평화가 깨져 생겨난 질환

한의학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을 우리 몸 안과 밖의 미생물들이 건강하게 자리매김 하지 못해서 생긴 현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질환'이라고 본다.

즉 환경과 생활습관 그리고 삶의 패턴이 급격하게 변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몸이 공존과 평화를 잃어버려서 생겨난 질환이라고 보고 있다.(양성완, <아토피 치료법>, 2007) 본래의 생활문화에 적응해왔던 몸의 균형이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해석한다.  

의학적으로 아토피를 환경성 질환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쾌한 규명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환경문제가 아토피 질환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문명적 생활방식에서 환경건강의 안전지대는 없다

지역별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률
 지역별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률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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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연구조사에 의하면 아토피는 환경오염이 심한 도시와 산업지역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촌지역의 아토피 유병율도 22%가량으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공단지역과 불과 11%의 차이가 날 뿐이다.

일반적으로 '아토피'라고 하면 물 깨끗하고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를 가면 낫는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공간 환경의 변화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통계다. 

각종 개발사업이 토양과 수질오염 등 이미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어 농촌지역도 환경문제의 안전지대로 보기 어려운 것. 

다시 말해서 환경 질환은 자연생태계의 오염뿐만 아니라 유해물질 노출이 많아진 생활방식 모두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깨끗한 자연환경도 필요하지만 의식주 전반에 걸쳐 친환경적인 생활을 해야만 지속가능한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자연공간에 있다 하더라도 유해물질이 많은 먹을거리와 세제 등을 사용하게 되면 아토피의 위협으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토피를 일으키는 3가지 요소.
 아토피를 일으키는 3가지 요소.
ⓒ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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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건강에 '빨간불', 차기 대통령도 그냥 건너갈 것인가?

올해 초 식약청이 발표한 '식품첨가물과 아토피 피부염 상관관계'를 비롯하여 8월 교육부가 내놓은 '교실공기와 아토피 질환 연관성 연구' 결과에서는 환경문제와 아토피와의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왜일까? 이 연구에 참여했던 의대교수는 "제대로 된 결과를 얻으려면 연구대상을 4만명 이상으로 늘리고, 연구기간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때까지 9년으로 길게 잡아야 하는데 현 정부 시스템으로는 장기적인 연구가 힘들다"며 한계를 토로하였다. 졸속한 정책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정부 스스로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지금 우리 미래의 건강지표에는 적신호가 켜져 있다.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커다란 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따라  과학적인 입증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이다.

2008년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아토피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한 제스처가 아닌 진정으로 아토피에 고생하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어린이들을 감싸고 치유하는 정책으로 까지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태그:#아토피, #아토피ZERO,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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