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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는 "이상한, 기묘한, 낯선"이라는 뜻으로, 과잉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어린이 4명 중 1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과 공동으로 '아토피 Zero 세상을 열자'라는 제목의 심층 기획보도를 진행하면서 아토피를 줄여나갈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생태지평 연구소는 이 기간동안 '아토피 Zero 센터 건립' 등의 사업을 벌입니다. 많은 후원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아토피 Zero 산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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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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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가려움에 더 심해지는 아들은 온몸을 두 시간 쓰다듬어 줘야 겨우 잠이 듭니다. 그러나 몇 시간 못자고 또 깨어납니다. 많은 병원을 찾아다녔고 전국 안 가본 곳이 없어요. 아토피 때문에 결국 이민을 갑니다. 정말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작년 국회 국감장에 갓 5살 아이를 둔 젊은 어머니가 증언대에 섰다.

어머니는 5년간 아이의 아토피 가려움으로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아이의 외모 때문에 외출기피증이 생겨났고 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결국 아무런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그의 결심은 이 나라를 떠나는 것이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 사회는 이 어머니의 절규에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어린이 넷 중 한 명은 아토피... 사회의 대책은?

아토피 질병의 심각성은 피해 당사자가 대부분 어린이들이라는 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원하지 않는 질병에 시달리는 이 어린이들은 어떤 희망을 갖게 될까. 10세 이하 어린이 4명 중 1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다. 대표적인 성인병인 고혈압보다도 더 많은 730만명의 사람들이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는 무슨 대책을 내놓고 있는가.

아토피는 우리 사회가 확대재생산한 질병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아토피는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뒷전에서 독버섯처럼 자란 환경·사회적 질병이다. 현대인들은 고도 경제성장으로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물질적 향유는 새로운 고통을 양산시켰다.

아토피는 자연을 황폐화시키고 환경을 오염시킨 물질만능 사회의 대가다. 어쩌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을 무단 사용하면서 결국 아토피라는 최대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 셈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유력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에게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다. 경제성장 등 갖가지 청사진을 펼쳐놓는다. 그러나 희망은 경제적 성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장 일변도의 그늘에서 소외와 차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회의 질병이 생겨났다. 그 아픈 곳을 함께 보듬고 해결하려고 할 때 진정 희망사회가 열린다.

좌절감, 우울감, 죄책감, 숙면장애... 가족 불화까지

'아토피가 정치다'는 구호가 내걸린 초록정치연대의 행사장에 아기를 안은 한 엄마가 나와있다.
 '아토피가 정치다'는 구호가 내걸린 초록정치연대의 행사장에 아기를 안은 한 엄마가 나와있다.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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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는 더 이상 희귀병이 아니다. 지금 출산을 앞두거나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아토피 불안에 휩싸여 있다. 아토피 자녀를 키우는 많은 가정이 아토피 질환의 고통을 함께 겪으며 살고 있다. 온갖 노력과 방법에도 호전되지 않는 아토피는 가족들조차 좌절감, 우울감, 죄책감, 숙면장애, 경제적 부담 등 심한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넣는다. 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불화, 시댁과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져 가정의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아토피는 만성적 질환이다. 아이는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아토피 어린이 10명중 7명은 저체중이며, 학교 결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토피 청소년 54%가 자살을 고민해보았고, 62%가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무기력감, 위축감, 낮은 자존감, 우울감, 학습장애, 또래간의 갈등, 자살충동 등 만성적 스트레스에 짓눌려 자란다. 결국 아토피는 몸과 마음 모두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토피는 마땅한 치료법을 찾지 못한다. 양․한방 병원순례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소문과 권유에 기대 아토피상품 쇼핑으로 이어지지만 증세는 더욱 악화되고, 결국 치료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모인 경우 아토피 아이들은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다. 2005년 한 해 동안 아토피 피부질환의 공식적인 의료기관 총 진료비는 연간 560억원, 2006년 한 가정이 한 해 동안 부담하는 아토피 치료비용은 600만원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토피는 어른들이 만들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받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짐을 내맡긴 꼴이다.

어린 자녀를 둔 많은 도시 가정 '아토피 질환' 공포 시달려

더 이상 아토피 치료는 개인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사회와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대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 어린이들을 유혹하는 과자와 식품은 어디에서나 넘쳐나고 방치되어 있다. 집과 학교 건물은 온갖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가득하다. 길거리에는 차량이 내뿜는 대기오염이 넘쳐 난다. 이런 생활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어떤 치료도 백해무익하다.

아토피를 더 이상 방치해야 하는가. 개인의 치료선택에 맡겨야 하는가. 결론에 앞서 다양한 방법과 실험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정부차원의 대책을 세우고 의료계는 연구의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아토피 질환 퇴치를 위해 관심과 참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토피 실태와 그 피해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왔다. 아토피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다양한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토피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우리의 생활습관과 인식을 교정하지 않는다면 그 추세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유해한 먹거리와 생활공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토피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결국 현재로서는 가장 자연스러움으로 치유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아토피 어린이를 위한 ‘아토피 Zero 자연캠프’에 참가했던 몇몇 어린이들은 그 증상이 호전되었다. 일주일동안의 교육과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고 아토피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적용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아토피 퇴치를 위해 가장 먼저 행해야 하는 것은 자연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사회가 책임지는 쉼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생활습관과 자세를 교정하는 훈련과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아토피에 대항하는 자립형의 아이들로 스스로 성장되게끔 해야 한다.

아토피 퇴치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이다. 이제, 우리 모두의 힘으로 아토피 '아토피 Zero' 세상을 열어나가자.


태그:#아토피 ZERO, #박진섭, #아토피 ZERO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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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부소장입니다. http://ecoi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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