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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교회에서는 어김없이 김장을 했다. 배추가 금값이라 그리 넉넉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250포기는 훨씬 넘는 듯했다. 이틀에 걸쳐 김장을 담그는데 참여한 교인들도 꽤 많았다. 교인들끼리만 먹는 게 아니라 이웃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데 모두들 뜻을 모았던 것 같다.

 

"어제만 해도 싱싱하던 것들이 다 풀이 죽었네요."
"소금을 많이 친 것도 아닌데요."
"우리를 도와주려고 그런가보죠."
"그러게요. 빨리빨리 담글 수 있도록 말이죠."
"그나저나 물이 쭉 빠져야 할 텐데요."
"저기다 놓으면 금방 물이 빠질 거예요."
"자, 어서 옮깁시다. 힘들면 '흔들고 흔들고' 허리를 돌려가면서요."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채비를 하던 몇몇 권사님들이 나눈 대화였다. 절인 배추에 속을 넣기 위해서는 그만큼 물이 쭉 빠져야 했다. 250포기나 되는 것들이 언제 빠질지 모르지만 판자를 눕히고서 그 위에 쌓다면 금세 물은 빠질성 싶었다.

 

날이 환하게 밝자 교인들은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젊은 집사님들을 비롯해 나이 많은 할머니들까지 가세했다. 먼 길 버스를 타고 나온 분들도 있었고, 가까운 곳에 걸음걸이한 분들도 없지 않았다. 김장을 담그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아는 터라 그 분들 모두가 힘을 보태려 했던 것이다.

 

"이제 고춧가루를 풀고 속을 버무립시다."
"생강도 가져오고, 갓이랑 마늘이랑 쪽파랑, 있는 것 다 넣읍시다."
"또 없어요. 넣을 것?"
"여기 젓갈이요. 신안 새우젓갈이예요."
"그 먼 것이 여기까지 왔네요."
"전국에서 제일 좋다고 소문이 나서 그렇겠죠."
"자 이제, 버무려 봐야죠?"
"전국에서 제일 맛난 김장을 담급시다."
"여부가 있겠어요."

 

그렇게 모두들 달라붙어 배추 속에 들어갈 속을 알차게 버무렸다. 물론 예전과는 달랐다. 너른 마당에 깔판과 비늘을 깔고서 그 위에서 모두들 달라붙어 뒤섞었던 것이다. 쉬는 사람 없이 제 빠르게 손을 놀린 탓에 오후 3시 무렵에 갈무리 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김장 맛은 배추 맛이기도 하고 또 속맛이기도 하다. 배추 자체가 달콤해야 김장도 맛있고, 또 속도 맛깔스러워야 김장이 맛있는 법이다. 하지만 최고의 맛은 역시 사람 손맛에서 나올 것이다. 그 사랑스런 맛을 여럿이 함께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 얼마나 보기에 좋았겠는가?

 

더욱이 그 사랑스런 맛을 이웃 주민들에게 12통이나 나눌 수 있었으니 더없이 보람된 일이었지 싶다.


태그:#김장,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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