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앙 109호, 중앙109호 구급출동입니다."

영화 <첨밀밀>의 OST로 유명한 등려군의 '첨밀밀'이 안전센터에 울려퍼지면 119 구급대원들이 바빠진다. 이 음악이 바로 구급출동 벨이기 때문이다. 구급차 기관사와 응급구조사는 바로 지령컴퓨터에서 출력되어 나오는 지령서를 가지고 구급차에 오른다.

소방 관련 조직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구급차 출동지에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환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119안전센터의 출동대기 모습
▲ 119안전센터 전경 119안전센터의 출동대기 모습
ⓒ 이경선

관련사진보기


짐 싸들고 구급차 마중나오는 '응급환자'

119 구급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중 '응급환자' 아닌 사람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어떤 상황이 응급한 것이고, 어떤 상황은 응급하지 않은 것인지 구분 자체가 모호하다. 하지만 스스로 거동 가능한 환자가 보호자도 없이 스스로 구급신고를 하고, 병원에서 입원해 있는 동안 사용할 일용품을 챙겨 구급차를 마중나와 있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119 안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구급대원들은 이런 상황을 거의 매일 겪는다. 그러나 연세 지긋한 노인이 저런 모습으로 나와 있는데 이송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이런 비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동안 진짜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다.

관할지역에 응급환자가 발생해 신고가 접수되었는데 관할지 구급대가 '출동 중'이라면 그 다음으로 가까운 구급대 중 미출동 구급대가 출동하게 된다. 이럴 경우 출동 소요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한 예로 관할지에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응급 환자가 출동지령 시각으로 부터 2~3분 이내에 응급처치를 받으면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자. 그러나 관할지 구급대는 비응급환자의 이송으로 출동 중에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 근접지 안전센터에서 출동을 하게 된다. 관할지에서 3분 거리인데 더 먼 비관할지에서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게 됨은 당연하고, 곧 환자는 죽음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말 그대로 너무 극한 예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10월 중순 경, 충북 충주 한 호수주변에서 조깅을 하고 있던 40대 여성이 갑작스런 발작을 일으켰고 호흡곤란의 상태에 빠졌다. 관할지 구급대와는 걸어서도 몇 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다.

하지만 관할서는 이미 출동 상태였고, 인접한 타 관할서가 출동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상황의 발생시각은 6시 30분경, 해당 관할서는 만성질환 환자의 병원입원 이송 중이었다.

환자의 구분에 있어 누가 먼저고 누구는 나중이라는 구분이 맞지 않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더 빠른 조치로 살 수도 있었던 한 여성이 먼 곳에서 오고 있는 구급차를 기다리며 생을 마감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19구급대의 출동 내용 중 나날이 많아지기만 하는 건 그 어떤 사고도 아닌 비응급출동이다.
▲ 119구급대의 활동모습 119구급대의 출동 내용 중 나날이 많아지기만 하는 건 그 어떤 사고도 아닌 비응급출동이다.
ⓒ 이경선

관련사진보기


비응급 정기 이송자 대상프로그램 홍보 등 대처 방안 마련 필요

119 안전센터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중인 이향란 소방사(25·충주중앙 119안전센터)는 이렇게 말한다.

"멀리 타 관할지인 곳에 출동지령이 떨어지면 심각한 상태의 환자는 아닐지 걱정이 되요.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너무 먼 곳은 출동 시간에 한계가 있죠. 물론 해당 관할지가 정말 응급 출동 중이어서 그런 경우도 많지만 비응급 출동으로 인해 관할지의 정말 응급한 출동에 가지 못할 때는 답답할 노릇이죠. 저도 너무도 많은 비응급 출동을 경험하다 보니 구급활동내용을 적는 구급활동일지의 응급/비응급 구분란에 응급이라는 표시를 체크하기 민망한 '응급출동'이 점차 많아지는 것 같아요. 실제 11월까지의 통계상으로 충청북도 내 4만여건의 구급 출동 중 2만 8천여건이 비응급이송인 상태예요."."

현재 전국 대부분 안전센터에서는 노인전용 구급차, 일명 '실버구급차'를 운영 중이다. 이름 그대로 노인전용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생활보호대상자 등 연령 구분 없이도 이용 가능하다. 현재는 주로 대상자 명단을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예약해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상태인데 그 홍보가 미흡해 모르는 사람도 많고 이용량도 아직은 적다.
 
소방 조직내 많은 사람들이 비응급 출동량의 증가와 그 폐해를 알고 있다면 노인전용구급차 제도의 확대 운영 및 홍보 등 개별 시스템 마련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비단 그 문제의 해결은 소방 조직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구급대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의식 개선도 뒤따라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응급환자가 타 관할지에서 오고 있는 구급차를 신음하며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태그:#119, #구급, #안전센터, #소방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