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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오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 OECD국가 중 1위 여기에 자동차중심의 도로정책은 사람사이의 관계를 단절시켜 황량한 도시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기자는 자전거도시에 주목, 그 속에서 미래 도시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부평의 도로 등 도시공간의 실태를 분석하고, 국내외 사례 등을 통해 자전거도시가 지닌 가치를 조명하며 나아가 자전거도시로 가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연재는 격주로 진행될 예정이다...<기자 주>

 


전철역으로 가는 험한 길


인천 부평에서 경인전철을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바로 전철역이다. 부평에는 동암역, 백운역, 부평역, 부개역 등 4개 역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이용객이 몰리는 곳은 단연 부평역이다. 하지만 접근이 가장 어려운 곳 역시 부평역이다.

 

인접한 부평1동 동아아파트에서 자전거로 부평역을 갈 경우 북인천우체국 아래에 위치한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길을 따라 갈 수 있다. 자전거도로가 있긴 하지만 인도와 나란히 있어 자전거도로를 이용한다는 것은 오히려 수많은 보행자에게 위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전거를 이용해 동아아파트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부평역을 갈 경우 횡단보도가 없는 부평역 앞 광장 5거리를 지나야하기 때문에 인도를 이용하는 것 보다 더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부평역 이용객에 비춰 자전거를 타고 부평역을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힘겹게 도착한 부평역. 하지만 자전거 거치대에는 두 줄로 늘어선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고, 자전거 거치대가 부족해 자전거를 길가 가로수나 펜스에 묶어둘 수밖에 없다. 현재 부평역 주변에는 3개의 거치대가 설치돼 있고 거치 가능한 자전거 대수는 106대다. 부평역 길가나 펜스 등 거치대가 아닌 곳에 주차된 자전거가 무려 40대가 넘는다.

 

사정은 백운역도 비슷하다. 산곡동 인근에서 백운역을 이용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올 경우 역시 인도에 나있는 자전거도로를 지나야 하며, 횡단보도 없는 백운역 앞 부안고가교 진입로 5거리를 지나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자전거 이용객이 드물고 자전거 보관소 역시 35대만 거치가 가능해 거치대가 아닌 곳에 주차된 자전거들이 쉽게 눈에 띤다.

 

그나마 자전거 보관소가 많이 설치된 곳은 부개역 북광장 주변으로 168대 정도가 주차 가능하다. 인근 부개택지에서 부개역을 이용하는 자전거전용도로가 확보되면 이용객은 지금보다 늘 것으로 보여 거치대 추가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매일 자전거를 이용해 부평역에 도착, 전철을 통해 출근한다는 부평4동 이호준(34)씨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게 당장 어렵다면 횡단보도라도 먼저 설치해주면 부평역으로 가는 위험이 반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청천동에 살면서 버스로 갈산역까지 나와 전철을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우종찬(36)씨는 “집에서 갈산역까지 자전거를 이용하고 싶어도 갈산역의 자전거보관소가 늘 가득 차 있어 묶어놓을 때가 없기 때문에 도난위험도 있고 해서 자전거 이용을 꺼리고 있다”고 말해, 횡단보도 설치와 자전거보관소 확대 설치 등이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아파트에서 구청까지 가는 길도 마찬가지

 

자전거로 장도 보고, 구청에 볼일이 있을 때에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부평1동 동아아파트 주민 안강림(40)씨가 이번 실태조사에 함께 해 그의 평소 이용 구간을 다녀봤다. 우선 동아아파트에서 출발해 부평1동사무소에 이르는 구간은 아파트 단지와 바로 인접해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동사무소에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가 18대만 거치 가능해 주민자치센터 문화예술 강좌가 많이 열리는 지금은 거치대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동사무소에서 일을 본 뒤, 백화점에 들를 일이 있어 가보니 자전거거치대는 복개된 차량주차장 건너편에 설치돼 있다. 14대 거치가 가능한 이곳에 거치된 자전거보다는 백화점 출입구와 가까운 가로수와 그 근처에 놓여진 자전거가 더 많다. 백화점 출입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자전거거치대 이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번에는 백화점에서 나와 구청을 가기 전에 부평문화원과 부평보건소를 들렀다. 백화점에서 나와 부평보건소로 가기 위해서는 문화의거리 입구 3거리에서 구청방면으로 좌회전을 해야 한다. 인도에는 보행자가 많아 오히려 불편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차도를 이용한다.

 

횡단보도가 없어 문화의거리 입구에 있는 신호등이 좌회전으로 바뀌면 차량에 섞여 좌회전을 한다. 부평시장역에 다다를 쯤 인도에 나있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평시장역을 가로 지를 때에는 횡단보도가 없어 위험을 감수하고 건너야 한다.

 

안씨는 멀리 떨어져 있는 횡단보도를 이용하지만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곧바로 대로를 건너는 자전거 이용객을 볼 수 있다. 대부분 부평시장에서 장을 보고 짐을 싣고 가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부평역에서 구청으로 갈 때는 돌아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되지만 동아2단지나 대림아파트, 산곡동 방면에서 부평우체국이나 부평시장을 가기에는 부평역을 이용할 때 겪는 위험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부평우체국 신청사 앞 인도에는 신축공사 때 인도를 새롭게 설치한 모양인데, 그나마 인도 위에 그어져 있던 자전거도로마저 사라지고 없다. 

 

간신히 찾은 부평문화원에는 거치대가 전혀 없었으며, 인접한 보건소에는 5대만 거치 가능했다. 보건소를 나와 다시 구청으로 향했다. 자전거출입구가 따로 없어 차량출구를 통해 들어온 구청에는 토요일임에도 불구, 많은 자전거들이 거치돼 있었다. 모두 58대가 거치 가능했으나 17대가 펑크난 채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 가능대수는 40여대에 불과했다.

 

구청까지 실태조사에 함께 한 안씨는 “차량주차장은 청사와 가깝고 오히려 자전거 거치대는 청사와 떨어진 외진 곳에 있어 불편함은 둘째치더라도 도난 위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게다가 방치된 자전거가 많은 걸 보면 구청이 자전거 이용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청과 인접한 북구도서관과 여성문화회관을 찾았다. 여성문화회관에는 모두 28대가 거치 가능했다. 갈산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성문화회관을 이용할 때는 비교적 편리한 편이나 청천동이나 부평동 방면에서 올 때는 부평구청역 앞 교차로를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에 자전거 이용이 만만치 않다. 북구도서관은 수험생을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곳.

 

모두 70대가 거치 가능한 거치대에는 빈 자리가 없었으며, 거치대를 찾지 못한 30여대가 그냥 세워져 있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다. 산곡남중처럼 긴 봉을 거치대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했다.

 

재래시장을 이용할 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에 섞여 차도를 건너거나, 한참을 돌아가 횡단보도를 이용해야만 부평시장에 갈 수 있다. 자전거 보관소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보행자가 동아아파트2단지 방면에서 부평시장역을 통과해 부평시장을 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가 없어 지하보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계단이 높아 노인은 물론 일반인조차 버겁다. 때문에 대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부평중앙로 도로 폭 넓어
자전거전용도로 설치 가능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평역에서 출발해 부평구청역, 갈산역, 계산동에 이르는 부평중앙로는 도로 폭이 넓고 일부구간을 제외하면 인도도 폭이 넓어 ‘차선다이어트’를 실시하거나, 서울시처럼 차도를 줄여 자전거전용도로를 확보한다면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였다.

 

또한, 인도 한복판에 그어져 있는 자전거도로 이용이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위험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전용도로 설치가 어렵다면 현행 자전거도로의 높이를 차도와 같게 하고 인도와 분리해 차도 측으로 설치하면 보행자도 안전하고, 자전거 이용자도 편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부평중앙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횡단보도가 턱 없이 부족해 자전거 이용자뿐 아니라 보행자도 매우 불편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였다.

 

한편, 인접한 부천시에서는 차도에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할 계획이며, 주정차 단속을 강화해 차로를 확보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1. 조사기간 : 2007년 9월 29일~30일

2. 조사대상 : 4개 전철역, 부평구청, 부평구 보건소, 부평문화원, 인천여성문화회관, 부평시장, 북구도서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3. 조사기관 : 부평의제21 추진협의회,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 운동본부, (주)부평신문사

▶ 연재순서

1. 부평구 자전거 이용 현황과 실태
2. 자전거 타고 집에서 학교 가는 길  
3.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시장도 가보자 
4. 외국의 자전거도시에서 배운다(상, 하) 
5. 자전거도시로 가는 국내 도시들(상, 하)  
6. 자전거도시는 가능하다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도시, #부평구, #횡단보도, #자전거도로,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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