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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자주 얼굴을 대하는 문우들이지만 볼 때마다 ‘요즘은 옛날하고 달라서 글 쓰는 사람들이 참 멋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요런 조런 액세서리나 스카프로 모양을 내기도 하고 오래 된 옷을 리폼해서 자기만의 개성을 살리기도 하지만, 그 중에 으뜸은 옷을 리폼하는 것이다.
리폼한 밍크숄
▲ 사진1 리폼한 밍크숄
ⓒ 프리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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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액세서리나 스카프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비쌀 뿐만 아니라 내게 맞지 않는 옷이라고 해서 함부로 남을 주기도 조심스럽다. 4계절이 한 바퀴 돌고난 후에 옷장을 열어 보면 한 번도 손도 대지 않은 옷이 많다. 이런 옷들이 가뜩이나 비좁은 옷장을 턱하니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겨울옷은 부피가 있어서 처치곤란이다.

지난주부터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고 따뜻한 털옷이 절로 생각이 나서 장롱을 뒤적이며 겨울옷을 정리했다. 몇 년간 주인의 손길조차 닿지 않았던 결혼 때 한 털옷이랑, 그 후에 장만한 가죽 옷을 발견하고는 거울 앞에서 갖가지 모양으로 연출해 보았다.

아무리 이리저리 궁리를 하며 입어 보아도 아깝고 미련도 남지만 별로 입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옷들을 리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털옷이나 가죽옷은 아무 데서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지라 막연해 하고 있을 즈음 문인들의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따뜻한 칼국수나 한 그릇씩 먹자며  몇몇 여류작가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어느 시인이 걸치고 온 밍크 조끼를 너나 할 것 없이 돌아가며 입어보고 예쁘다고 탄성을 질렀다. 밍크 조끼라면 당연히 예쁘겠지만, 그것은 그냥 밍크 조끼가 아니라 30년도 더 된 구닥다리 밍크 재킷을 리폼한 것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이다.

서로들 어디에서 했느냐, 수공은 얼마를 줬느냐고 시끌벅적한데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집 장롱에도 오래되어 품도 맞지 않을 뿐더러 유행이 한참 지난 털옷이 있기에 그 곳의 전화번호를 챙겼다.

다음 날 나는 품도 크고 유행도 지난 밍크코트를 들고 그 곳을 찾았다. 처음엔 단순히 내 옷만 리폼하겠다는 생각으로 찾아 갔었는데 가서 보니 나만 이 좋은 정보를 알고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임을 밝히고 조용한 시간에 인터뷰에 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모피에 대해 설명하는 이상각 대표
▲ 사진2 모피에 대해 설명하는 이상각 대표
ⓒ 프리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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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토) 오후 3시, 다시 ‘프리즈’(리폼 회사) 이상각 대표와 마주앉았다. 인터뷰 전에 미리 공장과 사무실을 찬찬히 돌아본 것이 다행이다. 공장에는 6명의 직원들이 고개 돌릴 틈도 없이 재단을 하고 미싱을 돌리느라고 참으로 분주했고, 이미 리폼된 옷들과 리폼해야 할 옷들과 이상각 대표가 디자인한 멋진 털옷들로 빈틈이 없었다.

리폼 전의 밍크
▲ 사진3 리폼 전의 밍크
ⓒ 프리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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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한 밍크조끼
▲ 사진4 리폼한 밍크조끼
ⓒ 프리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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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며 언제부터 이 일을 하셨는지요?
"진도모피에서 15년간 근무했습니다. 15년간 일을 하다 보니 생산, 자재, 매장영업까지 두루 섭렵하게 되었지요. 일 하는 동안은 참 즐거웠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 쪽에는 항상 아쉬움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비싼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많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 회사를 그만두고 ‘모피 리폼’을 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한 지는 1998년도부터니까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말하자면 모피 리폼의 선두 주자인 셈이지요."

- 모피 종류와 가죽 종류 모두가 리폼이 가능한지, 리폼을 하자면 디자인도 할 줄 알아야 될 텐데 직접 디자인도 하시는지요?
"모든 모피와 가죽옷이 리폼 가능합니다. 그리고 옷뿐만이 아니라 핸드백도 리폼을 하는 걸요. 모피 디자인을 하기 위해 디자인 스쿨을 다녔고, 디자인 공부는 지금도 쉬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모피 쇼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는걸요."

- 리폼을 하면 어떻게 변하며, 본인이 리폼한 옷에 만족하시는지요?
"구형은 최신형으로 탈바꿈되며, 품이 큰 옷은 품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까지 최신형으로 바꿈으로써 고객들의 만족도는 99%쯤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고객들이 만족하시더라도 제 눈에 흡족하지 않으면 고객을 설득해서 다시 고칩니다."

- 긴 코트를 짧은 코트로 줄이고 남은 털은 어떻게 하나요?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 주시지요.
"긴 코트뿐만 아니라 자투리가 나오게 되면 고객과 상의를 합니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목도리를 만들 수도 있고, 핸드백을 만들 수도, 모자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코트와 세트 느낌을 살릴 수도 있어서 고객들의 만족도는 200%지요. 그 밖에도 활용 방법은 다양합니다. 귀한 털을 자투리라고해서 버릴 수는 없지요."

- 리폼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봄, 여름에는1주일 정도, 가을에는 2주 정도, 늦가을이나 초겨울에는 한 달 가량 잡아야 하지만 물량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생깁니다."

- 리폼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요?
"조끼 20만원~30만원, 짧은코트 35만원~45만원, 코트 55만원~65만원 정도 하지만 난이도에 따라 좀 더 쌀 수도 있고 비쌀 수도 있습니다. 리폼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모피의 세탁은 물론 안감 교체까지 해 드립니다. 핸드백 같은 경우에는 15만원 정도합니다."

모피 및 피혁제품을 드라이클리닝하는 전용 세탁기
▲ 사진5 모피 및 피혁제품을 드라이클리닝하는 전용 세탁기
ⓒ 프리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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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할 모피를 말끔히 손질하는 모습
▲ 사진6 수선할 모피를 말끔히 손질하는 모습
ⓒ 프리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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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과 공장을 둘러보니 새 옷도 많이 있는데 팔기도 하나요?
"일부는 견본이고 나머지는 이곳에서 직접 팔기도 하고 대리점으로 내 보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직접 사실 경우에는 중간 마진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잇점이 있고, 대리점을 원하시는 분은 소자본 창업도 도와드립니다."

- 들어오면서 보니까 무슨 상패 같은 것이 있던데, 무엇인지요?
"2002년과 2003년에 걸쳐 3곳의 신문사에서 우수기업 선정 패를 받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상각 대표는 ‘절대로 돈 주고 한 것이 아니며, 신문사에서 아이템이 좋아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 때와 가장 보람된 일이 있다면 소개 좀 해 주시지요.
"가장 힘들 때는, 성수기에 일감이 밀리면 잦은 야근으로 체력이 달려서 체중이 빠질 지경입니다. 하지만 멀리서 비행기 타고 찾아오시는 고객들이 계시기에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세네 분씩은 광주에서 여수에서 부산에서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오십니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께서 소개를 많이 해 주셔서 우리집 손님은 다 연결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그 분들께는 김치찌개라도 대접해 드리고 리폼 값에서 비행기 값을 빼드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리폼한 옷을 입으신 고객께서 만족해 하실 때가 가장 보람 있지요."

이상각 대표의 꿈은 원대했다. 현재 그는 새로운 가방을 연구하고 만드는 데 몰두해 있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모피와 핸드백을 우리나라에서 본인이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들은 2008년 2~3월경에 홍콩에서 있을 '국제 모피 무역박람회'에 출품하기로 되어 있단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고객들께 제가 감사해야 하는데 오히려 고객들께서 고맙다고 하십니다.’라며 넌지시 한마디 한다. 하기야, 본 기자도 처음 옷을 맡기고 돌아서며 ‘고맙다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인사를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Tip 모피의 간단한 손질 요령
* 평상시 외출에서 돌아오면 거꾸로 들어 먼지를 턴 후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걸어 둔다.
* 털이 구겨져 있을 때 거즈에 물을 묻혀 털의 방향으로 문질러 준 다음 그늘에서 30분 정도 말린 후 털의 결 방향으로 빗어주면 된다. 이때 빗은 모피 전용 빗을 사용해야 된다.
* 음식물이나 기름때가 묻었을 때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윤기가 떨어지고 털이 구부러져 못쓰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모피 전문점에 맡기고 오염 정도가 가벼우면 벤젠으로 오염 부위에 분무기로 뿌린 후 깨끗한 모피전용 빗으로 빗어주되 되도록 전문가에게 맡긴다.

모피 입을 때 주의사항
* 모피는 마찰에는 약하므로 털에 손상을 주는 액세서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
* 향수나 헤어스프레이는 모피를 입기 전에 끝내는 것이 좋다.
* 모피 안에 많이 껴입으면 둔해 보이므로 이너웨어를 주의하여 입어야 한다.
* 모피는 열에 약하다. 특히 장모는 열 근처에서도 털이 말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모피 관리요령 및 보관요령
* 항상 어깨부분이 넓은 옷걸이를 사용하고 옷장내에 너무 빽빽하게 걸면 모피는 뭉칠 수 있다.
* 플라스틱 가방에 담거나 보관하면 안 된다.
* 물기가 묻으면 흔들어서 털어낸 뒤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옷걸이에 걸어 말린다.
* 열이나 불을 주의한다.
* 절대로 일반 빗으로 빗거나 브러쉬로 빗으면 안 된다.
* 좀이 슬지 않게 주의한다.
* 하절기에는 온도와 습기를 막고 조절할 수 있는 곳에 보관한다.
* 정기적으로 모피 전문가에게 손질을 맡기고 절대 드라이클리닝은 하지 않는다.(밍크)
* 조그마한 흠집이라도 전문가에게 즉시 수리한다.
* 햇살이 비추거나 밝은 장소에 보관하거나 걸어두지 않는다.(제품이 산화되거나 색이 변하게 된다.)


태그:#모피, #옷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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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시원한 청량제, 겨울에는 따뜻한 화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쓴 책 : 김경내 산문집<덧칠하지 말자> 김경내 동시집<난리 날 만하더라고> 김경내 단편 동화집<별이 된 까치밥> e-mail : ok_0926@daum.net 글을 써야 숨을 쉬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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