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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도 없고, 비전도 없다. 시민들은 정치의 구경꾼이 된 지 오래다. 현대정치의 문제점 중 하나는 시민들의 참여를 배제해 정치권과 시민사회 사이의 괴리감을 조성해 왔다는 점이다. 언론의 역할은 이를 중재하고 활발한 소통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인데, 오히려 시민을이 요구하는 정보와 의제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 여론을 정치로부터 격리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른바 공공 저널리즘(Public journalism)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다.

 

공공 저널리즘이란, 언론이 의제를 설정해 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것을 말한다. 의제 설정 과정에서 시민들은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시민이 능동적으로 이슈의 방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말 권장되어야 할 언론 보도 형태라 할 수 있다.

 

평소 정치로부터 소외된 시민들이 그나마 참정권을 가지고 유일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선거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선보도 형태를 유심히 보면, 공공 저널리즘은 없고, 경마 저널리즘만 있는 것 같다. 정책에 대한 분석도, 사람에 대한 분석도 없고 오로지 여론조사에 의한 통계에 기초해 앞서거니 뒷서거니 중계방송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통계라는 과학적인 보도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좀더 심층적인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되레 과학이란 가면을 쓰고 여론의 눈가리개 역할을 하는 아이러니한 경우를 보여준다.  어느 신문 할것없이 이러한 보도형태는 사그러 들지가 않는다. 

 

 

각 신문사들의 메인페이지다. 어디에도 정책에 관한 분석기사는 없다. 간혹 알수없는 숫자들로만 가득찬 전형적인 경마저널리즘의 모습도 보인다. 심지어 중앙일보의 경우 삼성에 대한 연관성을 스스로 부인하지 않으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합류는 이런 부정적 보도행태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다소 코미디 같은 이런 정치권의 변화가 언론으로서는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전 총재의 출마와 관련해 이런 보수진영의 두 후보가 어떤 정책적 차이를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예컨대, 그간 논란이 되어온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에 비해, 이회창 후보는 어떤 차별화된 정책을 갖고 있는지, 이회창 후보가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북관은 어떻게 틀린지에 대한 해설은 도무지 찾기가 힘들다. 다만 두 후보 사이의 정치적 계산을 다룬 기사들만 넘쳐나고 있어 유권자들에게 선택시 도움되는 정보란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그런 경마 저널리즘을 제외하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다룬 기사나 누가 되는게 더 유리한가를 따지는 추측성 기사만 난무할 뿐이다. 게다가 틈만 나면 의혹을 제기해 편가르기를 유도하는 '폭로 저널리즘'과 평소에는 권력에 꼬리를 낮추고 있다가 잠잠하다 싶으면 겨우 짖어주는 정도의 '하이에나 저널리즘'도 간혹 보이고 있다. 최근에야 비로소 삼성에 관해 비판적인 기사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형적인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언론의 부정적인 저널리즘의 측면들은 다소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배경에는 언론사가 가지는 기업으로서의 위치와 공공선을 위한 비판적인 감시견 위치와의 혼란이 있다. 언론사의 정치적 논조가 아닌,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속에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바로 우리 시민들이다. 

 

대선 D-30일이다. 국가의 행정수반을 뽑는 중대한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은 이제 서서히 마음을 정해야 할때다. 당일치기로 후보를 뽑고, 그저 도장 하나 찍으며 시간때우는 식은 곤란한데, 지금 그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치인에게 던질 계란도, 피켓도, 이제는 언론을 향해 던지고 들이대야 할 때다.


태그:#대선, #공공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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