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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이 유난하다.”
 

깊어 가는 가을에 만산홍엽을 이루고 있는 도솔산에서 유독 초록을 잃지 않고 있는 숲이 있다. 선운사 대웅전 뒤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동백 숲이 바로 그 것이다. 한 여름의 초록은 돋보이지 않지만 가을의 동백 숲은 사람의 마음을 잡는다. 처연한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어 허전함을 위로해준다. 따뜻하게 감싸안아준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풍광도 아름답지만 초록으로 우뚝한 동백 숲의 매력도 독특하다. 가을은 외로움을 키운다. 멀리 떠나간 친구 녀석이 그리워지고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다. 동백 숲의 얼굴은 텅 비어버린 마음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래서 선운사를 찾는다. 다른 사람들은 단풍을 감상하고 있을 때 동백 숲을 가슴에 담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기쁨 보다는 서글픔이 앞선다. 차라리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은 마음이 차분해진다. 체념을 통해 현실을 받아드릴 수 있다. 그러나 가을은 다르다.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또 한 해가 이렇게 속절없이 떠나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멀어지는 시간을 붙잡고 싶다. 내 곁에 꽉 잡고 놓아주지 않고 싶다.

 

가을에는 거울을 보고 싶지 않다. 거울 속의 얼굴이 낯설기 때문이다. 무심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열정이 넘치던 패기 발랄하였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흉한 몰골을 하고 있는 얼굴을 바라본다는 것은 참혹한 일이다. 그러나 아니라고 아무리 부정하여도 소용없는 일이다. 냉엄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너져 내리는 마음에 위로가 되어주는 빛깔이 바로 초록이다. 한 겨울에도 변함없이 본래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항상심이 위안이 되는 것이다. 상록수의 매력이 바로 그 것이다. 동백 숲에서 뿜어내는 초록의 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허전함을 주체하지 못할 때면 선운사의 동백을 찾는다.

 

세월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라고 한다. 피한다고 하여 해결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늘어가는 주름살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마음이 울적해지면 주저하지 말고 경이로움을 찾아 여행을 떠나야 한다. 일상의 번잡함에서 과감하게 탈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동백 숲은 말한다. 웃어야 한다고. 호기심을 키우고 그 것을 충족시켜 주기위하여 대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일에 기쁨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큰일만을 추구하게 되면 영원히 기쁨을 맛보지 못할 수도 있다. 작은 일이 모여서 큰일이 되고 행복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 삶의 재미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웃길 수 있는 유머 감각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이 박장대소하는 것을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권리다.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며 젊음의 열정을 누릴 권리이기도 하다. 넘치는 힘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지만 권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내 인생은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다.

 

동백 숲의 초록의 가장 큰 매력은 변하지 않는 마음이다. 일 년 사시사철 한결 같은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행복한 삶을 누리는 도구다. 마음을 변하지 않고 언제나 한가지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항상심을 유지하면서 한번 뿐인 인생을 살아간다면 아름다운 삶은 보장된다.

 

 

사랑을 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삶이다. 불신이니 시기 그리고 질투하는 마음이 앞서서 사랑하지 못하게 되면 그 것은 불행이다. 사랑하면 아무리 아파도 행복해질 수 있지만, 사랑하지 못하면 아무리 편안해도 불행한 것이다. 선운사의 동백 숲을 바라보면서 사랑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사랑을 불태우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선운사에서


태그:#초록, #동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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