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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문턱에 접어든다는 입동이 지난 지도 닷새가 되었건만 대열에서 뒤쳐진 철새마냥 아님 늦은 가을나들이 객을 위한 앙코르 공연이라도 하는 듯 아직도 가을은 떠날 채비를 않고 머물러 있었다.

 

동생네가 주말에 가을나들이를 다녀왔다며 가족카페에 사진과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본 셋째가 더 늦기 전에 단풍구경도 할 겸 등산을 하자는 제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전업주부라 해도 주중엔 모두 빡빡한 일정으로 좀처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자투리시간을 이용하기로 하고 월요일(12일) 오후 2시에 아파트 부근 배드민턴 장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 당일 서둘러 오전 볼 일을 끝내고 간단하게 먹을거리(360ml 머루주 1병도 살짝)와 카메라를 챙긴 배낭을 메고 약속 장소로 가는 길 주변엔 빛바랜 단풍들 사이로 늦된 단풍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아침나절 쌀쌀하던 날씨도 오후가 되니 봄날처럼 포근하다. 어린이 놀이터에도 단풍처럼 예쁜 꼬마들이 그네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며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따사로운 햇살속으로 퍼진다.

 

볼거리가 많아 마냥 걸어도 좋은 계절, 모처럼의 산행을 즐기기 위해 수락산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에도 세 여인은 때 늦은 단풍놀이에 흠뻑 취해 정신이 없다.

 

가을은 어느 것과도 잘 어울리는 조화의 계절이자 환희의 계절, 늘 다니는 길이건만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낯선 거리마냥 새롭고 운치가 있어 누가 걸어도 낭만이 넘친다. 해는 저물어 가는데 등산로 옆 나무에 기대서서 이제나 저제나 주인 오기만을 기다리는 자전거가 몹시도 쓸쓸해 보인다.

 

가장 아름다운 절정의 순간에 생을 마감하는 자연의 멋진 삶, 거기에 인간은 더 매료되는 게 아닐까? 무서리에 잎을 떨군 나목 사이로 드문드문 남아있는 단풍이 아름답다 못해 교태를 부리는 여인네 같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 듯 못내 아쉬워 한 번 더 그 모습을 보려고 꼬리를 감추는 가을을 뒤쫓아 산에 오르고 있는 우린 가다 말고 배낭도 벗어 놓고 가을들녘에서 이삭을 줍듯 남아 있는 가을을 카메라에 담느라 손놀림이 바쁘다. 

 

더 이상의 산행은 포기한 채 앉은 자리에서 쉬어 간다고 아예 짐을 풀어 준비해 간 먹을거리  를 늘어놓고 머루주를 한 잔씩 들고 건배를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튀어나오는 우스갯소리에 모처럼 배를 쥐고 맘껏 웃어본다.

 

일찍 산에 오른 이들이 하산을 서두를 때쯤 늦은 출발을 했기에 오랜 시간 머물 수 없었던 아쉬움 때문일까 뭔가를 두고 온 듯 자꾸 뒤를 돌아다보게 된다. 

 

노을빛에 물든 단풍이 새색시 모습처럼 볼그레하니 더 한층 곱다. 스무 살의 봄날이 저러했을까? 움켜쥐면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돌담 집 뜰 안에 가지가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매달린 주홍 빛 감이 뒷산에 단풍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올 가을은 유난히도 가슴 가득 아쉬움이 남는다. 카메라에 담아 온 겨울속의 가을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태그:#단풍, #자전거, #감,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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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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