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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주변의 산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깊은 가을날! 예전에는 가을이라면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공원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기고 단풍을 찾아 산으로 들로 나가 화창한 가을날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을이라는 계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지나가고 있다. 가을은 예전과 같은데 우리 자신이 스스로 생활에 쫓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과거의 여유로움을 찾아 나서보기로 했다. 가을이라기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저물어가는 2007년 가을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기에 빠져 있는 아들과 딸 그리고 셋째를 뱃속에 넣고 배불뚝이가 된 아내와 함께 나섰다.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니 우리 집 바로 옆 아주 가까운 곳인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서 '파주 북시티 페스티벌 2007'이라는 행사가 눈에 들어왔다.

 

가을과 책이라는 주제가 맞아떨어지고 게임기와 책은 책인데 만화책에 빠져 있는 아들놈을 진짜 책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에 주저하지 않고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파주 북시티 페스티벌 2007'은 11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자유로 옆에 있는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렸는데 깊어가는 가을에 아주 딱 맞는 행사인 것 같다. 지난 2일부터 다양한 행사가 열렸는데 책 만드는 현장을 견학하고 무박 이일의 독서캠프, 시가 있는 마술공연, 한자 골든벨, 책 벼룩시장 등 행사가 열리는 기간 동안 매우 다채로웠다고 한다. 빨리 알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마지막 날이라도 같이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주행사장에서는 파주출판단지에 입주해 있는 40여 개의 출판사에서 참여해 시중보다 30~50%가량 싼 가격에 책을 판매하는 창고 개방 이벤트가 펼쳐져 많은 시민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날씨가 약간 쌀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이곳저곳 출판사들의 부스를 기웃거리면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보고 사기도 하고 말 그대로 책이 반이고 사람이 반인 것 같았다.

 

다양한 캐릭터 인형들이 나와 아이들을 반겨 주었고, 행사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북시티 페스티발에 참여해주셔서 고맙다고 출판사 사장님들께서 떡을 돌려 한동안 소란이 일기도 했다. 어른들한테는 안주고 어린이들한테만 주는 차별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얼굴들이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달리는 책방이라고 할 수 있는 커다란 버스가 있어 아이들이 마음대로 드나들며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일반 버스인 줄 알고 올라갔다가 양옆으로 책들이 빽빽이 꽂아 있는 책들과 저 뒤편으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가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했다.

 

의자에 앉아 고상하게 책을 보는 것보다 바닥에 털썩 엉덩이를 붙이고 책을 읽는 모습이 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이 버스는 산간벽지 어린이들을 위해 마을 도서관을 만들어주면 전국 각지를 누비고 있다고 한다.

 

버스 바깥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커다란 책이 일렬로 세워져 있어 자신보다 작고 조그만 책만 봐왔던 아이들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자신들 키보다 훨씬 크고 아빠보다 더 큰 책을 보면서 이리저리 돌아보고 책 속으로 들어가 보고 책장을 넘기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책에 대한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책이 꼭 읽어야만 하는 의무가 아니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형 책들이었다.

 

파주출판단지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일대 48만평에 조성되고 있는 책의 도시로서 출판, 인쇄, 물류,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책에 대한 모든 것으로 한 번에 해 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또 파주출판도시는 자연과 호흡하는 친환경적인 문화공간과 건축미가 돋보이는 곳으로 도시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책에 대한 사랑과 휴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파주출판단지는 자유로 이산포IC를 지나면 바로 들어갈 수 있어 접근하기에도 용이하고 단지 내에는 영화관을 비롯하여 쇼핑몰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단위로 찾아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항상 가까이 있으면서도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내가 사는 곳에 이러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매우 고맙게 느껴진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보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었고 자기가 원하는 책을 아주 싸게 살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출판사에서 책을 사면 한아름 선물도 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번 행사뿐만 아니라 이곳 출판단지에는 많은 행사들이 계절별로 열리고 있어 항상 책만 보기 원하는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서 분위기를 조성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집에는 도서관을 만들만큼의 책이 있지만 읽지 않는다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책을 강요한다고 해서 읽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은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항상 즐겁게 접하고 책을 가지고 탑 쌓기 놀이를 하더라도 야단치지 말고 그냥 아이들의 판단에 맡겨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만 보고 왜 글자는 읽지 않니?” 하는 타박보다는 아이가 책을 가까이한다는 사실에 칭찬을 해주고 같이 탑 쌓기 놀이를 해주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은 TV를 보지 못한다. 처음에는 금단현상이 왔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적응이 되고 있다. 아빠 엄마는 책을 안 보고 TV 보고 있는데 너희들은 들어가서 책을 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책을 더욱 멀리하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던지 신문을 보던지 아빠 엄마가 항상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마음속에 책이라는 사물이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나의 놀이터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는 것이 독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 읽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 자신도 책을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으로 생각하고 살았지만 회사에서 강제로 할당되는 책과 함께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읽는 책으로 서서히 재미를 붙이고 있는 시기이다. 책 만드는 도시를 거리상 가까운 존재로 삼기보다는 마음으로 가까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어른들에게는 그동안의 습관을 깰 수 있도록 강제적인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태그:#독서, #파주 북시티 페스티발, #커다란 책,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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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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