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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편안하게 단풍 구경을 할까?"


고민이 되었다. 뉴스를 통해서 단풍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궁리 끝에 묘안을 냈다. 내장사의 상황을 보아서 백암산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백암산마저 어렵다면 순창의 강천사를 대안으로 삼았다. 깊어가는 가을에 취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서둘러 출발하였다.

 

 

곧바로 내장사로 들어가는 도로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동차가 넘쳐날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악산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이용하여 우회하기로 하였다. 모악산도 자동차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모악산으로 들어가는 곳을 벗어나니, 수월하게 달릴 수 있었다.

 

"어 ! 무슨 일이지? 자동차가 밀리네."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겹쳐졌다. 그러나 정확한 상황은 알 수가 없었다. 기다리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4중 추돌 사고가 난 것이다. 반대편 차선을 달리던 화물차가 전복되고 싣고 있는 소나무가 반대편으로 쏟아졌다. 갈 수가 없어 멈춰서 있던 자동차를 뒤에서 관광버스가 서지 못한 것이다. 다친 사람들도 많았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겨우 그 곳을 빠져 나와 칠보 쪽으로 향하였다. 칠보 수력발전소 3거리에서 다시 자동차가 밀려 있었다. 달리던 자동차가 집안으로 밀고 들어간 것이었다. 집 주인의 망연자실하고 있는 모습이 눈 안으로 들어왔다. 사고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고란 순간이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수곡초등학교를 지나 순창군 쌍치로 돌아서 내장사에 다가가니, 예상한 대로였다. 자동차들이 아예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서 있었다. 그 길이가 어찌나 긴지, 그 끝을 볼 수가 없었다.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복흥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 쪽은 자동차들이 얼마 없었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백암산 백양사로 향하기로 마음을 먹고 여유를 즐기면서 달렸다. 이름 없는 산이었지만 이곳에도 어김없이 가을의 마법은 통용되고 있었다. 곱게 물든 산들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백암산도 내장사 못지않게 자동차가 밀려 있었다. 결국 마지막 대안으로 정한 강천사로 향하였다. 그 곳은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그렇게 밀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데에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다. 비어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버스와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강천사에 가까이 갈수록 밀리는 자동차로 인해 숨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자동차를 돌려 되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가는 길 오는 길이 모두 막혀 있으니,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강천사에 들어가는 것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자동차의 흐름에 맡겨놓을 수밖에 없었다. 순창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조급해 하던 마음이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주변의 풍광이 마음을 바꾸니, 들어온다. 가을의 멋들어진 모습에 취할 수 있었다.

 

어렵게 아주 어렵게 벗어날 수 있었다. 순창에 거의 다 와서야 겨우 풀리는 것이었다. 순창읍에 들어오니, 이곳 또한 자동차들이 넘치고 있었다. 순창 장류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미 자동차의 물결을 체험한 탓이니,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 있었다. 세상 사 마음먹기 달린 것이다.

 

 

지친 몸과 마음이 시달렸으니, 배가 고팠다. 순창의 음식은 옛날부터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한식의 맛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점에 들어서니, 이곳 또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였다. 입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지만 뛰어난 음식 맛에 겨우 잠재울 수가 있었다. 배가 부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하루동안 겪은 일이 너무 많았다.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교통사고 두 건에 밀리는 자동차로 인해 고통이 매우 컸었다. 동조자를 구하고 싶었다. 나만 겪은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함께 타고 있던 사람들과 함께 하였으니,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모두 다 내 편이 되어 줄 것이라 기대하였다.

 

 

"당신은 행운아에요."


집사람의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였고 언쟁이 시작되었다. 이유 있는 주장에 빙그레 웃으면서 모두 다 듣고 있었다. 말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듣고 있었다. 반박을 하지 않으니, 의외로 더 할 말이 없었다. 모두 다 경험한 일이니,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5분 일찍 출발해서 소나무에 치였다면 다쳤을 것 아니에요. 그런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잖아요. 얼마나 큰 행운이에요. 집으로 들어간 자동차가 우리일 수도 있었잖아요. 자동차가 밀려서 고생은 하였지만 대신에 주변의 가을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잖아요. 거기에다 맛있는 점심까지 먹을 수 있었잖아요. 이 모든 행운을 누린 당신은 진정한 행운아가 아니고 뭐에요?"

 

 

집사람의 말을 들으니, 옳은 말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였을까? 관점을 달리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정말 행운아였다. 겪은 일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니, 그렇게 행운이 넘칠 수가 없었다. 깊어 가는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하루였다. 아름다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행운이 넘치는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정읍시와 순창군에서 촬영


태그:#행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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