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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들이 고소작업대에서 떨어지면서 그대로 새처럼 비상하여 날아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세 명의 인부들은 슈퍼맨도 스파이더맨도 아닌 평범한 노동자였다.

2일 수유리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는 지난 5월 한 초등학교 소방훈련 중 발생한 사고와 거의 동일했다. 신축공사 마무리작업으로 작업대가 달린 크레인을 이용하여 외벽에서 작업을 하다가 장비결함으로 크레인이 흔들리면서 일하던 노동자 3명이 작업대에서 그대로 20m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언론은 사고차량에 문제점이 없는지 파악한다는 보도를 냈다. 뉴스영상을 보니 크레인에 부착된 작업대가 그대로 있는 것으로 보아 크레인 결함으로 먼저 충격이 가해졌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튕겨 나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장비 결함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아도 인재(人災)임을 확신했다. 고소작업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작업대 난간에 안전벨트만 매고 있었어도 그들은 모두 무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장비의 결함을 조사하지 않아도 과실이 아니라 안전벨트를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책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노동자가 안전벨트도 착용하지 않은 채 광고물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대가 흔들리면 그대로 추락할 수 있다.
▲ 크레인을 이용한 고소작업 한 노동자가 안전벨트도 착용하지 않은 채 광고물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대가 흔들리면 그대로 추락할 수 있다.
ⓒ 강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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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추락재해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도 언론에서는 밑에 충격완화를 위한 매트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 무지한 소리다. 간단히 안전벨트만 매고 훈련에 임했어도 그런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보도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런 재해는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고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산업현장에서는 총 427명의 노동자들이 추락으로 사망했고 11,260명이 부상을 당했다. 대부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안전벨트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반드시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네식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그네식’이란 이름은 마치 그네를 타는 것처럼 벨트가 허벅지를 감싼다는 데서 비롯되었는데 추락으로 인한 충격하중을 허리가 아닌 전신으로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

그네식이 아닌 다른 종류의 벨트는 추락은 막을 수 있어도 2차 재해를 일으킬 수 있어 사용을 피해야 한다. 추락 하중으로 허리가 꺾여 사망하거나 구조시간이 길어지면 매달린 사람이 질식으로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네식 안전벨트는 마치 그네처럼 허벅지를 포함한 전신을 감싸기 때문에 추락시 충격하중을 분산시킬 수 있어 안전하다.
▲ 그네식 안전벨트 그네식 안전벨트는 마치 그네처럼 허벅지를 포함한 전신을 감싸기 때문에 추락시 충격하중을 분산시킬 수 있어 안전하다.
ⓒ 강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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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좌석안전벨트 착용’이 생소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일터에서도 ‘그네식 안전벨트의 착용’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언론의 관련보도도 진일보할 필요가 있다. 교통사고에서 사고규모가 좌석안전벨트 착용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고소작업과 관련된 산업재해도 마찬가지임을 기억해야 한다. 노동은 야마카시(맨손으로 건물이나 담장을 오르거나 뛰어넘는 새로운 엑스게임의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강태선 기자는 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추락, #인부, #노동자, #산업재해, #야마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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