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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소음에 더 민감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난청은 물론 학습능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소음에 더 민감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난청은 물론 학습능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 미국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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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일) 아이 유치원 운동회가 있는 날. 아침부터 김밥 싸고 돗자리 챙겨서 서둘러 인근 공원으로 향했다. 벌써 공원은 시끌벅적하다. 세 살짜리 둘째를 같이 데리고 갔는데 공원에 도착하자 녀석 얼굴이 좀 상기되면서 공원으로 들어가길 꺼린다. 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았고 나는 유치원생인 첫째를 데리고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의 모임에 합류했다.

운동에 설치된 두 대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와 구령소리가 엄청나다. 가뜩이나 숫기가 없는 아이는 소음에 놀라서인지 동작을 따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꾸 바깥으로 가자고 보챈다. 사실 나도 귀가 아파서 오래 있기가 싫어졌다. 같이 밖으로 나오면서 아이폰을 꺼내서 소음측정기로 소음을 재본다.

아이들 대부분이 있는 운동장 가운데서 약 90dB, 스피커 앞 5m 앞에서는 104dB까지 나온다. 스피커 가까이 서 있는 아이들은 이 큰 소음에 노출된다. 사업장 노동자 소음노출 기준은 이 정도 소음에서는 1시간 이상 계속 일해서는 안 된다(105dB, 1시간 미만 작업). 300명이 넘는 아이와 부모를 통제하자면 소리가 커야겠지만 필요 이상 크다. 사실 아이들 귀는 어른보다 훨씬 민감해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귀'에도 많은 신경을 쓰세요

소음은 혈압을 높이고 소음성난청을 일으킨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70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사람이 그보다 조용한 곳에 사는 사람보다 혈압이 높게 나타났다. 작업시간 동안 85dB 이상 소음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노동자도 혈압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소음성난청은 주로 노동자들이 75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엔 교통소음으로 수면 방해를 받을 경우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이 높아진다는 증거가 관련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소음은 사람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비행장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70dB 소음에 노출된 어린이들에게서 학습능력 저하가 확인되었다. 소음에 의한 건강 영향은 주로 어른들을 연구대상으로 한 결과이다. 어린이들의 귀는 어른보다 훨씬 민감한데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우리가 알지는 못하지만 숨겨진 심각한 영향이 있을 지도 모른다. 참고로 영국 및 유럽에서 통용되는 장난감 관련 기준(British and European Standard for Toys; BS EN 71-1;2005) 에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50cm 떨어진 곳에서 80dB 이상 소음이 발생하는 장난감은 시판될 수 없다.

우린 모두 아이들이 총명(聰明)하기를 바란다. 총명에서 총은 '귀 밝을' 총이요, '눈 밝을' 명이다. 총기(聰氣)가 없다는 것은 곧 귀가 어둡다는 말로 직역이 가능하다. 역학조사 결과에서 소음노출 때문에 어린이들의 '학습능력' 저하가 확인된 것은 우리 조상의 이러한 직관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집증후군', '천식', '아토피' 등 화학물질로 인한 아이들의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꽤 인식이 높아졌지만, 소음에 대해서는 아직 둔감한 것 같다. 오늘은 어린이날 그리고 5월은 가정의 달로 집집이 아이들을 데리고 각종 행사와 음악회 등에 참가할 기회가 많다. 아이들의 여린 귀를 생각하자. 아이들의 귀가 어른과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과 눈높이만 맞출 것이 아니라 '귀 높이'도 맞춰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강태선 기자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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