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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의 '텔미' 뮤직비디오
ⓒ JYP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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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귀에서 '텔 미, 텔 미 테테테테테 텔 미'하는 노래가 들린다. 이러니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진짜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30대 김유식씨는 황당했다. 나이가 몇인데 10대 아이돌 가수 노래에 이렇게 빠지다니? 창피했다. 그런데 'Tell Me' 중독자가 그 뿐이 아니었다. 둘러보니 많았다.

20대는 아예 '텔미' 춤까지 췄다. 부러웠다. 김유식씨도 집에서  '텔미' UCC를 따라해 봤다. 할수록 재미있었다. 근 10년 만이었다. "천사를 찾아, 사바사바" 하고 노래 부르며 엉덩이 두드리던 때로 돌아간 듯 했다.

듣는다-따라 부른다-본다-따라 춘다-UCC도 만든다

원더걸스 선미, 소희.
 원더걸스 선미, 소희.
ⓒ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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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의 '텔미'가 열풍을 넘었다. '텔미'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숱하다. '텔미 중독증'엔 단계도 있다.

1단계, '텔미' 노래를 자꾸 듣는다. 2단계, '텔미' 노래를 따라 부른다. 종일 흥얼거린다. 3단계, 원더걸스가 만든 '텔미' 뮤직비디오를 마스터 하고, '텔미' 댄스 UCC를 찾아본다. 4단계, '텔미' 댄스를 따라 한다. '살랑살랑' 춤을 추고, '팔찌춤'을 춘다. 5단계, '텔미'댄스 UCC를 제작한다.

당신은 지금 어느 단계인가? 1단계는 낫다. 2단계 이르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4단계와 5단계까지 진출했다.

올 가을 고등학교와 대학 축제 최고 스타는 원더걸스였다. 정확히는 원더걸스의 '텔미'였다. 지난 9월 교통사고가 난 것도 원더걸스가 지방 대학축제를 뛰고 올라오다 일어난 일이었다. 미처 원더걸스를 초대하지 못한 학교에도 '텔미' 열풍은 덮쳤다.

꿩대신 닭, 학교마다 '짝퉁' 원더걸스가 축제 무대를 빛냈다. 남학생들은 긴 머리 가발에 짧은 미니스커트, 원더걸스 스타일 여장도 서슴지 않았다. 무대에 서서 '텔미' 댄스를 췄다.

학교만이 아니었다. 유행의 외곽지대인 군대도 '텔미' 열풍에선 예외가 아니다. 원더걸스가 군부대에서 공연했다. 또 군인 버전 '텔미' 댄스 UCC도 등장했다.

특별히 섹시하지도 않고 특별히 대단한 미모도 아닌데다가 특별히 기가 막히게 노래를 잘 하지도 않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이 홀딱 빠진 이유가 뭘까? 가요계를 떠났다는 30·40대마저 아이돌 가수에 열광케 만든 이유는 뭘까?

원더걸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롤리타?      

대중음악 평론가인 김작가씨는 "2003년 문근영으로 증명됐듯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코드가 '롤리타 코드'"라며 "원더걸스는 가요계 최초로 롤리타 코드가 이식된 경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원더걸스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멤버는 안소희다. 안소희는 별명이 '만두'. 통통한 볼 때문이다. 팬들도 인정하듯이 솔직히 소희는 특출난 미모라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귀엽다. 팬들도 "뭐라 탁 꼬집을 순 없지만, 너무 귀엽다"며 열광한다.

김작가씨는 "'텔미' 하면 떠오르는 게, "어마나" 하며 소희가 뺨 가리는 것"이라며 그것이 원더걸스 이미지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래서 다른 아이돌 스타와 달리 10대 남자들뿐만 아니라 30대 40대 아저씨들까지 원더걸스에 열광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여성 아이돌은 하나 같이 섹시 콘셉트를 표방했다. 대표적인 게 이효리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섹시 콘셉트가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원더걸스가 '롤리타 코드'를 들고 나와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 귀여운 매력이 폭발한 게 '텔미'다. 이제 20대가 돼버린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빈 자리를 소희가 채운 걸까?

단순하게 스며드는 '텔미' 중독

물론 그뿐이 아니다. 원더걸스는 사실 싱글 '아이러니'로 데뷔했다. 하지만 지금 '텔미'만한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텔미'는 왜 유독 인기가 많을까? 이젠 아이돌 스타 이름도 못 외우는 30·40대를 '텔미'는 어떻게 사로잡았을까?

김작가씨는 그 이유로 "중독성 있는 멜로디 라인과 넓은 층에 어필하는 복고적 사운드의 결합"을 들었다.

'텔미'는 최근 신인 가수들이 숱하게 들고 나오는 노래들과 사뭇 다르다. 일단 노래가 쉽다. 멜로디가 단순하다. 랩도 별로 없고, '꺾기'도 없다. 웬만한 '노래치'도 듣고 따라하기 쉬울 정도다. 거기다 "텔 미 텔 미 테테테테테 텔미" 후렴구가 수차례 반복한다. 반복은 세뇌를 낳는다. 가사도 단순하다. 거기다 신난다. 들으면 신나고, 따라하면 더 신난다. 소희라도 된 양 "어머나" 하며 뺨에 살짝 손을 대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작가씨는 "요즘 음악들이 대중들한테 익숙지 않은 흑인 팝 음악 사운드를 차용해서 억지로 가요로 만든 바람에 설득력이 없었는데, 빅뱅의 '거짓말'이나 원더걸스의 '텔미'는 80년대 사운드에 기반했기에 당연히 친숙하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가요가 '그들만의 리그' 같다 느끼며 가요를 외면하던 이들에게 '우리 같이 리그'할 노래가 나온 셈이랄까?

최근 콘서트 무대에선 노래 따라 부르는 관객들을 보기가 어려웠다. 소수 10대 열혈팬만 따라했다. 하지만 빅뱅의 '거짓말'과 원더걸스의 '텔미' 콘서트장은 사뭇 다르다. 원더걸스 콘서트장에선 관객들 노래 소리에 원더걸스의 노래가 묻히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군부대에 원더걸스가 공연을 갔을 때도 진풍경이 연출됐다. 다른 가수 공연엔 그저 넋놓고 바라보던 군인들이 원더걸스 '텔미' 공연에선 달랐다. 노래를 따라불렀다. 군인들의 합창 에 원더걸스가 부르는 '텔미'는 들리지 않았다. 80년대 90년대 초반에나 보던 풍경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원더걸스, 데뷔 전에 데뷔했다

원더걸스 선예, 소희, 예은(왼쪽부터).
 원더걸스 선예, 소희, 예은(왼쪽부터).
ⓒ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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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 열풍의 비결은 또 있다. 최근 미국 팝은 80년대 '복고'가 트렌드다. 마돈나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도 '복고'풍 '레트로'다. 미국에 상주하던 박진영이 그걸 모를 리 없다. '텔미'는 알려진 대로 스테이시 큐의 '투 오브 하트(Two of hearts)' 를 샘플링 했다. 그걸 박진영이 작사, 작곡하고 프로듀싱 했다.

김작가씨는 "미국 팝의 핵심 코드가 복고로 80년대 레트로 사운드"라며, "원더걸스가 80년대 스테이시 큐로 샘플링한 걸 보면, 박진영이 미국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다"고 지적했다.

그뿐 아니다. 원더걸스는 박진영이 주도하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오랜 시간 공들여 키운 야심작이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설립 10년 만에 내놓은 첫 여성그룹이다. '텔미' 가사처럼 "얼마나 오래 꿈꿨는지 몰라"다. 리더인 민선예는 2001년 SBS '박진영의 영재육성프로젝트, 99%의 도전'에서 발굴한 천재 소녀다. 다른 멤버도 JYP에서 오랜 시간 공을 들인 JYP 연습생이다.

데뷔도 주도면밀했다. 원더걸스는 데뷔 전에 데뷔했다. 요즘 아이돌 스타의 등용문처럼 돼버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원더걸스도 정식 데뷔 전에 찍었다. 'MTV Wonder Girls'였다. 

MTV에서 10회 분량인 시즌1을 찍고 인기가 높자, 시즌2까지 찍었다. 시즌1 'MTV 원더걸스'는 원더걸스로 미리 선정된 JYP연습생 4명과 함께할 다섯 번째 멤버를 찾는 오디션을 보여줬다. 그 때 박예은이 뽑혔다. 미국 6인조 여성그룹 '푸시캣돌스'의 7번째 멤버를 뽑던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넥스트 푸시캣 돌스'를 연상시키는 프로였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다. 이 프로는 한편으로 '원더걸스 데뷔일기'를 보여줬다. 이미 뽑힌 4명이 '인간극장'을 찍었다. 그렇게 원더걸스 각 멤버들 캐릭터가 드러났고, 팬들이 생겨났다. 데뷔 전에 팬클럽도 생겼다. 지금 최고 인기를 누리는 남자 아이돌 그룹 빅뱅도 데뷔 전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었다.

텔미, 너도 내 옷차림을 좋아할 줄은 몰랐어

원더걸스의 매력은 또 있다. 원더걸스는 다른 여자 가수나 아이돌 그룹과 스타일도 달랐다. 패션도 '복고'였다. 아슬아슬하게 세련된 촌스러움이 빛나는 스타일이었다. 컬러는 튀고, 메이크업도 튀었다.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상백씨는 "레트로를 일렉트로닉 버전으로 리믹스한 노래에 맞춰, 요즘 언더그라운드 클럽신 아이디어를 많이 쓴 듯 하다"며 "노래가 그런 만큼 룩도 그리 잘 맞춰서, 일부러 적당히 '저렴해 보이게' 입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스트·테일러드 재킷에 원 버튼, 딱 달라붙는 레깅스나 타이트 스키니 진, 또는 핫팬츠에 블링블링한 아이템을 입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여러 요소들을 잘 섞었다는 것이다. 헤어스타일도 짧은 숏컷도 있고 긴 머리를 묶은 포니테일도 있고.

이어서 하상백씨는 "이런 스트리트 룩과 언더그라운드 신의 룩이 사람들 눈높이에 딱 맞는다"고 덧붙였다. 보기엔 멋져도 감히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연예인 룩이 아니라고 할까?

이런 스타일링도 원더걸스가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한몫 했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는 같은 10대지만 아주 다르다. '소녀시대' 하면 '청순함'이 탁 떠오른다. 발랄하고 꿈 많은 소녀시대. 하지만 원더걸스는? 탁 하나로 떠오르기보다 온갖 이미지가 떠오른다. 멤버별 캐릭터가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상백씨는 "원더걸스는 멤버들이 캐릭터에 맞게 옷을 잘 입는다"며, "소희는 옆집 소녀 같은 발랄한 옷을 입고, 다른 한 명은 매니쉬하게 긴 바지에 재킷을 입고, 공주 컨셉트으로 입는 멤버도 한 명 있다"고 지적했다. 캐릭터별로 옷이 달라서, 무대 위에서 버라이어티 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원더걸스의 '텔미' 열풍엔 다 이유가 있다.

지난 9월12일 발매한 원더걸스 1집 앨범 ‘The Wonder Years’ .
 지난 9월12일 발매한 원더걸스 1집 앨범 ‘The Wonder Years’ .
ⓒ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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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원더걸스, #텔미, #민선예, #안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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