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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장애인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니 장애인들의 안타까운 생활상을 많이 보게 된다. 경증장애인분들처럼 단지 신체의 일부분이 기능장애로 인하여 생활에 불편함을 가지시는 분들 뿐만아니라 정신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인분들의 고충을 많이 접하게 된다.

 

지난 10월 15일 기사 '이해와 배려는 악취를 넘는다'에 이어 인터넷센터에서 생긴 두 번째 사연을 올린다. 이번 이야기도 1편 A씨의 사연에 이어 한 여성 지적장애인 B씨에 관한 이야기다.

 

그 날도 어김없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지사 인터넷실에서 무료 컴퓨터강좌가 있었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났을까? 한 여성 지적장애인 B씨가 인터넷실로 황급히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평소 자주 오는 다른 지적장애인 A씨가 자꾸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 이리 와봐~, 크큭~”

 

나는 평소 지사 직원들도 많이 알고 장난기가 심한 A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고 오후 업무로 바빠서 자리를 뜰 수도 없는 처지였다.

 

“아이 쉬~, 이리 와봐~. 저기 안에~”

 

한 2~3분 지났을까? 이번에 내가 안 가니까 막 화를 내면서 요구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래도 내가 인터넷실로 안 가서일까? 세 번째는 경증 시각장애인 한 분이 그이와 같이 내 자리로 왔다.

 

“야한 거, 야한 거 봤어요. 저 안에서 야한 거 봤어요.”

 

시각장애인분도 더듬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인터넷실에서 야한 동영상을 봐도 될까요 라는 건가?

 

“아니 지금 공공장소 장소에서, 그리고 다른 장애인분들도 계신데 그걸 어떻게 봐요?”
“아니, 아이 쉬~. 정말~”

 

우리의 성미 급한 A씨는 벌써 가슴을 치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사태가 돌아가는 것이 심상치가 않은 것 같아서 그제서야 인터넷실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때문에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이 끝나고 다른 남성 장애인분들이 몇 명 남아 있었는데 아까 황급히 들어갔던 여자 지적장애인 B씨가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앞에 앉아 있던 남자 장애인분이 많이 불쾌했던지 한마디 한다.

 

“야 너 왜 그걸 보냐? 너 가라!”
“저 안 봤어요. 저 안 봤어요.”

 

판단이고 뭐고 일단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B씨를 다그쳐 물었더니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다. 그러자 옆에 앞에 있던 남자 장애인분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너 저번에도 봤잖아. 자꾸 와서 보면서 안 봤다고 하네, 와~.”

 

우리의 A씨 언제 왔는지 저 멀리서 아직도 가슴을 치며 분통터져라 하고 있었다. 사태의 정황은 이러했다. 지적장애인 B씨가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있는 것을 A씨와 주변 남성 장애인분들이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직원인 나에게 와서 쫓아내거나 제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거 여기서 보시면 됩니까? 안됩니까? 한 번만 더 그거 보시면 여기서 나가셔야 해요. 다른 분들이 불편해 하시잖아요.”
“저 안 봤어요. 저 안 봤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또 B씨가 황급히 뛰쳐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인터넷실로 들어가 보니 장애인분들끼리 웅성웅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B씨 옆에 앉았던 여성 지체장애인분이 하시는 말을 듣고 주위사람들이 오해를 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내 자신이 조금 더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 했나 반성하게 되었다.

 

“B씨가 일부러 그 야한 동영상을 보려고 한 게 아니예요. 인터넷 스포츠 신문 보다가 뭐를 잘 못 눌렀는지 야한 동영상이 계속 된 거예요. 자기 눈에 펼쳐져 보이는 게 신기해선지 그걸 계속 보고 있더라고요. 그걸 지나가던 남자 장애인분들이 보고 그거 하지 말라 그래도 계속 본 거예요.”

 

인터넷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이런 비슷한 경험 얼마나 많은가? 개인 메일로, 휴대폰으로도 말이다. 무심코 확인했다가 낯 뜨거운 화면이나 동영상 때문에 주위에 사람들 의식 안 해 본 이가 누가 있는가?

 

단지 지적장애인분들은 그걸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뭐라 욕할 것이 아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이해시켜야 하는데 무턱대고 화를 낸 내 자신이 좀 부끄러웠다.

 

지난 10월 12일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따라 ‘정신지체장애’가 ‘지적장애’로, ‘발달장애’가 ‘자폐성장애’로 변경되었다. 금번 용어의 변경은 지적장애인 및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편견 해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금번 개정법률의 시행은 아직도 많은 지적장애인 및 자폐성장애인들이 부정적인 인식과 사회적 편견에 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사는 것은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더불어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와 배려는 낯 뜨거움도 넘는다.”

 

 

 

지적장애인과 근무하실 때 이렇게 하세요.

 
 
정신지체인에게 이야기할 때에는 일반인과 대화를 할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하되, 보다 구체적이고 쉽게 이야기합니다.
 
면접시에는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쉽고 단순하게 질문하고, 답변 내용을 수시로 되풀이하여 확인합니다.
출퇴근 시간 기록기, 사물함, 화장실, 식당, 식수대, 보급실 등의 위치에 대하여 그림이나 기호를 활용해서 구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합니다.
 
 
 

 
 
 
 
나이에 맞는 호칭을 사용하고 함부로 반말을 하지 않습니다.
 
 
근무시간, 적절한 근무 복장, 근무공간의 위치, 임금, 직속상관 및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 등 업무와 관련된 일을 반복적으로 설명 해 줍니다.

 


 

 
 
 
 
 

 

돈 계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작업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범을 통해 여러 차례 반복해서 알려줍니다.

 

 

 

 

 

 

 

 

 

 

 

 

 

낯선 곳에서 집으로 갈 때는 집에 잘 도착했는지 전화로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 KEPAD(Korea Employment Promotion Agency for the Disabled) 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영문약자 입니다.


태그:#지적장애, #지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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