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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불편을 호소한다. 그만큼 전기는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필수요소가 되었다. 이에 따라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전기를 중개하는 변전소,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선은 인체의 동맥에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발전소와 변전소, 송전탑이 들어섰거나 들어서는 상황이면 태도가 달라진다. 경제적 손실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에 광양에 설치중인 송전탑 가설사업을 통해 ▲송전탑 주변 마을 경제 피해 사례 ▲송전탑 주변 마을 주민 건강 피해 사례 ▲송전탑 설치를 둘러싼 갈등 ▲전력산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의 순으로 4차례에 걸쳐 짚어보며 그 해결책을 살펴본다. <기자주>


송전탑.
 송전탑.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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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변전소.
 광양변전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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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투기, 내가하면 투자?"

우스갯소리로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말이다. 세상을 더불어 살기보다 혼자만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말이다. 이를 송전탑 설치에 대한 찬반으로 비유하면 '남이 반대하면 님비, 내가 반대하면 생존권 사수'로 말할 수 있다. 그럼 송전탑 반대는 님비일까? 생존권 사수일까?

지난 16~7일 양일간 전남 광양시 광양읍 죽림리에 위치한 광양변전소 인근의 신기, 쌍백, 임기, 억만 마을을 찾았다.

들판 여기저기에서 노랗게 익은 벼를 수확하고 있다. 집 담장에는 감이 탐스럽게 익어간다. 여기까지는 쉽게 접할 수 있는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처럼.

광양변전소 내부.
 광양변전소 내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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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매물 없어 '돈 길' 끊긴 주민들은 한숨만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에는 송전탑이 즐비하다. 한전 송전탑 35개와 광양제철 송전탑 7개 등 총 42개의 송전탑이 몰려 있다. 광양변전소가 위치하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농촌이라기보다 ‘철탑 마을’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광양변전소는 1987년 준공되어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광양변전소 송전선로는 34만5000V의 신광양#1,2ㆍ신여수#1,2ㆍ하동화력#1,2ㆍ광양제철#1,2ㆍKP복합#1,2와 15만4000V의 광양#1,2ㆍ태금#1,2ㆍ하동#1,2를 통해 들어온 전력이 34만5000V는 15만4000V로, 15만4000V는 2만2900V로 변압되어 나간다.

변전소 주변과 송전탑이 지나가는 곳은 땅값이 내려가거나 제자리걸음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광양시는 광양제철소와 컨테이너부두가 들어선 이후 지가 상승률은 가파르다. 그러나 변전소와 송전탑이 지나가는 곳은 공시지가 변동 폭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실제 땅값의 변동 추이에 대해 살펴보자. 광양변전소 주변 죽림리 쌍백마을 대지 637번지는 ㎡당 공시지가가 1990년 7500원에서 올해에는 1만300원이다. 또 565번지인 답은 1990년 4500원에서 올해 5740원으로 고시됐다. 지목이 대지와 답인데도 지가변동의 폭은 미약하다.

문제는 땅을 내놓아도 살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아예 찾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이 곳 마을은 외지인 소유가 거의 없고 거주하는 사람들 소유가 대부분이다. 가격이 싼 땅을 무차별적으로 매입하던 외지인의 손길이 여기는 피해가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임야를 보면 황금동 산 17번지의 경우 ㎡당 공시지가가 1990년 1만4000원이던 것이 지난해 4만1800원을 뛰었다. 황길동 산 147번지도 1990년 1만2000원에서 올해 4만6100원을 호가한다.

광양변전소 주변 마을은 이같은 송전탑들이 42개가 집중되어 있다.
 광양변전소 주변 마을은 이같은 송전탑들이 42개가 집중되어 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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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설치된 송전탑을 통해 들어온 전류는 변전소에 이렇게 들어온다.
 산에 설치된 송전탑을 통해 들어온 전류는 변전소에 이렇게 들어온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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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의 복성공인중개사는 "광양시 황금동과 황길동 임야는 평당 5만원에서 20만원대인데 반해 변전소가 들어서기 전 죽림리의 평당 가격은 3만원대이던 것이 아직도 3만원대이며, 아예 매물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면서 "변전소와 송전탑 주변은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고 평했다.

최근 송전탑을 설치 중인 백운산 자락의 수평 마을 서춘자씨는 "이 곳은 땅을 내놓기가 무섭게 번개처럼 나가던 곳이었는데 매물이 뚝 끊겼다"면서 "지난해 땅을 팔고 이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송전탑이 들어오는 땅을 팔았다며 항의를 하고, 돈도 되돌려주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손씨가 한숨을 쉬는 것은 벌이가 시원찮은 시골에서 경제적 숨통을 틀 곳이라곤 농사지으며 의지하던 논·밭· 임야 등 땅밖에 없는데 더 이상 기댈 곳이 사라졌기 때문. 사회 지도층들이 위장전입과 땅투기로 소득을 불려 갈 때 묵묵히 농사지으며 살았던 죄(?)밖에 없는 이들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 때리는 꼴이다.

낙뢰로 전자제품 타버리고 가축도 아프고... 변압기 폭발까지

광양변전소 주변 마을의 경제적 피해는 지가 하락 외에도 낙뢰로 인한 전자제품 손상, 가축과 농작물 피해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광양변전소에서 100m 거리의 신기마을 노자영씨는 "낙뢰가 때리면 과부화가 걸린 전기가 전기선을 타고 들어와 냉장고며 믹서·TV 등이 타버려 가전제품을 쓸 수가 없다"면서 "매년 이런 일이 일어나 가전제품의 교체를 요구하지만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광양변전소 관계자는 "처음 듣는 소리다"며 "아~, 어디서 (고압 전기가) 타고 들어오는지 그런 걸 잘 모르겠네?"하고 되묻는다.

7년 전 이들 마을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변압기 폭발사고가 나서 동네로 (파편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변전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조그만 트러블이 2~3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고 시인했다.

이밖에도 노씨는 "쌍백·임기·억만 마을은 집집마다 소나 염소를 길렀는데 소와 염소가 새끼를 낳으면 죽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몇 집 빼고 소도 안 기른다"고 말한다. 7마리 소를 키우던 허영금 씨 외양간은 텅 비어 있었다.

허씨는 "다른 데는 가축 키워 대학도 보냈는데 우린 그것도 못했다. 남편까지 죽었다, 변전소 때문에 나는 망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고재근씨는 "콩도 벼도 다 쭉정이고 농작물도 여물지 않고, 변전소 뒤에 있던 밤나무도 이제는 따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노자영 씨가 땅바닥에 글을 써가며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자영 씨가 땅바닥에 글을 써가며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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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설명하는 허영금 씨 뒤로 광양변전소가 보인다.
 피해를 설명하는 허영금 씨 뒤로 광양변전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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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마을 고재근 씨.
 신기마을 고재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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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 범위 확대해야

노자영씨는 "이같은 피해로 인해 14가구가 살던 신기마을이 이제 4가구 5명만 남고 다 떠났다, 우리는 4개 마을 주민의 집단이주를 원한다"며 "발전소 주변은 지원법이 있어 보상이 가능하지만 변전소 주변은 제외되어 보상도 안나오는 실정이어서 이제는 보상도 다 포기한 자포자기 상태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산업자원부는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에 따라 수력발전소·화력발전·원자력발전소  주변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지원금도 늘었다. 일례로 울진 영광 등 100만㎾급 원전이 있는 마을 지원금은 연평균 47억원에서 190억원으로 약 4배가 늘렸다. 이로 인해 산자부는 "지원금액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는 지자체와 주민 불만이 상당히 해소될 전망"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발전소를 제외한 전력소·변전소·송전탑 부근에 대한 지원 근거는 아직 변하지 않고 있다. 지원금 현실화에만 관심 있지 지원 지역의 현실화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20여년간 주민 집단 이주를 희망하는 죽림리 주민들은 오늘도 침묵 속에 묵묵히 가을걷이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그것은 바로 정부일 것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행복추구권을 짓밟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광양변전소의 '접근 엄금' 표지가 법률 적용 범위의 확대를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는 건 왜일까?
 광양변전소의 '접근 엄금' 표지가 법률 적용 범위의 확대를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는 건 왜일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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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뉴스365, SBS U포터,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송전탑,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대한법률, #광양변전소, #광양 죽림리 사곡, #땅값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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