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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게다.”
“어디~, 어디?”

 

여기저기 짧고 가느다란 외마디 비명처럼 환호성이 터진다. ‘어디~’하던 녀석들도 지천으로 널린 게를 보자 ‘어디~’란 말이 쑥 들어간다. 그도 그럴 것이 산과 들로 활개치고 다니던 산골 아이들이 접해보지 않았던 어촌의 갯벌체험에 나섰으니 오죽 신기하랴!

 

지난 10일 오후 1시, 점식 식사 후 아이들은 갯벌체험을 위해 신발을 벗어 장화로 갈아 신는다. 새 장화를 신은 아이들도 꽤 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호미를 든 녀석들도 있다.

 

“애들아, 장화랑 호미랑 새로 샀어?”
“예. 갯벌체험한다고 없던 장화랑 호미랑 샀어요.”

 

호쾌하고 들뜬 목소리로 대답한다. 못 보던 갯가에 간다고 얼마나 들떴을까, 짐작할 수 있다. 갯가에 들어갈 채비가 끝나고 한 손엔 호미 등 장비를, 한 손엔 비닐봉투를 들고 갯벌로 향한다.

 

 
 
조개, 갯지렁이, 게...갯벌 생명들 체험
 

비닐봉투를 들지 않은 아이에게 인솔 교사의 한 마디,

 

“야, 니 비닐봉지 가꼬 와야지 왜 안 가꼬 와?”
“선생님. 친구랑 같이 담기로 했어요.”
“이따~ 봐봐. 자기 것 자기가 담아야지 할 걸.”
“종수 다 주기로 했어요.”

 

녀석, 제법 철이 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캔 조개며, 게 등을 친구 주기가 쉽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도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드디어 갯벌에 선다.

 

“야, 게다!”
“야, 지렁이다. 갯지렁이.”
“야, 조개다.”
“야, 짱뚱어다!”

 

여기저기서 외마디 비명처럼 갯벌 생물 이름을 불러댄다. 아이들, 앉아서 호미로 갯벌을 긁어대지만 호미에 걸리는 게 별로 없다. 인솔 선생님 조개 잡는 방법을 설명한다. 갯벌에 넘어진 아이, 짧은 장화를 신은 아이는 벌써 뻘이 스며들었다. 그러나 얼굴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은 다름 아닌 곡성 죽곡초등학교 전교생과 선생님 등 80명. 이들이 전남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복개도 앞 갯벌을 찾은 건 여수지방해양수산청(청장 조학행, 이하 해수청)의 초청 때문. 해수청은 이들과 함께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구례 원촌초와 여수 서초 등 3개 초등학교 360명을 초청, 갯벌생태학교를 운영했다.

 

 

해수청 최연철 담당은 갯벌생태학교 운영에 대해 “초등학생들이 조개, 갯지렁이, 게 등 살아있는 갯벌의 소중한 생명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보고, 해양생태의 보고인 갯벌의 경제적ㆍ문화적ㆍ생태적 기능 등 다양한 역할과 중요성,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밝혔다.

 

갯가 아낙 뺨치는 조개잡이 솜씨

 

아이들은 짧은 시간에 갯벌에 적응한다. “호미로 파지 말고 손으로 긁어? 그게 더 잘 잡힌다”는 조개잡이 요령까지 벌써 체득한다. 여자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갯벌을 뒤적인다. 갯벌에서 생계를 의지하는 갯가 아낙처럼 자세가 나온다.

 

“야, 갯벌 구멍에 게 있다. 발로 구멍을 쎄게 밟으면 게가 나온다.”
“야, 발이 안 빠져. 좀 빼줘.”
“니, 왜 그리 무겁냐? 살 좀 빼라 빼.”
“야, 이쪽으로 들어가지마. 발이 깊이 빠져 나오기가 힘드니까.”

 

죽곡초 김평주 교장선생님은 “내륙 산중에만 살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갯벌에 온 것을 너무 좋아한다”며 “갯벌을 걷다보니 뭐가 밟혀 보니 조개다. 조개가 많네요”하고 말하면서도 조개 줍기에 여념이 없다.

 

 

 

 

“야, 게다. 잡아!”
“게가 물어요.”
“야, 안 물어. 잡아 갖고 있어.”
“선생님, 게가 문다니까요."

 

선생님과 학생들의 실랑이도 들린다. 김선민(1학년)군의 비닐봉투에는 지렁이 1마리, 짱뚱어 1마리, 게 8마리가 들어 있다. 봉투를 보여주는 녀석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스며있다. 갯벌체험 마무리를 예고한다.

 

“애들아, 집에서는 키울 수 없으니까 꼭 해먹고 싶은 사람은 집으로 가져가되 될 수 있으면 여기에서 살려줘. 잡은 양이 너무 적은 사람은 집에서 못해 먹으니까 살려주고. 그리고 크기가 작은 것은 살려주는 게 좋아.”

 

 

갯벌에 흠뻑 빠진 아이는 아쉬움을 달래듯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앉아 마지막까지 호미를 긁어 댄다. 1차로 갯벌가에서 바닷물로 뻘을 씻고, 2차로 민물로 손과 발을 씻는다.

 

하성진(6학년) 군은 “산골 농촌에서 체험하지 못한 것을 재미있게 해봤다”며 “게와 조개 잡은 것은 집에 가져가 해먹을 것이다”고 말한다. 비닐봉투가 제법 무겁다. 자랑하며 조개를 내놓고, 어머니가 끓인 조개국을 먹으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상상된다.

 

아이들은 “어땠어?”란 물음에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로 짧고 간단하게 대답한다. 뻘이 덕지덕지 엉겨 붙은 옷을 갈아입는 아이들의 표정에 행복이 스며있다. 뭔가 배웠을 것이다. 자연은 살아있는 삶의 체험 현장이란 것도 알았을까?

 

 
 

덧붙이는 글 | 뉴스365, SBS U포터,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갯벌생태체험, #죽곡초등학교,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산골,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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