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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드라마, 혹은 트렌디 드라마가 한창 주가를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스타가 된 배우만 해도 지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점령하고 있다. 최진실, 차인표, 심은하, 장동건, 김희선 등 그때 배출된 스타들은 모두 청춘드라마의 영웅이었다.

 

그래서 당시만 해도 청춘드라마에 출연하는 행운을 신인이 얻으면 곧바로 인기스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청춘드라마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곤두박질쳤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청춘드라마는 뭘 해도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고, 점차 청춘드라마 제작자체가 뜸해졌다. 하지만 역시나 단골소재인 청춘드라마는 올해 들어 새로운 변신의 날개를 달고 창공으로 훨훨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변신은 작년 말부터 감지되어왔으나 그 힘은 미약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청춘 드라마들이 새로운 소재를 접목해 발 빠르게 개선방향을 제시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올해도 숱한 청춘드라마가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바로 MBC <메리대구 공방전>과 <케세라세라>, <커피프린스 1호점>, KBS <경선스캔들>이다. 네 작품 모두 선남선녀인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과 청춘드라마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각기 다른점으로 인기를 얻었다.

 

우선 네 편의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이유가 많지만 공통적으로 통속적이지만 통속적이지 않게 잘 포장했다는 점과 가장 근본적인 구도였던 신데렐라 구조를 파괴해 나갔다는 점이다.

 

통속적이지만 통속적이지 않은 사랑


사실상 네 편의 드라마 모두 어디선가 봤을 법한 청춘드라마의 내용들이다. 그래서 따지고 들자면 모두 통속적인 사랑 내용일 뿐이다. 그런데 네 편의 드라마에서는 사랑을 향해 가는 주인공들이 그 지점까지 달려가는 방식이 사뭇 흥미진진하다.

 

즉 사랑을 달성하는 지점에서 세련되게 포장한 통속적이지만 통속적이지 않은 그 무언가가 빛을 발한다. 이 때문에 네 편의 드라마 모두 드러내놓고 ‘사랑이 없는 청춘은 없다’를 주장함에도 우리는 그것을 맛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가장 먼저 방송한 <케세라세라>는 사실상 기존 청춘드라마에서 조금씩 진화하는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청춘드라마를 보면 으레 청춘들의 꿈과 사랑, 그 사이에 돈이라는 것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이것을 고스란히 가져온 작품이 <케세라세라>다. 다만 꿈과 사랑, 돈이라는 세 가지 사이를 오가는 청춘들의 모습이 기존 청춘드라마와는 다르게 그려져 통속적이지만 통속적이지 않은 드라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가령 키스 한 번으로 사랑을 하게 되었지만 경제적인 부로 인해 그 사랑을 배신한 남자 강태주(에릭), 그에게 사랑으로 승부하는 은수(정유미), 재력으로 승부하는 혜린(윤지혜)이 벌이는 사랑의 시소 게임은 꽤나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기존 청춘 드라마는 돈과 명예를 위해 사랑을 배신하거나, 사랑에 목을 매 한없이 해바라기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하지만 대놓고 돈을 위해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며,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는 네 명의 주인공들은 무척이나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이 점이 <케세라세라>가 통속적이면서도 그럴 듯하게 통속성을 벗어나는 듯한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좀 더 후에 방영된 <메리대구 공방전>과 <경성스캔들>도 역시나 주인공들이 통속적인 사랑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었다. <메리대구 공방전>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꿈 많은 백수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워 열정은 높지만 재능이 없어 고생하는 이들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 안에서 두 백수가 나누는 사랑은 역시나 초라하지만 열정이 있어 행복한 그들이기에 가난한 사랑도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엽기발랄할 정도로 둘은 표현에 적극적이며 자신들 처지 안에서(쿠폰을 이용해) 열심히 사랑한다.

 

<경성스캔들>은 퓨전시대극을 표방하며 우울하기만 했던, 사랑도 힘이 들던 일제시대를 유쾌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일제시대에도 청춘들은 사랑을 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그것을 혁명에 빗대어 혁명과 사랑을 오가는 청춘 네 남녀의 모습을 담아냈다.

 

<경성스캔들>은 일제시대를 너무 가볍게 그리는 것 아니냐며 많은 이들이 우려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반대였다. 시대를 잘못 만나 사랑도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일제시대를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메리대구공방전>과 <경성스캔들>은 통속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케세라세라>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신데렐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방영된 <커피프린스 1호점>은 청춘드라마 변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케세라세라>가 청춘드라마 변화의 서막을 열고, <메리대구 공방전>과 <경성스캔들>이 과도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면 다시금 전성기를 되찾은 작품이 <커피프린스 1호점>이 아닐까?

 

<커피프린스 1호점> 역시 통속적인 사랑이 주요 내용이지만 안방극장에서는 아직까지 낯선 소재인 동성애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여기서 만약 <커피프린스 1호점>이 끝났다면 중흥기는 좀 더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은 청춘드라마의 고질병인 신데렐라 구도를 파괴해 시청률 면에서나 인기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우선 <커피프린스 1호점>의 가장 큰 미덕은 네 명의 청춘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선악구도로 철저하게 나눠 승자와 패자를 나누려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착한 여주인공과 멋진 남자 주인공이 서로 사랑을 하는데, 자상하면서 젠틀한 남자와 착한 척을 할 뿐 속내는 악녀인 또 다른 여자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공작군으로 활동했다.

 

그래서 방해공작군인 그들은 악인이 될 수밖에 없고 덩달아 시청자들의 미움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해에도 꿋꿋하게 견뎌내는 두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선한 인물로 부각되어 환영받는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커피프린스 1호점>의 사랑 유형은 무엇이 다르기에 이토록 인기를 끌었던 것일까? 우선 네 명의 청춘남녀의 큐피트 화살이 극이 전개되면서 이동한다. 그런데 그 이동이 아주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사랑은 움직이는거야’라는 말처럼 극 초반에 은찬(윤은혜)은 자상하고 부드러운 한성(이선균)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그 옆에 아주 괜찮다고 생각하는 유주(채정안)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한다. 또한 유주와 한성 커플 사이에 사촌 동생 한결(공유)이 유주를 9년 동안이나 짝사랑했지만 그들은 적대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한성이 은찬에게 마음을 두자 유주는 자신이 버려질까봐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한성과의 관계에서만 고민했을 뿐 은찬을 미워하거나, 적대시 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들의 사랑이 엇갈리면서 제 짝을 찾아 형성하기까지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거나, 빼앗을 수 없음을 선악구도로 표현하지 않다.

 

이렇듯 <커피프린스2호점>은 선악구도를 탈피해 사랑이란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을 그려냈다. 전개가 이렇다 보니 재벌2세라는 타이틀이 붙은 한결은 드라마에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 게다가 한결이 자신과 결혼하자는 청혼을 은찬은 보기 좋게 뿌리친다.

 

자신의 꿈인 바리스타가 된 후에 결혼하자는 은찬. 상대 부의 파워에 기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결혼보다 꿈을 선택했고, 자신의 길을 먼저 생각했다. 비록 바리스타 유학에 한결의 할머니(김영옥) 도움을 받긴 했지만 보통 꿈보다 사랑을 먼저 택했던 기존 드라마의 여주인공과는 다른 선택을 보여줘 신데렐라 구도를 완전히 빗겨나갔다.

 

이러한 변화는 <커피프린스 1호점>이 청춘드라마의 부활을 알릴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치 청춘드라마 안에서 주인공들이 성장하듯, 청춘드라마도 한 뼘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날개를 달고 비상한 청춘드라마를 주목해보자.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서는 [2007년 드라마 트렌드- 개성있는 사극의 향연]이 이어집니다.


태그:#청춘드라마, #트렌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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